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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크리스마스(블루레이)

울프팩 2020. 3. 24. 22:47

크리스마스가 되면 캐럴 못지않게 라디오에서 많이 흘러나왔던 1980년대 팝이 바로 왬의 'Last Christmas'였다.

크리스마스에 헤어지게 된 연인의 이야기를 다룬 이 노래는 안타까운 가사말과 달리 귀에 쏙쏙 들어와 박히는 멜로디와 조지 마이클의 매력적인 목소리 덕분에 엄청 인기를 끌었다.

 

조지 마이클이 이 노래를 발표한 것은 1984년.

당시 고교 시절이었는데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듣고 왬에 빠졌던 기억이 난다.

 

이후 크리스마스가 되면 어김없이 라디오에서 꽤 많이 리퀘스트 송으로 방송됐고 덩달아 스키장을 배경으로 찍은 그들의 뮤직비디오도 인기였다.

조지 마이클의 노래 제목과 같은 폴 페이그 감독의 '라스트 크리스마스'(Last Christmas, 2019년)는 한마디로 블링블링한 영화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수가 되기를 꿈꾸며 제멋대로 살던 여주인공 케이트(에밀리아 클라크)는 우연히 마주친 남자 톰(헨리 골딩) 덕분에 서서히 바뀌게 된다.

곤경에 처하거나 흔들릴 때마다 불쑥 나타나 응원해주고 마음을 잡아주는 톰 덕분에 케이트는 달라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그 안에는 톰에 대한 연정도 들어 있다.

하지만 톰은 정작 필요할 때 연락하기도 힘든 존재다.

 

좀처럼 만나기 힘든 톰은 끝까지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며 결정적으로 반전을 가져오는 인물이다.

그의 정체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만큼 중요한 요소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케이트와 톰의 안타까운 사랑으로 점철된 B급 로맨스 코미디다.

이 속에 세르비아계 이민자 가족과 중국계 남성, 동성애 커플, 노숙자들을 끌어들여 다민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의 메시지를 심었다.

 

아닌 게 아니라 브렉시트로 대변되는 영국의 보수화 흐름은 노골적인 인종 차별과 빈부 갈등을 심화시키며 점점 더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이 잘 정리돼서 표출되기보다는 잡다하게 두서없이 늘어놓은 모양새여서 주제 의식이나 메시지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일관성이 없다.

 

정작 눈길을 끄는 것은 뻔한 이야기보다 크리스마스트리처럼 화려한 영상이다.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반짝이는 런던 곳곳의 풍경을 예쁜 그림으로 담아냈다.

 

마치 런던 홍보를 위한 관광엽서 같은 영상들로 가득하다.

폴 페이그 감독은 런던을 엄청 좋아한다고 밝혔는데 영상만으로도 그의 런던 사랑이 그대로 드러난다.

 

더불어 인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노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라스트 크리스마스' 노래로 시작한 영화는 끝날 때까지 온통 조지 마이클의 노래로 가득하다.

 

1980년대 팝 키드라면 귀에 익숙한 'Everything She Wants' 'Wake Me Up Before You Go-Go'부터 'Faith' 등 조지 마이클 추모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목소리가 넘쳐난다.

막판 등장하는 'This is How'는 조지 마이클의 미발표 곡이었는데 영화 직전 공개돼 엔딩 타이틀에 삽입됐다.

 

이 곡은 그가 죽기 전에 녹음한 마지막 곡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조지 마이클이 그리워진다.

 

그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좋은 선물이 될 만한 영화다.

아쉽게도 그는 노래 제목처럼 2016년 크리스마스에 급성 심부전으로 고인이 됐다.

 

그의 나이 불과 53세였다.

그의 여동생 멜라니 파나요투도 3년 뒤인 2019년 크리스마스에 55세 나이로 거짓말처럼 숨을 거뒀다.

 

그리스계 영국인이었던 조지 마이클의 본명이 게오르기오스 키리아코스 파나요투다.

희한하게도 남매가 모두 성탄절에 세상을 떠났다.

 

1080p 풀 HD의 2.0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크리스마스 장식의 찬란한 색깔들이 보석처럼 빛난다.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조지 마이클의 노래가 청취공간을 감싼다.

 

부록으로 감독의 음성해설, 배우들의 음성해설, 삭제 장면과 NG컷, 노래 녹음 장면, 비하인드 씬, 제작 배경, 제작진 인터뷰, 촬영지 소개, 세트장, 유니버설 스튜디오 투어 등이 들어 있다.

음성해설을 제외하고 한글 자막이 들어 있으며 모두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영화는 리젠트 스트리트부터 코벤트 가든, 피카딜리 광장, 일렉트릭 애비뉴 등 런던 곳곳을 보여준다.
케이트가 일하는 '크리스마스 무렵'이라는 성탄용품을 파는 상점은 캐나다 퀘벡시티의 노엘 상점을 닮았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 출연했던 유명 중국배우 양자경이 상점 주인으로 등장.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서 인기를 끈 헨리 골딩과 '왕좌의 게임'으로 유명한 에밀리아 클라크가 남녀 주연을 맡았다.
제작진은 인파를 피해서 주로 새벽 2시에 런던 곳곳을 돌며 촬영.
소공원인 피닉스 가든에서 찍은 장면. 피닉스 극장 뒤에 있는 이 곳은 1984년에 조성됐다.
극 중 케이트의 엄마로 나온 엠마 톰슨이 제작을 맡고 각본 작업에도 참여했다.
폴 페이그 감독은 '어너컴퍼니드 마이너'가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실패한 뒤 할리데이 코미디를 다시 만들지 않으려고 했으나 엠마 톰슨이 보내준 대본을 읽고 생각을 바꿨다.
런던의 임뱅크먼트에서 촬영한 장면. 엠마 톰슨이 폴 페이그를 감독으로 추천했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화려한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이 나란히 붙어 있는 모습은 양극화로 치닫는 런던의 모습을 대변한다. 이 동네는 예전에 사냥개들을 몰아둬서 개들의 섬으로 불렸다.
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은 런던의 알렉산드리아 팰리스에서 촬영.
런던 스트랜드 거리에서 찍은 장면. 제작진은 이 곳에서 새벽 4시에 추위에 떨며 촬영했다.
페이그 감독은 런던을 아주 좋아해서 매일 런던 신사처럼 정장을 차려입고 촬영장에 나타났다.
조지 마이클은 극 중 남녀 주인공처럼 익명으로 노숙자 지원단체를 후원했다.
피카딜리 서커스 근처의 저민 스트리트는 신사의 동상이 상징하듯 남성 정장 등 남자들을 위한 패션거리다. 페이그 감독도 이 곳에서 옷을 많이 샀다.
에밀리아 클라크는 극 중 노래를 모두 직접 불렀다.
막판 공연 장면에 왬에서 조지 마이클과 함께 활동한 앤드루 리즐리가 관중으로 카메오 출연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라스트 크리스마스 (1Disc)
 
라스트 크리스마스 (1Disc)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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