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브리짓 존스의 일기(블루레이)

울프팩 2011. 12. 17. 09:51

연애는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심리전이다.
하지만 완벽한 전술이 없듯, 상대의 마음을 꿰뚫는 방법이 없다 보니 때론 어긋나기도 하고 때론 운명처럼 이어지기도 한다.

샤론 맥과이어(Sharon Maguire) 감독의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 2001년)는 연애가 얼마나 힘든 전쟁인 지 보여주는 로맨틱 코미디다.
하물며 마음이 급한 30대 노처녀에게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헬렌 필딩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30대 노처녀가 두 명의 남성 사이에서 운명처럼 얽힌 사랑의 실타래를 풀어 나가는 내용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배역이 기가 막혔다.

이미 영화 제작 이전부터 소설이 잘 팔린 덕분에 노처녀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브리짓 존스를 르네 젤위거(Renee Zellweger)가 망가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연기했다.
언제나 그렇듯 바람둥이 하면 먼저 떠오르는 휴 그랜트(Hugh Grant)와 다소 까칠해 보이는 콜린 퍼스(Colin Firth) 역시 제대로 어울리는 배역을 맡았다.

세 사람이 펼치는 우스우면서도 안타까운 이야기 위로 적절하게 어울리는 음악이 흘러 완벽한 감정이입을 이룬다.
그만큼 감독의 연출 역량이 돋보였던 작품.

덕분에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히트했고 속편까지 제작됐지만, 속편은 전편만 못했다.
뮤지컬로도 제작됐으며, 최근 3편 제작 소문이 들리기도 한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무난한 편.
미세한 지글거림이 보이지만 크게 거슬리진 않는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크지 않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삭제 장면, 브리짓 존스 신드롬 현상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노처녀가 절절한 외로움에 'All By Myself'를 따라 부르는 이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 영화의 상징 같은 장면.
브리짓 존스를 연기한 르네 젤위거는 체중을 11kg가량 늘리고 배역과 같은 경험을 쌓기 위해 영국 출판사에서 이름을 숨긴 채 한 달 정도 일을 했다.
르네 젤위거는 캐스팅 당시 미국 여성이 영국인 역할을 맡는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영국 여성 비비안 리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미국인 역할을 한 적이 있다는 제작진의 주장으로 논란을 잠재웠다.
얄미운 바람둥이 역할을 제대로 해낸 휴 그랜트.
한 여인을 놓고 두 남자가 싸움을 벌이는 장면에 흐르던 'It's raining man'이 인상적이다. 그만큼 장면과 잘 어울리는 음악이 잘 배치됐다.
작가이자 기자였던 헬렌 필딩은 1995년 영국 신문에 동명 소설을 연재하며 유명해졌다.
헬렌 필딩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에서 브리짓의 이미지를 따왔다.
샤론 맥과이어 감독은 BBC TV 시리즈 '오만과 편견'에 출연한 콜린 퍼스를 보고 까칠하면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마크 역으로 캐스팅했다.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 워킹타이틀의 계보를 확실하게 있는 작품.
눈이 펑펑 쏟아지는 극 중 배경도 그렇지만, 연말이면 더욱 쓸쓸해지는 솔로들의 심정을 제대로 헤아린 이야기 덕분에 특히 생각나는 겨울 영화다.
르네 젤위거 등이 아카데미 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정작 이 작품으로 상을 탄 인물은 각본 작업에 참여한 리처드 커티스 감독. 그는 이 작품으로 런던 비평가협회 작가상을 받았다.
욕조 위로 늘어진 빨래, 여기저기  쌓여있는 입었던 옷들, 그리고 욕조에 들어앉아 눈물 흘리며 속눈썹을 떼는 여주인공. 굳이 대사와 설명이 없어도 노처녀의 쓸쓸함이 단박에 묻어나는 샷이다. 깔끔한 촬영은 스튜어트 드라이버그의 솜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