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글을 쓰는 잡지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좀 다른 주제였다.
'비터 로맨스'.
말 그대로 쓰디 쓴 사랑을 다룬 영화를 소개하는 기획이었다.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를 적어냈다.
원고를 맡고 예전에 봤던 영화를 곰곰히 생각해 봤다.
남들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를 얘기하던데 난 결말 부분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런 장면이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상처를 주고 떠났던 여인이 다시 나타났다.
마치 아무일 없었던 듯 스스럼없이 얘기를 하던 여인이 남자의 손을 잡는다.
남자는 슬그머니 여인의 손을 놓는다.
그리고는 화난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니고 슬픈 표정도 아닌 무덤덤한 얼굴로 돌아선다.
그 장면을 보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이장희가 만든 '안녕이란 두 글자는 너무 짧죠'라는 노래다.
그가 쓴 노래말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우린 우리가 나눈 소중한 사랑을 위해 속은 울지만 웃어버리죠."
영화가 끝날 때보면 유지태는 허수아비처럼 들판에 팔을 벌리고 서서 웃는다.
그의 웃는 모습을 보면 속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 노래는 이장희보다 우순실의 목소리로 들어야 제격이다.
폐부를 쥐어짜는 듯한 소리로 부르는 절절한 노래가 오래도록 가슴을 때린다.
-안녕이란 두 글자는 너무 짧죠-
너무 아쉽겠지. 가슴이 아파 피가 나겠지.
너무도 견디기 힘들겠지. 나도 마찬가지일테니까.
헤어지지 않을 수 있다면 또 몰라도
가슴이 찢어지는 듯 하겠지만
먼 훗날 그때의 회상을 위해
우리 살짝 웃어버릴까요.
웃음 속엔 눈물이 가득하겠지만
헤어질 땐 모두 울기만 하니
우린 우리가 나눈 소중한 사랑을 위해
속은 울지만 웃어버리죠
가끔 생각이 나겠죠
아니 생각을 막 하겠죠
그리곤 내 가슴이 아파지겠죠
지금 내 마음 아픈 것 처럼
안녕이란 두 마디는 너무 짧죠
그 누구가 이 단어를 만들었는 지
내 심장을 도려내는 이 아픔을
어찌 그리 간단하게 표현했나요
훗날 우린 또 만날 수 있을까요
너무나도 보고 싶겠죠
하지만 그럴 수는 없겠죠
이별이란 다 그런거라니까.
옛 생각이 나서 LP를 꺼내 찍어봤다. 이장희가 이 땅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 낸 음반이다.
B면 첫 번째 곡이 바로 '안녕이란 두 글자는 너무 짧죠'다.
이 노래를 맛깔스럽게 부른 우순실의 CD다. CD랙을 한참 뒤적거려서 겨우 찾았다.
이장희의 LP는 물론이고 우순실의 CD조차 지금은 구할 수가 없는 희귀음반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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