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톰 행크스 20

피렌체의 베키오 궁전

피렌체의 시뇨리아 광장에 있는 베키오 궁전(Palazzo Vecchio)은 댄 브라운의 소설 '인페르노'에서 중요한 장소로 나온다. 론 하워드 감독이 만든 영화에서는 랭던 교수를 연기한 톰 행크스가 시에나 역의 펠리시티 존스와 함께 추적자들을 피해 이 곳에 숨어든다. 여기서 한바탕 활극을 펼친 다음 그는 사라진 단테의 마스크를 추적한다. 그만큼 소설과 영화에서 베키오 궁전은 모든 사건이 확대되는 장소다. [시뇨리아 광장에 나란히 선 베키오 궁전과 란치의 회랑. 그 사이에 우피치 미술관이 보인다. 베키오 궁전도 1966년 대홍수때 4미터 높이까지 물에 잠겼다.] 이탈리아어로 오래됐다는 뜻의 베키오 궁전은 피렌체 지도자들이 회의를 열어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1229년에 건축됐다. 이후 피렌체 대성당과 산타크..

여행 2017.09.16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블루레이)

여류 감독인 노라 에프론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 1993년)은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사람들을 위한 송가다. 내용은 우연히 라디오에서 상처한 남자의 사랑을 들은 여인이 운명적으로 이끌리며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이야기다. 동쪽의 끝인 볼티모어와 서쪽의 끝인 시애틀에 사는 연인들을 통해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다면 거리쯤은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점을 역설한다. 현실성을 강조하는 서양 영화답지 않게 운명을 쫓는다는 점이 특이하다. 물론 두 사람이 만나는 과정은 자연스럽지 않다. 서로 생각과 행동이 엇갈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우연처럼 두 사람의 사랑은 완성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완전한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판타지다. 하지만 하이틴 로맨스 소설이나 당의정처..

토이스토리3 (블루레이)

책장 한켠에 국민학교때 읽던 계림문고가 아직도 꽂혀있다. 소중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들어 있기에 그 가치는 책값을 뛰어 넘는다. 중학생 시절 가방에 넣어 갖고 다니던 삼중당문고, 아리랑사의 학생소설선집 등을 버리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렇기에 '토이스토리3'(Toy Story3, 2010년)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앤디가 차마 장난감을 떼어놓지 못하는 심정을 알 것 같다. 리 언크리치 감독의 이 작품은 추억과의 이별을 다룬 애니메이션이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 수록 좋든 싫든 이별하는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별이란 생각만큼 쉽지 않은 법, 특히 좋았던 추억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작품은 장난감이라는 소재를 통해 추억과 이별하면서 나이를 먹어가는 법을 그렸다. 정작 장난감들이 벌이는 소..

퍼시픽 (블루레이)

23일 오후 2시반 북한이 연평도를 향해 해안포를 발사했다. 30분간 수십 발의 포탄이 떨어져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연평도의 모습은 전쟁터 같았다. 하루 종일 불안감을 지우지 못한 채, 한국이 종전이 아닌 휴전국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이 땅에선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전쟁. 다행히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6.25를 치른 부모님들의 말씀 만으로도 전쟁의 참상은 끔찍했다. 사실주의를 표방한 전쟁물들 또한 몸서리쳐지는 간접 체험을 제공한다. 미국 HBO의 10부작 TV시리즈 '퍼시픽'(The Pacific, 2010년)도 그런 작품이다. 톰 행크스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손잡고 제작한 이 작품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후속작이자 제 2차 세계대전 종전 55주년을 기념해 만든 역작이다. '밴드 ..

아폴로 13(블루레이)

때로는 실패가 주는 감동이 승리의 기쁨보다 더 클 때가 있다. 론 하워드(Ron Howard) 감독의 '아폴로 13'(Apollo 13, 1995년)은 바로 실패의 드라마를 이야기한다. 미국의 달 착륙 계획인 아폴로 프로젝트에 따라 13번째 발사된 우주선은 중간에 고장이 나서 달에 가지 못했다. 달은 고사하고 3명의 우주비행사는 졸지에 우주 미아가 돼서 지구로 돌아오지 못할 운명에 처했다. 그때부터 우주선에 탑승한 사람들과 지구에 남은 사람들이 지혜와 마음을 합쳐 귀한 작전을 펼친다. 생사기로에서 벌이는 그들의 귀환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론 하워드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적당한 드라마를 가미해 이야기를 윤기 있게 만들었다. 특히 검은색 일색인 우주와 한정된 공간인 우주선을 무대로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