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티끌모아 로맨스

울프팩 2012. 6. 14. 06:40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시작된 미국 금융 위기는 유럽을 거쳐 이제 전세계로 확산돼 불황의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어디를 막론하고 생산 고용 소비 어느 것 하나 불안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답을 찾기 쉽지 않다.

88만원 세대라는 말은 이 같은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워낙 취업이 힘들다 보니 20대의 대부분이 비정규직 평균 급여에도 못미치는 월 88만원을 받는 어려운 삶을 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비단 20대만의 얘기가 아니다.
통계청이 지난해 4분기를 기준으로 발표한 국내 1,731만명의 임금 통계를 보면 월급쟁이의 절반 이상이 월 200만원 이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인가족 최저생계비가 149만5,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겨우 생활하는 수준인 셈이다.
특히 비정규직의 87%가 월급이 200만원 이하라고 하니, 삶이 팍팍할 수 밖에 없다.

김정환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티끌모아 로맨스'(2011년)는 이런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취직을 못해 놀고 있는 백수청년(송중기)과 빈 병까지 주워서 파는 억척스런 짠순이(한예슬)의 가난이 맺어준 사랑을 다룬 영화다.

영화의 대부분은 두 사람의 신산한 삶과 이 속에서 어려움을 이겨내고 가까워지는 과정을 다뤘다.
억척스럽고 힘들게 사는 삶을 다룬 것은 좋았지만 지나친 희화화가 문제다.

그 바람에 오히려 좋은 소재에 대한 현실감이 떨어지고 씁쓸한 웃음만 남았다.
과연 남자 주인공처럼 암울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마냥 낙천적으로 무사태평일 수 있는 지, 빈 병 팔아 2억이라는 돈을 만들만큼 현실이 녹녹한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힘든 현실에 허덕이는 20대들이 봤다면 한예슬 같은 애인을 꿈꾸며 마음 편하게 웃고 희망을 가질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
그러기에는 너무 아픈 소재를 건드렸다.

그렇다고 현실을 잊을 만큼 시원한 웃음을 선사하는 것도 아니어서 참으로 어정쩡한 영화가 돼 버렸다.
더불어 물로 씻은 듯 매끈한 송중기 한예슬 두 배우도 영화적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캐스팅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평범한 화질이다.
블루레이에 비하면 색감과 샤프니스 등이 한참 떨어지지만 우리 DVD로는 무난한 편.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들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시사회 등이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송중기와 한예슬이 남녀 주연을 맡았다.
한예슬이 옥상을 건너 뛰는 장면은 직접 와이어에 의존해 연기. 빈 병을 위해 목숨을 걸 만큼 처절한 여주인공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겠지만 너무 과장됐다.
스쿠터 동호회장으로 나온 개그맨 문세현은 촬영 후 입대했다.
'뿌리깊은 나무' '성균관스캔들' 등 드라마에서 인기를 끈 송중기는 구질구질한 티가 나지 않아서 집에서 입던 의상을 가져와 활용을 했다고 한다.
두 주인공의 생활 공간인 옥상은 창신동에서 촬영.
결혼식장 부페에서 김밥을 담아가다가 떨어뜨리는 장면은 감독이 영국 BBC TV 시트콤 '엑스트라즈'에 나온 장면을 인용했다.
영화적 연출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부동산. 제작진은 촬영을 위해 70군데 이상을 다녔다고 한다.
송중기는 우쿨렐레 연주를 위해 따로 배워서 연습을 했다.
송중기가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은 동작대교에서 와이어에 매달려 연기.
막판 등장하는 느릅나무는 가지가 무성하지 못해 다른 나무에서 가지를 잘라다 붙이고 촬영. 영화 속 한예슬이 좋아하는 영화 '겨울나그네'는 2010년 타계한 곽지균 감독의 데뷔작으로, 그에 대한 오마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