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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공작 (블루레이)

울프팩 2019. 5. 23. 08:14

기사로 언론에 많이 소개된 박채서는 참으로 독특한 인물이다.

3 사관학교를 나와 각종 훈련과 교육을 받고 소령 계급으로 국군정보사령부 공작단 본부에서 근무하던 그는 국가안전기획부의 지시로 이중 스파이 노릇을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남북한을 오가며 이중 스파이 활동을 한 것처럼 가장한 안기부의 공작원이었다.

당시 안기부가 그에게 부여한 암호명이 흑금성이었다.

 

사업가를 가장해 중국과 북한을 드나들던 박채서는 북에서 꽤나 신임을 얻어 김정일까지 만났다.

덕분에 그는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이 주도한 북풍을 막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다.

 

북풍이란 지금의 자유한국당이 뿌리를 둔 신한국당에서 선거에 이기기 위해 북한에 무력 도발을 부탁하고 몰래 지원한 것으로, 북에서 일어난 바람이라는 뜻의 북풍 또는 총으로 일으킨 바람이라는 뜻의 총풍이라고도 한다.

실제로 북한은 제15대 총선을 앞두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북측 지역에 중대 병력을 증원하는 무력시위를 벌였고 그 바람에 안보 문제가 불거지면서 야당인 국민회의는 10~20석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김영삼 정부는 극심한 기근에 시달렸던 북한에 밀가루를 몰래 보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대외적으로 대북 지원 중단을 선언한 상태였으나 물 밑에서 북한과 무력 시위를 위한 정치 협상을 벌였고 이런 사실이 훗날 시사저널에 보도됐다.

 

여기에 재미를 붙인 신한국당은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회창 후보 당선을 위한 총풍 공작을 벌였다.

대선에 임박해 북한이 휴전선에서 총을 쏘며 무력 도발을 하면 안보 문제를 강조해 야당의 김대중 후보를 누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흑금성 이야기를 쓴 김당 기자의 '공작'에 따르면 당시 북한은 중국에서 사업가 장석중과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 특보' 명함을 들고 나타나 거액을 대가로 총풍 제안을 한 한성기라는 인물의 신원 조회를 박채서에게 의뢰했다.

박채서는 이 사실을 안기부에도 알렸고 김대중 후보 측에도 제보했다.

 

더불어 박채서는 북측에 한씨의 신분이 불확실하다고 전해 북한에서 총풍 공작을 진행하지 않았다.

총풍이 무산되면서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고 안기부는 수뇌부가 물갈이됐다.

 

김당 기자의 책 '공작'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안기부는 북풍 공작 수사를 피하기 위해 흑금성을 이중간첩으로 모는 문서를 만들어 일부러 언론에 흘렸다.

그 바람에 박채서는 남과 북 양쪽에서 모두 위협받는 처지에 몰렸다.

 

다행히 김정일이 골동품 사업 등에 기여한 점을 감안해 "통 크게 봐주라"고 지시한 덕분에 북측으로부터 위기를 모면했고 이효리와 조명애가 등장하는 삼성전자의 휴대폰 광고 사업 등을 계속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남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안기부는 고의로 흑금성의 신분을 노출시킨 뒤 쓸모없어진 박채서를 해고했고 북한 접촉을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을 걸어 6년간 옥살이를 시켰다.

박채서는 2016년 만기 출소할 때까지 겪었던 이야기를 대학 노트 4권에 기록했고 이를 친분이 두터운 김당 기자에게 넘겨 '공작'이라는 책으로 소개했다.

 

윤종빈 감독이 만든 영화 '공작'(2018년)은 바로 흑금성의 실화를 토대로 했다.

안기부 관련 소재를 찾던 그는 언론 등에 보도된 흑금성 이야기를 알게 돼 일부 관계자들을 만난 뒤 영화로 만들었다.

 

물론 영화는 실화를 토대로 하긴 했지만 재미를 위해 사실과 다르게 고친 부분들이 있다.

또 실명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흑금성이 남과 북을 오가며 비운의 스파이 노릇을 하게 된 기본적인 토대는 같다.

실화와 달리 영화에서 볼 만한 것은 역시 시각적인 부분이다.

 

꽤나 공을 들여 재현한 중국이나 북한 풍경, 스파이들의 행위를 묘사한 영상은 실제 북한에서 촬영한 것처럼 꽤나 그럴듯하다.

그러나 북한을 가보거나 관련 자료를 구하기 힘든 현실 때문에 북한을 다룬 장면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비판도 받았다.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등 배우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진지한 연기도 좋았다.

