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차태현 6

엽기적인 그녀(블루레이)

곽재용 감독의 '엽기적인 그녀'(2001년)는 여러 사람에게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1999년 PC통신 나우누리에서 견우74라는 필명을 사용한 김호식씨가 연재한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견우라는 청년이 우연히 독특한 성향의 여대생을 만나 사랑과 이별을 겪는 이야기다. 원작 소설은 작가의 실화를 토대로 했지만 곽 감독이 이를 영화에 맞게 고쳤다. 우선 결말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고 중간에 시각적 재미를 줄 수 있는 여대생의 소설 이야기 등이 들어갔다. 어쩌면 원작 소설 그대로 만들었다면 영화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을 수 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사랑에 대한 기대를 아련한 아픔과 함께 잘 버무려 이야기를 만드는데 탁월한 솜씨를 갖고 있는 곽 감독은 '비 오는 날의 수채화'에서 보여준 감수성을 ..

과속스캔들 (블루레이)

강형철 감독의 '과속스캔들'(2008년)은 원래 제목이 '과속 3대'였다. 말 그대로 속도 위반으로 모인 가족 3대의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이야기가 신파나 무거운 주제로 흐르지 않고 쿨한 웃음으로 이어진다. 그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30대 젊은 나이에 할아버지가 된 라디오 DJ 남현수(차태현)와 20대 미혼모인 딸(박보영), 그리고 손자인 기동(왕석현)이 한 집에 모여 사는 설정 자체가 결코 흔하거나 가벼운 소재는 아니다. 이를 깨알같은 에피소드로 엮어 웃음을 터뜨린 강 감독의 연출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여기에는 물론 자연스런 웃음을 유발한 배우들의 연기도 제 몫을 톡톡히 했다. 특히 한물 간 연예인을 연기한 차태현은 연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다. 그만큼 이번 배역은 제 몸에 맞는 ..

과속스캔들

강형철 감독의 '과속스캔들'(2008년)은 차태현을 위한 영화다. 극중 주인공인 라디오 DJ 남현수를 연기한 차태현은 평소 TV 오락프로에서 보여준 모습과 '엽기적인 그녀' '복면 달호' 등의 영화에서 맡았던 역할들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너스레를 떨며 웃기는 모습이 억지스럽지 않고 유쾌한 것은 그의 매력이자 장점이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무조건 차태현에게만 전적으로 기대는 것은 아니다. 고교 시절 사고를 쳐서 아들을 낳은 딸 황정남을 연기한 박보영과 그의 아들 황기동을 연기한 왕석현 또한 맛깔스런 양념 역할을 했다. 특히 아역배우 왕석현은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서 선발됐다던데, 무시무시한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선수답게 표정연기가 아주 훌륭하다. 30대 중반에 할아버지가 된 사내와 ..

영화 2008.12.21

무림여대생

과거의 달리 우리 영화의 흥행이 예전만 못하다. 관객의 외면을 받는 질 낮은 영화들이 한국 영화의 수준을 떨어뜨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곽재용 감독의 '무림여대생'(2008년)이 대표적인 경우다. 곽 감독은 '비오는 날의 수채화'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 등 재미있는 작품을 곧잘 만들기도 했지만, '무림여대생'처럼 엉망인 작품도 꽤 된다. 곽 감독이 이 작품을 통해 들고나온 로맨틱무협코미디라는 변종 장르는 무술을 기본으로 하는 무협물이면서 청춘 남녀의 사랑과 웃음이 고명처럼 얹혔다는 뜻.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제 맛을 내지 못하고 뒤죽박죽 돼버렸으니 차라리 섞지 않으니만 못하다. 와이어 액션에 의존한 무술 연기는 '매트릭스2'와 '스파이더맨3'의 무슬 감독을 맡은 디온 람이 지도했다는데, 배우들 연..

바보

김정권 감독의 '바보'(2008년)는 강풀이 그린 같은 제목의 만화가 원작이다. 토스트 장사를 하며 혼자서 동생을 키우는 승룡(차태현)은 발달 장애로 사람들에게 바보 소리를 듣지만 마음만큼은 더 없이 순수하다. 그래서 갖가지 고민과 삶의 어려움 때문에 힘들어하는 지호(하지원)와 상수(박희순) 등 주변 친구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된다. 영화가 보여주는 사람들의 삶은 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모습이다. 반대로 순수한 모습을 지닌 채 변함없는 삶을 사는 승룡은 사람들의 이상이요, 꿈이다. 영화는 두 가지 대척점에 서서 거울처럼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을 담백하게 그렸다. 특히 영화는 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과거의 흔적들이 묻어있는 풍경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정서를 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