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톰 행크스 20

로드 투 퍼디션 (블루레이)

오래 전 영화 '친구'를 찍은 황기석 촬영감독의 사무실에 놀러 간 적이 있다. 다른 영화 준비중인 그의 책상에 외국 영화 잡지가 한 권 놓여 있었다. 펼쳐진 책 페이지에 노인이 뷰파인더를 들고 바지를 걷은 채 물에 서 있는 사진이 있었다. 누굴까. 황 감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콘래드 홀 촬영 감독이라고 알려줬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사진이 바로 유작이 된 '로드 투 퍼디션'(Road To Perdition, 2002년) 촬영 중에 찍은 것이었다. 로드 투 퍼디션. 맥스 앨런 콜린스와 리차드 레이너의 그래픽 노블을 샘 멘더스 감독이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도 모자를 정도로 아주 서정적인 아메리칸 느와르다. 갱이 판치던 1920년대 미국. 오래도록 갱단에 몸담았던 사내가 아들을 지키기..

지구에서 달까지 (박스세트)

톰 행크스가 HBO의 TV시리즈로 제작한 '지구에서 달까지'(From The Earth To The Moon, 1998년)는 미국의 달탐험 프로젝트인 아폴로 계획을 다룬 12부작 드라마다. 사건 순서대로 연대기적 서술을 따르기는 했지만 매 에피소드가 독립 영화처럼 독자 구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편만 떼어내서 봐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다. 그만큼 전체 구성과 각본을 탄탄하게 잘만들었다. 앤드류 치아킨의 원작 '맨 온 더 문'을 기초로 만든 이 작품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참여했다.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톰 행크스는 에피소드 1의 감독과 매 에피소드의 서두 내레이션을 맡았으며 에피소드 12에는 직접 출연까지 한다. 또 '비벌리힐즈 아이들' '스몰빌' '스타트렉' 등 성공한 TV시리즈를 만든 데이..

토이 스토리 2

전편에 이어 4년 만에 내놓은 후속작이다. 감독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존 라세터(John Lasseter). '토이 스토리 2'(Toy Story 2, 1999년)는 일반적 디즈니 만화영화와 다른 전철을 밟았다. 보통 디즈니는 전편이 성공하면 2,3편을 비디오로 내놓는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이례적으로 극장용으로 제작, 개봉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처음에 아무도 성공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해 단관 개봉했으나 놀라운 흥행 기록을 세우자 곧 미국 전역으로 개봉을 확대했다. 개봉 첫 주말 흥행 성적은 이전까지 디즈니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한 '라이언 킹'을 눌렀다. 전편보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쥬라기 공원' '스타워즈' 등을 풍자한 장면이 들어가면서 유머 또한 풍부해진 것이 성공 요인. 전편과 달리 DVD..

토이 스토리

존 라세터(John Lasseter) 감독이 만든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Toy Story, 1995년)는 100% 디지털로 만든 최초의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말하면 디즈니는 배급만 맡고 픽사가 제작했기 때문에 픽사 애니메이션이라고 보는 게 맞다. 무려 10년 전 작품이라고 보기 힘들 만큼 기술적인 완성도가 뛰어나다. 장난감을 소재로 만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간단한 줄거리와 현란한 색상, 개성 강한 캐릭터 등 모든 면에서 성공적인 애니메이션의 요소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1.77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디지털 애니메이션답게 매끈하다. 잡티, 스크래치 등 오점 없이 화면 가득 펼쳐지는 화려한 색상이 눈을 즐겁게 한다. 돌비 디지털 ..

레이디 킬러

에단(Ethan)과 조엘 코엔(Joel Coen) 형제의 영화는 대부분 그렇듯, 웃음이 터지는 상황에서도 마음 놓고 웃을 수 없는 황당함과 안타까움이 있다. '레이디 킬러'(LadyKillers, 2004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어쭙잖게 모인 5명의 사나이가 뜻밖의 상황 때문에 차례로 사라지는 이야기는 어이없으면서도 웃음이 나온다. 죽는 게 장난이냐는 항변이 터져 나올 법도 한데, 코엔 형제의 비틀기식 이야기에 익숙해 그런 지 그러려니 하게 된다. 모처럼 유쾌하게 본 작품이다. 10월 1일 국내 출시될 DVD 타이틀을 미리 보았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영상은 아주 뛰어난 화질을 갖췄다. 황색 톤의 색감도 잘 살렸고 세부 묘사 또한 섬세하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