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키 오사무 감독의 애니메이션 '고르고 13'(Golgo 13-The Movie, 1983년)은 저패니메이션 역사의 한 획을 긋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3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사이토 타카의 원작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점과 세계 최초로 컴퓨터 그래픽을 도입한 점도 그렇지만 영화 기법을 적용한 참신한 영상, 남성팬들을 자극하는 하드보일드한 내용은 20여년이 지난 지금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대단하다.
애니메이션은 불사신에 가까운 능력을 지닌 프로페셔널 킬러인 고르고 13이 지금까지 만난적이 없는 강인한 적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데자키 오사무 감독은 강도높은 폭력과 선정적인 장면, 그의 과거작인 '내일의 죠' '베르사이유의 장미' 등에서 보여준 프리즈 프레임 등의 영상 기법을 적절히 가미해 그만의 확실한 색깔을 유감없이 과시한다.
요즘의 화려하고 정교한 애니메이션에 익숙하다면 이 작품이 무척 촌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작품들이 있었기에 애니메이션이 발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은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내용과 영상 모두 최고의 점수를 주고 싶다.
최근 국내 출시된 DVD는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한다.
오래된 작품인 만큼 화질은 그저 그렇다.
전체적으로 뿌옇고 윤곽선이 흐릿하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요란한 편은 아니지만 총소리 등은 제법 실감나며 우수에 젖은 음악들이 적절하게 살아있어 들을 만 하다.
<파워 DVD 캡처 샷>
한 장면에서 차례로 나타나는 분할 화면을 통해 단계적인 느낌을 강조한 기법. 이처럼 데자키 오사무는 애니메이션에 실사 영화 못지 않은 느낌을 주는 기발한 기법으로 깜짝 놀라게 만든다.
데자키 오사무의 트레이드 마크인 정지그림. 영화의 프리즈 프레임처럼 느낌을 강조하는 정지 그림은 움직이는 영상을 일시 정지시킨게 아니라 아예 정지용 그림을 따로 그려 처리했다. 만화책처럼 강렬한 펜터치를 그대로 드러낸 그림이 아주 인상적이다.
야외에서 촬영한 것처럼 햇빛이 사선으로 비껴드는 놀라운 투광효과 역시 이 작품의 특징.
고르고 13은 맡은 일은 어떠한 조건아래서도 끝까지 수행하는 불사신에 가까운 육체와 비정할 정도로 냉철한 성격을 지닌 하드보일드 주인공의 전형이다.
폭력 수위 역시 강도가 높다.
미야자키 하야오처럼 데자키 오사무 역시 메카닉 마니아인 만큼 총기 묘사가 세밀하다.
내용도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다. 건물의 창을 통해 뒤편 건물의 인물을 저격하는 설정은 황당하면서도 주인공의 특별한 능력을 강조하는 매력이 있다.
요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할화면 기법을 무려 20여년전 애니메이션인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세계 최초로 CG를 도입했다. 당시 기술로는 이 정도 영상 표현이 한계였다. 손그림과 지나치게 차이나는 CG의 이질감이 이 작품의 결점으로 꼽힌다.
애니메이션 기법 못지않게 숨가쁘게 돌아가는 카메라 앵글도 훌륭하다. 어지간한 액션 못지 않은 박력을 선사한다.
고르고 13의 실제 모델은 배우인 다카쿠라 켄으로 알려져 있다. 우수에 찬 음악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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