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La Dolce Vita)

볼 만한 DVD2005/09/07 21:14 Posted by 울프팩

내 기억 속의 1982년은 변화가 참 많은 해였다.
중 3이었던 그때 처음으로 학생들의 두발 자유화가 허용돼 이전까지 머리를 박박깎고 다니던 학생들이 머리를 길게 기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영화 '친구'처럼 후크를 채우는 일본식 교복은 계속 입어야 했다.

그해 1월부터 밤 12시 이후에도 돌아다닐 수 있도록 통행금지가 해제됐다.
그해 여름 강변가요제와 대학가요제에는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카세트테이프와 LP판을 보면 소용돌이의 '보랏빛 안개' '나빠' '님의 눈물' 등이 그해 강변가요제에서 배출한 보석같은 노래들이었으며 우순실의 '잃어버린 장미' 역시 그해 대학가요제에서 동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해 처음으로 프로야구라는게 생겼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던 나였지만 분위기에 휩싸여 손바닥만한 '야구대백과'라는 미니책도 사서 읽고 주말이면 프로야구 중계를 열심히 봤다.

당시 난 OB베어스의 팬이었다.
남들과 달리 내가 OB를 응원한 이유는 유니폼때문이었다.
모든 구단 가운데 유일한 브이네크 감색 상의와 흰 바지는 꼭 나치 독일군복처럼 절도있고 사람을 미끈하게 보이는 마력이 있었다.
실제로 눈을 게슴츠레 뜨고 구레나룻을 길게 기른 김우열이나 학다리 신경식, 머리가 구불구불한 박철순 등은 베어스 유니폼이 정말 잘 어울렸다.

김종현 감독의 '슈퍼스타 감사용'(2004년)은 82년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영화다.
프로야구 원년 최하위팀인 삼미 슈퍼스타즈의 투수 감사용을 주인공으로 선택한 이 영화는 승리를 얘기하지 않는다.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통해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며 노력하는 사람들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인간적이고 가슴에 와닿는다.
특히 82년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면 옛날 앨범을 뒤적이는 것처럼 영화를 보는 동안 가슴 한 켠이 아려올 것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는 무난한 화질이다.
간혹 잡티와 이중윤곽선이 살짝 보이지만 색감이나 해상도 모두 무난한 편.
DTS ES를 지원하는 음향도 적절한 서라운드 효과와 음량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살렸다.

<파워 DVD 캡처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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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을 연고지로 삼미그룹이 만든 슈퍼스타즈는 창단 원년인 82년에 15승 65패라는 지금도 깨지지 않는 기록을 세우며 꼴찌를 했다.
장항선이 연기한 삼미 슈퍼스타즈의 초대 감독 박현식은 불과 한 달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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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투수 감사용을 연기한 이범수는 오른손 잡이다. 그래서 오랜 시간 왼손으로 공 던지는 훈련을 하고 영화에서 그럴 듯한 투구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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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프로야구 선수중에 유일하게 직장인이었다가 선수로 나선 감사용은 82년에 15연패라는 최다 연패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5년 정도 프로야구 선수로 뛰었으며 86년에는 OB로 이적해 박철순과 함께 선수생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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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타자였던 포수 금광옥을 연기한 이혁재. 코믹한 그의 이미지가 영화속 감초역할을 했다. 연기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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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오로 출연한 박용우. 개그맨 정준하와 백윤식도 카메오로 출연했다. 백윤식이 야구장 인부로 출연한 장면은 영화에서 삭제됐으나 DVD 부록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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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한 경기 장면 재현을 위해 실제 야구를 할 줄 아는 배우 위주로 뽑았고, 경기장 조명을 모두 영화용 텅스텐 조명으로 바꿔서 설치한 뒤 바디캠 등을 활용해 촬영했다. 덕분에 경기 장면이 생생하다. 배경이 된 경기장은 국내 유일의 흙바닥인 부산 구덕 경기장. 당시 서울운동장으로 불렸던 동대문 야구장도 흙바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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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용의 형 삼용으로 출연한 조희봉. 감사용 형의 실제 이름은 영화와 달리 감삼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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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매표소 아가씨인 은아(윤진서)와 만드는 로맨스는 모두 가상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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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을 떠올리며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던 서정적인 배경. 영화와 더불어 박민규의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도 비슷한 분위기여서 재미있게 볼 만 하다. 후반이 약간 늘어지기는 하지만 삼미에 얽힌 일화와 기록들을 소재로 재미있게 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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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투수 박철순으로 등장한 공유. 남보다 손가락이 2~3센티미터 가량 길어서 넉클볼 등을 구사할 수 있었던 박철순은 82년에 22연승이라는 프로야구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영화에서는 감사용이 그의 20연승 기록전에서 맞붙는 것으로 돼 있으나 실제로는 16연승전에서 맞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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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를 암시적으로 처리한 장면. 삼미는 82년에 특정팀 전패라는 역시 지금까지 깨지지 않는 기록을 세웠는데 그 상대팀이 바로 OB였다. 그것도 16연패라는 완벽한 궁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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