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한스 짐머 13

인페르노(블루레이)

론 하워드 감독의 '인페르노'(Inferno, 2016년)는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에 이어 로버트 랭던 교수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원작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댄 브라운이 쓴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내용은 인구과잉이 인류에게 파멸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 일단의 사람들이 벌이는 음모를 다뤘다. 자연스러운 인구 감소가 어려울 것으로 본 문제의 사람들은 인위적으로 인구를 줄이기 위한 음모를 꾸민다. 이를 알게 된 로버트 랭던 교수가 여기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랭던 시리즈의 특징은 고대 문화나 역사 이야기를 수수께끼에 접목해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지적 즐거움을 주는 데 있다. 이 작품도 예외가 아니다. 댄 브라운이 이를 위해 선택한 열쇠는 단테의 '신곡'이다. 단테..

러시 더 라이벌 (블루레이)

론 하워드 감독의 '러시 더 라이벌'(Rush, 2013년)은 보지 않고 지나쳤더라면 후회했을 만한 작품이다. 실화를 토대로 만든 자동차 경주의 두 라이벌이 어떻게 경쟁을 벌이고 우정으로 승화시켜 나가는 지를 흡입력있게 풀어 냈다. 이 작품은 1970년대 F1 자동차 경주에서 맞수이자 친구였던 제임스 헌트와 토니 라우다의 1976년 챔피언십을 놓고 벌이는 대결을 다뤘다. 물론 극적 재미를 위해 실제보다 두 사람의 관계를 좀 더 긴장감있게 과장한 측면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사실을 충실하게 재현했다. 그렇다고 다큐멘터리처럼 무덤덤한 작품이 아니라 박력넘치는 자동차 경주의 사실적 요소를 살리면서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드라마를 강조해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모두 성공했다. 확실히 론 하워드 감독은 '분노의 역류'에..

씬 레드 라인 (블루레이)

호주에서 북서쪽에 위치한 솔로몬 군도는 1,000여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졌다. 이 중에서 큰 편에 속하는 섬이 6개 있는데, 과달카날도 그 중 하나다. 과달카날은 길이 140km, 폭 48km 정도의 섬으로, 제주도의 3.5배 크기다. 스페인의 페루 총독이 서쪽으로 가면 황금도시가 있다는 소문을 쫓아 조카인 알바르도 데 멘다나를 보내 발견한 섬인데, 멘다나는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고향 지명을 따서 섬 이름을 명명했다고 한다. 이름도 생소한 이 곳이 제 2 차 세계대전때 태평양 전투의 승패를 가른 분수령이 됐다. 태평양 전역에서 보면 작은 섬이지만 이 섬을 장악하면 호주는 물론이고 솔로몬 해역과 멀리 필리핀 제공권까지 넘볼 수 있게 돼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이를 알아본 일본군은 1942년 7월, 재..

셜록 홈즈 : 그림자 게임

아서 코난 도일의 명작 '셜록 홈즈' 시리즈의 팬이라면 가이 리치 감독의 영화 '셜록 홈즈 : 그림자 게임'(2011년)이 결코 달갑지 않을 것이다. 희대의 명탐정 셜록 홈즈를 007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인 아서 코난 도일의 설정대로라면 셜록 홈즈는 복싱과 일본식 무술인 바리츠, 변장술에 능하긴 하지만 영화처럼 매트릭스식 액션을 구사하는 것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여기에 홈즈를 돕는 의사 왓슨은 기관총과 대포까지 난사하며 영화를 미스테리극이 아닌 전쟁물로 바꿔 놓았다. 코난도일이 쓴 어떤 작품에도 이런 황당무계한 내용은 없다. 제작진이 참고한 작품은 '셜록 홈즈의 회상록'이라는 단편집에 실린 '마지막 문제'다. 이 작품은 범죄 세계 대왕인 모리어티 교수와 셜록 홈즈가 스위스의 라이헨바흐..

영화 2012.01.07

퍼시픽 (블루레이)

23일 오후 2시반 북한이 연평도를 향해 해안포를 발사했다. 30분간 수십 발의 포탄이 떨어져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연평도의 모습은 전쟁터 같았다. 하루 종일 불안감을 지우지 못한 채, 한국이 종전이 아닌 휴전국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이 땅에선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전쟁. 다행히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6.25를 치른 부모님들의 말씀 만으로도 전쟁의 참상은 끔찍했다. 사실주의를 표방한 전쟁물들 또한 몸서리쳐지는 간접 체험을 제공한다. 미국 HBO의 10부작 TV시리즈 '퍼시픽'(The Pacific, 2010년)도 그런 작품이다. 톰 행크스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손잡고 제작한 이 작품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후속작이자 제 2차 세계대전 종전 55주년을 기념해 만든 역작이다. '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