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부산행

울프팩 2016. 7. 30. 22:20

좀비 영화의 묘미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 있다.

끝없이 밀려오는 좀비들을 피해서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이 살아남는지가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맥을 잘 짚었다.

오로지 추격전에만 집중해 좀비 영화의 묘미를 한껏 살렸기 때문.

 

어떻게 좀비가 됐으며 어떻게 해결하는 지 군더더기 같은 얘기들을 모두 잘라내고 사람과 좀비의 추격전에만 집중했다.

좀비의 등장은 간단한 인트로 컷으로 처리했고 해결 과정은 관객의 상상에 맡겼다.

 

특히 이 작품은 부산행 KTX라는 한정된 공간을 무대로 삼아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

달리는 기차라는 폐쇄공간을 이용해 마구 몰려오는 좀비떼의 공격을 극대화한 것.

 

어떤 인물들이 기차에 타고 있으며 이들의 성격을 묘사하는 간략한 장면들만 설명처럼 붙었다.

그만큼 영화는 임팩트있고 늘어지지 않으며 빠르게 진행된다.

 

여기에 인물들의 성격 묘사도 깔끔하다.

명확하게 갈리는 악당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통해 이야기가 단선적으로 흘러간다.

 

그렇다 보니 영화가 끝나면 마치 '바이오 하자드' 류의 게임을 한 판 즐긴 것처럼 남는 것은 없다.

그저 '삼국무쌍'같은 마동석의 시원한 액션만 기억에 남을 뿐.

 

다만 영화가 말하는 것은 명확하다.

처음부터 악인도 선인도 없으며 상황이 악인과 선인을 가른다는 것.

 

삶에 지독한 집착을 보이는 기업체 임원이나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을 구하는 영웅같은 존재도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진 것이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만든다는 것이다.

즉 평소에는 마냥 좋던 사람도 위기의 순간에 이기심을 드러내며 악인이 될 수도 있고, 평소에 건달같던 사람도 남의 생명을 구하는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해진 것은 없다.

다만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그 사람에 대한 평가로 따라 붙는다는 것을 영화는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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