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본드가 달라졌다.
21번째 007 시리즈인 '카지노 로얄'(Casino Royal, 2006년)에는 한 마리 들짐승같은 제임스 본드가 등장한다.
말쑥한 옷차림으로 여자들을 유혹하는 바람둥이 기질, 어떤 싸움에서도 다치는 일 없이 적들을 모두 제압하는 슈퍼맨같은 007은 사라졌다.
또 기존 시리즈의 전매특허였던 황당무계한 비밀무기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 바람에 Q도 사라졌다.
아울러 007의 트레이드마크인 마티니도 마시지 않는다.
플레이보이 겸 슈퍼맨 같은 첩보원과 비밀무기가 빠진 007 시리즈는 온전한 액션물로만 존재한다.
여기 맞춰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한 007은 더 할 수 없이 거칠고 비정하며 폭력적이다.
티모시 달튼을 제외하고 숀 코네리,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넌, 조지 라젠비 등 매끈하게 생긴 역대 007과 달리 다니엘 크레이그의 투박한 외모가 007에 어울릴지 걱정을 했는데 기우였다.
크레이그는 선 굵은 연기로 캐스팅 당시 혹평을 퍼부은 언론의 비난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기존 007 시리즈에 익숙한 팬이라면 180도 달라진 007의 모습이 낯설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007이다.
작품 내용은 테러자금을 주무르는 악당과 포커 게임으로 대결을 벌이는 007의 이야기를 다뤘다.
007이 악당과 게임을 하기 위해 벌이는 모험과 게임 후 활약상이 볼 만 하다.
마틴 캠벨 감독은 군더더기 없는 연출로 긴장감을 한껏 살린 멋진 액션물을 만들었다.
후반부 이야기가 약간 늘어지는 감이 들지만 주인공 007은 물론이고 이야기 구성이 시리즈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화질이 괜찮다.
기대만큼 샤프니스가 높지는 않지만 필터를 사용한 강렬한 색감이 잘 살아있으며 잡티나 스크래치가 전혀 없다.
DTS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훌륭하다.
리어의 활용도가 높아서 사방에서 튀는 총소리가 일품이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장면들>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한 007은 한마리 들개처럼 더 할 수 없이 거칠다. 제작진은 오히려 이언 플레밍의 원작에 충실한 "터프한 007"이라고 설명했다.
타이틀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바뀌었다. 크리스 코넬이 부른 주제가 'You Know My Name'도 좋다.
전작의 007이었던 피어스 브로스넌은 나이가 너무 많아 제외되고 처음부터 다니엘 크레이그가 후보로 거론됐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크레인 샷을 이용한 공중 격투 장면.
초반 아프리카에서 007에게 쫓기는 악당이 기가막히게 달아나는 장면은 신종 스포츠인 프리 런닝을 이용. 이를 위해 프리 런닝 창시자인 세바스찬 푸칸이 직접 악당 몰라카 역으로 출연.
'뮌헨' '레이어 케이크' '툼레이더' 등에 출연한 다니엘 크레이그는 영국에서는 유명했지만 이 작품이전에는 그다지 주목받는 배우는 아니었다.
초반부터 요란한 액션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중반 공항 테러로 이어지면서 숨 쉴틈없이 몰아친다.
본드 걸로 등장한 에바 그린. 소피 마르소를 연상케 하는 미모가 본드걸에 잘 어울렸다.
막판 악당과 운명의 포커 대결을 벌이는 카지노.
액션은 더 할 수 없이 과격하고 거칠지만 의외로 잔혹한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변함없이 본드카로 등장하는 애스턴 마틴. 그렇지만 비밀무기를 모두 제외하고 군살을 쫙 뺐다. 이 장면에서 7바퀴를 구른 기록은 기네스가 인정한 세계 신기록이다. 애스턴 마틴은 경주용 차량처럼 무게중심이 낮아 뒤집히지 않기 때문에 제작진은 내부에 공기 펌프를 장착해 실린더가 강하게 도로를 때려서 강제로 뒤집는 방법을 사용했다.
007은 이전 작품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굴욕을 당한다. 나체로 묶인 채 악당에게 거대한 밧줄 뭉치로 낭심을 난타당하는 고문을 당한다. 깨지고 찟기고 고통받는 007의 모습이 참으로 인간적이다.
007 시리즈는 이국적인 풍물을 보는 재미가 있다.
체코 프라하, 베니스, 바하마 낫소 등지를 돌며 촬영.
막판 가라앉는 베니스 건물은 짐벌 위에 설치한 세트다. 덕분에 이 건물 세트는 여러 방향으로 흔들리며 6미터까지 침수가 가능했다.
이 작품에는 007의 사랑이 등장한다. 진심으로 여인을 사랑하게 된 그는 뜻하지 않은 일을 겪으면서 비정한 스파이로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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