다만 액션보다 대화 위주로 진행되는 내용 때문에 극적 재미를 끌어올리기에 한계가 있다.

 

윤 감독도 이를 의식한 듯 블루레이에 수록된 삭제 장면을 보면 주인공이 북한군과 싸움을 벌이고 달아나는 액션을 찍기는 했으나 사실과 다르고 너무 작위적이라고 느꼈는지 상영본에서 빼버렸다.

다만 북한군으로 나온 정소리가 기타를 치며 '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은 노래도 잘하고 잔잔한 감동이 있어서 좋았는데 삭제해 아쉬웠다.

 

제작진은 대사가 많아 이 작품을 구강 액션이라고 불렀다는데, 전체적으로 스파이물 특유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기에 역부족이었다.

워낙 방대한 사건을 2시간 여에 압축하다 보니 내용상 성긴 부분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고 이를 대사로 압축 처리하면서 극적 재미도 떨어졌다.

 

차라리 '스파이 브릿지'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처럼 특정 지점에 집중하는 소재를 찾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본편과 부록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다만 스파이물의 긴장감을 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영상을 약간 어둡게 만들어 답답하게 보인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요란한 편은 아니지만 괜찮다.

각 채널을 따라 소리가 움직이는 느낌이 확연하게 살고 방향감이 좋다.

 

부록으로 감독과 황정민 이성민 주지훈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미술 및 분장, 로케이션, 삭제 장면과 포스터 촬영, 제작진 인터뷰 등이 들어 있다.

모두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북한의 영변 원자로 장면은 부산에서 촬영한 뒤 컴퓨터 그래픽을 입혔다.
중국 베이징과 연변 장면은 대만의 문화유산인 양명산 중산루에서 촬영. 이곳은 국가원수급 귀빈을 대접하거나 연회를 열었던 장소다.
황정민이 연기한 흑금성은 2010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돼 6년간 복역 후 만기 출소했다. 과거에 꽤 인기를 끈 모토로라의 스타택 휴대폰이 보인다.
고려관 장면은 대만의 시골 식당에서 촬영. 북한이 많이 사용하는 김정일화라는 꽃장식을 벽에 배치했다.
윤감독은 처음부터 흑금성 역으로 황정민을 선택했다. 윤감독은 황정민을 선과 악이 공존하는 배우로 봤다.
베이징의 캠핀스키 호텔 장면도 대만서 촬영.
김당의 '공작'에 따르면 북한은 묘향산 중턱 전시관이 김일성 김정일 부자가 대를 이어 수집한 골동품을 보관하고 있다. 북한은 이를 팔아 김정일의 통치자금을 조성했다고 한다.
북한의 무력 도발 장면도 약간 과장해서 묘사.
평양 시가지 모습은 해외 촬영 영상을 구입해 컴퓨터 그래픽을 입혔는데 1990년대가 아닌 요즘 모습이어서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을 받았다.
북한 금수산 궁전은 충북 중원대 건물을 이용해 촬영.
김정일 등 뒤로 커다란 혁명화가 걸려 있는 집무실 장면. 그러나 실제 김정일 집무실에는 혁명화가 걸려 있지 않다고 한다.
기주봉이 연기한 김정일.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기주봉인 줄 모를만큼 분장을 잘했다. '나는 전설이다' '맨 인 블랙3' 등에 참여한 뉴욕의 특수분장팀이 6시간에 걸쳐 분장을 했다.
대기근으로 굶어죽은 시체들이 쌓여 있는 북한 마을 풍경은 강원도 동해시의 동부메탈에서 촬영. 일제시대 광업소의 관사 건물들을 이용.
2018년 칸에서 공개한 영화는 147분이었으나 국내 상영시 137분으로 줄었다.
이성민이 연기한 리명운은 북한 대외경제위원회 심의처장을 지낸 리철을 모델로 했다.
미술팀이 실제로 담근 뱀술을 소품으로 사용했으나 잘못돼 썩는 바람에 악취가 진동했다고 한다.
이효리가 특별 출연. 그는 윤 감독이 쓴 손편지를 읽고 출연하게 됐다.
박채서의 주선으로 삼성은 북한에서 가수 이효리와 북한의 조명애가 함께 출연하는 휴대폰 광고를 찍을 예정이었으나 촬영 직전에 무산됐다.
정소리가 기타를 치며 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이 삭제됐다. 정소리가 노래를 썩 잘했는데 아쉽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공작 1
김당 저
 
공작 (2Disc)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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