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클린트 이스트우드 15

체인질링 (블루레이)

어느 날 아이가 사라졌다. 놀란 엄마는 아이를 사방으로 찾아 헤메지만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그로부터 한참 지나 경찰이 아이를 찾았다며 나타났다. 그런데, 달려가 만난 아이는 생전 처음 보는 아이다. 경찰은 우격다짐으로 그 사이 아이가 자라 그렇다며 강제로 맡긴다. 낯모를 아이도 천연덕스럽게 엄마라며 따라 붙는다. 하지만 어찌 엄마가 자기 아이를 못알아 보겠는가. 그때부터 엄마는 진짜 자신의 아이를 찾기 위해 기나긴 시간을 부패한 권력을 휘두르는 경찰에 맞서 힘든 싸움을 벌인다. 그 결과, 무섭도록 끔찍한 진실이 드러난다. 참으로 황당하면서도 어이없는 이야기는 놀랍게도 실화다. 1928년 미국에서 전화교환수로 일한 크리스틴 콜린스라는 여성이 겪었던 이야기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만든 '체인질..

속 황야의 무법자(블루레이)

'속 황야의 무법자'(for a few dollars more, 1965년)는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 감독,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를 유명하게 만든 서부극 '황야의 무법자'의 속편이다. 국내 극장 개봉 제목은 '석양의 건맨'으로 비디오 출시 제목과 다르다. 이 작품은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 등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만든 무법자 3부작 시리즈 중의 하나로 스파게티 웨스턴의 전범을 이룬 명작이다. 내용은 현상범을 쫓는 두 명의 바운티 헌터가 은행강도를 추격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살인과 학살을 신사도와 정의로 가장한 할리우드 서부극과 달리 스파게티 웨스턴은 돈을 좇아 몰려든 사내들의 혈투..

아버지의 깃발 &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사진은 역사를 바꾸는 힘이 있다. 1945년 2월에 촬영된 한 장의 사진도 마찬가지였다. AP통신의 존 로젠탈 기자가 이오지마에서 촬영한 6명의 해병이 성조기를 들어 올리는 사진은 몇 년의 전쟁으로 지친 미국인들에게 승리의 희망을 불어넣었다. 특히 군비 부족으로 허덕이던 미국 정부에게는 단비 같은 존재가 돼서, 사람들이 전쟁 채권을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적절한 도구가 됐다. 그러나 정작 사진의 주인공들은 그렇지 못했다. 미국인들에게 영웅이었던 그들은 고통의 세월 속에 힘든 삶을 보냈고 일부는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공동 제작하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아버지의 깃발'(Flags of Our Fathers, 2006년)은 역사가 된 유명 사진 속 주인공인 여섯 ..

버드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가 감독한 재즈 영화 '버드'(Bird, 1988년)를 보면 이보다 2년 전 제작된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감독의 '라운드 미드나잇'이 생각난다. 둘 다 실존했던 재즈 뮤지션의 생애를 다룬 영화라 그런지 분위기가 비슷하다. '버드'는 색소폰을 불었던 위대한 재즈뮤지션 찰리 버드 파커의 이야기를, '라운드 미드나잇' 역시 색소폰을 불었던 버드 파웰의 이야기를 그렸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들의 힘든 삶에 초점을 맞췄고 양념처럼 이들의 음악이 흐른다. 개인적으로는 두 작품 가운데 '라운드 미드나잇'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우선 '라운드 미드나잇'이 이야기의 전개가 더 부드럽고 주인공의 연기도 더 자연스럽다. '라운드 미드나잇'은 배우도 아닌 실제 재즈 뮤지션 덱..

석양의 무법자 (CE)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 감독의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966년)는 영화보다 "빠라빠라 바~"로 이어지는 주제곡으로 더 유명하다.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가 작곡한 주제곡은 독특한 멜로디와 더불어 서부극의 상징이 됐다. 영화는 원제가 말해주듯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리 반 클리트(Lee Van Cleef), 일라이 왈라치(Eli Wallach) 등 세 배우가 연기한 악하고 선하고 추한 개성이 뚜렷한 세 인물이 숨겨놓은 금화를 둘러싸고 대결을 벌이는 내용이다. 레오네 감독은 추리극을 연상케 하는 줄거리와 독특한 캐릭터, 장대한 풍경이 펼쳐지는 영상으로 서부극도 한 편의 서사시가 될 수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