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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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린 레뷔 = 채플린 회고

'채플린 회고'(The Chaplin Revue, 1959년)는 1918년부터 23년까지 찰리 채플린이 만든 '개같은 인생' '어깨총' '순례자' 등 3편의 중편을 묶은 작품이다. 여기에 워너브라더스에서 나온 2장짜리 DVD 타이틀은 '하루의 기쁨' '양지' '유한계급' '월급날' 등 1919년부터 22년까지 나온 중단편을 추가해 총 7편을 선보였다. 이 작품들은 미국에 정착한 채플린이 오렌지밭이었던 할리우드에 처음으로 자신의 스튜디오를 세운 뒤 본격적으로 쏟아낸 영화들이다. 채플린은 여기서 끼니 때우기 조차 막막한 고단한 서민들의 삶을 떠돌이 캐릭터를 통해 투영했다. 채플린의 상징이 된 떠돌이가 등장해 채플린의 장기인 팬터마임과 절묘한 시간차를 이용한 슬랩스틱 코미디로 사람들을 웃긴다. 그런 점에서 이..

서커스

찰리 채플린이 쓴 '나의 자서전'에서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는 작품이 있다. 바로 1928년에 만든 '서커스'(The Circus, 1928년)다.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다. 제작에 얽힌 진절머리나는 기억 때문이다. 채플린은 이 작품 제작 당시 안팎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키드'를 촬영하며 만난 두 번째 부인 리타 그레이와 결혼 생활이 파경을 맞아 이혼소송 중이었다. 8개월간 이어진 이혼 소송으로 촬영이 중지됐고, 리타 그레이에게 빼앗길까봐 필름을 숨겨야 했다. 뿐만 아니라 촬영 9개월째 커다란 화재가 발생해 세트가 모두 타버렸다. 어렵게 재개한 촬영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엔딩에 나오는 마차를 몽땅 도둑맞는 일도 발생했다.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으며 채플린은 심신이 모두 지쳐버렸다. 그러니 이 ..

아티스트 (블루레이)

시대의 변화는 흥한 자와 망한 자를 낳는다. 화약은 총과 포를 부르며 칼의 시대를 접었고, 인터넷과 컴퓨터로 대표되는 디지털의 등장은 아날로그 시대의 대표적 산물인 인쇄매체의 후퇴를 불렀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1927년 알 졸슨이 주연한 최초의 토키영화인 '재즈싱어'는 순식간에 무성영화의 몰락을 가져 왔다. 미셀 아자나비시우스 감독의 '아티스트'(The Artist, 2011년)는 바로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 시대로 넘어가던 1920년대 후반 한 스타의 이야기를 다뤘다. 더글라스 페어뱅크스를 연상케 하는 주인공 조지(장 뒤자르댕)는 무성영화만 고집하다가 유성영화가 등장하면서 쇠락의 길을 걷는다. 그런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유성영화 시대에 스타로 떠오른 신인 여배우 페피(베레니스 베조)다. 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