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남자속옷 14

분노의 질주 6 : 더 맥시멈(4K 블루레이)

1981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의 시작인 '레이더스'를 내놨을 때 언론은 형편없는 오락 영화라고 혹평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스필버그 감독은 "팝콘은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지만 입에서 살살 녹고 달콤하다. 이 영화는 팝콘처럼 가볍게 여러 번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주장했다. 남는 건 없지만 재미있으면 되지 않느냐는 스필버그의 항변에서 팝콘무비라는 말이 유래했다. 저스틴 린 감독의 '분노의 질주 6: 더 맥시멈'(The Fast and the Furious 6, 2013년)은 대표적 팝콘무비다. 아니, 시리즈 전체가 팝콘 무비다. 미국인들이 환장하는 자동차와 근육질 사나이들이 울퉁불퉁 알통을 뽐내며 스피드와 힘을 겨루는 이 시리즈는 전형적인 아메리카 마초이즘의 환상을 보여..

위대한 개츠비 (4K 블루레이)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의 한 명인 F 스콧 피츠제럴드는 1896년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다행히 부유한 외가 덕분에 프린스턴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으나 거기서 만난 돈 많은 은행가 딸인 지니브러 킹에게 가난하다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대학 4학년때 제 1 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그는 자원 입대해 육군 소위로 복무했다. 그때 판사의 딸이었던 젤다 세이어를 만나 교제를 하고 약혼까지 했으나 역시 가난 때문에 파혼당했다. 이처럼 가난 때문에 빚어진 두 번의 파혼은 평생 피츠제럴드에게 상처가 됐고 작품 곳곳에 흔적으로 남았다. 다행히 자전적 소설 '낙원의 이쪽'이 성공해 파혼 당했던 젤다와 다시 만나 결혼했다. 그가 작가로서 절정에 오른 것은 지금까지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로 꼽..

더 파라다이스: 시즌1(블루레이)

"백화점은 불안정한 열정의 유용한 배출구이며 신과 남편이 지속적으로 싸워야 하는 곳이다." 지난해 국내 최초 완역돼 나온 에밀 졸라의 소설 '여인들의 행복백화점'에 나오는 구절이다. 에밀 졸라는 아내를 따라 매일같이 파리의 봉마르세, 루브르, 플라시 클라시 백화점을 찾아 5,6시간씩 머물렀다. 처음에는 백화점 단골 손님인 아내의 뒤를 따라다녔지만 나중에는 점원과 손님을 주의깊게 관찰하며 소설의 밑천으로 삼았다. '목로주점' 등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 에밀 졸라의 작품세계를 생각하면 백화점이라는 소재가 다소 의외지만, 그는 이 속에서 자본주의에 물든 19세기의 상업적 속성을 봤다. 영국 BBC1이 2012년 방영한 8부작 드라마 '더 파라다이스'(The Paradise)는 바로 에밀 졸라의 소..

서유기 월광보합 (블루레이)

유진위 감독의 '서유기 월광보합'(1994년)은 주성치가 손오공으로 나오는 서유기 시리즈 두 편 가운데 첫 번째에 해당한다. 두 편의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지는 만큼 서로 다른 작품이라기 보다는 전편에 해당한다. 내용은 과거 손오공이라는 기억을 잊고 도적 무리의 두령으로 살아가는 지존보가 자신을 찾는 이야기다. 중국 4대 기서 중 하나인 '서유기'에 뿌리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원작에서 캐릭터만 빌려 왔을 뿐 이야기는 완전 다르다. 과거로 시간을 되돌리는 등 SF 요소에 중국식 판타지가 섞인 점이 특이하다. 여기에 '도성'으로 뜬 코미디 스타 주성치가 강점을 갖고 있는 모레이타우와 액션이 뒤범벅돼 적당한 웃음을 선사한다. 모레이타우란 말이 되지 않는 억지스런 상황을 만들어 황당한 웃음을 선사하는 중국 특유의..

브루스 브라더스 2000 (블루레이)

원래 외래어 표기법대로라면 이 영화는 '블루스 브라더스 2000'(Blues Brothers 2000, 1998년)이 맞는데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 제목은 '브루스 브라더스 2000'으로 돼 있다. 전작도 타이틀 제목이 '브루스 브라더스'로 돼 있어거 맞추기 위한 조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색하다. 희한한 것은 영화 본편에 들어있는 한글자막에는 '블루스 브라더스 2000'으로 돼 있다는 점이다. 타이틀 제목과 본편 자막 제목이 다르니, 일관성이 없다. 영화는 전편만큼 요란하고 장난끼 가득하지는 않지만 전편의 인기를 열심히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전편의 아우라와 파괴적인 장난끼에는 미치지 못하며, 만화같은 황당한 설정이 오히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묘미는 끈적끈적한 블루스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