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최고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 교수가 판사를 향해 석궁을 겨눈 희대의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에서 김명호 교수의 석궁사건으로 보도한 내용이다.
사건의 발단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균관대 수학과의 김명호 교수가 성대의 본고사 채점 도중 수학 문제에서 오류를 발견했다.
하지만 같은 수학과 교수들은 동료 교수가 출제한 문제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학교의 명예가 실추된다며 오히려 총장에게 김 교수를 징계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결국 김 교수는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아 부교수 승진에서 탈락하고 재임용마저 실패했다.
이에 김 교수는 복직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대한수학회와 고등과학원 등에 문제 오류 여부를 가려달라고 조회했으나 모두 답변을 거절했다.
오히려 해외의 유명 수학자들이 문제가 잘못됐다는 의견서를 전달했으나 법원에서 채택되지 않았다.
그 바람에 김 교수는 2005년 복직 소송에서 패소했고 2년 뒤 2007년 항소심에서도 패하고 말았다.
김 교수는 재판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항소심 판사였던 박홍우 부장판사에게 찾아가 석궁을 겨눴다.
이 과정에서 박 판사는 김 교수가 쏜 석궁에 부상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상해 혐의로 기소된 김 교수는 석궁을 쏘지 않았다고 반박했으나 결국 4년형을 받고 2011년 만기 출소했다.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은 바로 김 교수의 석궁 사건을 토대로 만든 영화다.
극적 효과를 위해 약간의 드라마를 섞은 픽션이지만 실제 사건을 제대로 구현해 마치 법정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제작진은 김 교수가 실형을 받게 된 점에 의문이 많다고 보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덕분에 김 교수 사건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 작품을 보면 사건의 내막을 대강 파악할 수 있다.
반면 법원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진행되다보니, 영화를 보고 나면 사법부 판결에 대해 여러가지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김 교수 역을 맡은 안성기의 연기도 좋았지만 판사를 연기한 이경영 문성근의 연기가 훌륭했다.
판결에 의문을 제기하려는 것이 제작진의 의도였다면, 판사를 연기한 두 배우의 빛나는 연기가 이 같은 의도를 잘 살렸다.
반면 변호사를 연기한 박원상은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느낌이 든다.
'남부군' '하얀 전쟁' 이후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정 감독의 관록있는 연출도 작품에 무게를 더했다.
특히 차분하게 흐르는 패닝과 롱테이크 등의 카메라 워킹은 고답적인 느낌이 들면서도 그만큼 안정적인 영상을 보여줘 작품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다지 극적인 재미가 강한 작품은 아니지만, 사회성 강한 드라마들처럼 국내 사법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약간 거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괜찮은 화질이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간헐적인 서라운드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정지영 감독, 안성기 박원상 김지호 등 배우 및 실제 석궁사건의 주인공 김명호 전 교수, 김 교수의 변호를 맡은 박훈 변호사가 참여하는 음성해설, 제작과정 등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박원상이 연기한 변호사가 알콜 중독이라는 설정은 실제와 다른 허구다. 변호사 역은 처음에 김상경에게 제의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아무래도 동작이 많지 않은 법정 드라마이다 보니 서로 마주앉은 고전적 앵글의 투 샷이 많다. 김 교수 역은 안성기가 연기. 촬영은 김형구 촬영감독이 맡았고, 347만명의 관객이 들었다.
경향신문에서 오랜 세월 영화담당 기자를 하고 스포츠칸 국장을 지낸 배장수 기자가 카메오 출연.
2008년 항소심을 진행한 이회기 재판장은 재판 도중 돌연 사임하고, 김앤장으로 옮겼다. 이경영이 이회기 재판장을 연기. 후임으로 문성근이 연기한 신태길 판사가 재판을 이끌었다.
문성근이 석궁 사건을 기록한 작가 서형의 '부러진 화살'이라는 책을 정 감독에게 추천해, 이를 읽은 정 감독이 영화로 만들게 됐다.
김 전 교수는 피습을 당했다고 주장한 박홍우 판사가 입었던 여러 겹의 옷에 뚫린 화살자국의 위치가 어긋난 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혈흔이 실제 박 판사의 것인지 DNA 검사를 요구했으나 법정에서 모두 기각됐다.
특히 부러진 화살은 여러가지로 의문의 대상이 됐다. 딱딱한 물체가 아닌 사람의 몸에 맞을 경우 부러질 수 없기 때문이다.
김지호가 연기한 여기자 역은 책을 쓴 작가와 당시 모 언론사 여기자를 섞은 가공의 인물이다.
김 교수가 감옥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도 극적 재미를 위해 집어넣은 허구다. 교도소 장면은 옛날 초등학교를 개조한 세트다.
실제 법정에서는 변호사나 검사가 왔다갔다 하며 일장설을 늘어놓지 않는데, 이 영화는 그 점을 충실하게 재현해 다른 법정물과 달리 현실감이 높다는 평을 들었다. 실제로 재판 당시 방청객들이 판사를 향해 계란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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