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하면 우선 떠오르는 작품이 바로 '7인의 사무라이'(七人の侍, 1954년)다.
이 작품은 그를 국제적으로 알린 첫 작품이면서 베니스 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전란으로 피폐해진 일본 전국시대에 툭하면 산적에게 시달리는 농촌 사람들이 7명의 사무라이를 고용해 산적들을 막는 내용이다.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잘 살아 있고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과 싸움 장면을 긴장감 넘치게 묘사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만든다.
특히 산적을 유인해 덫에 가두듯 마을에 하나씩 몰아넣고 때려잡다가 빗속에서 최후의 결전을 치르기까지 긴장감을 점차 높여 나가는 연출 솜씨가 일품이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두 가지를 강조했다.
영화의 소재가 된 사무라이라는 직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시대와 함께 사라져 간 변화 속 존재다.
반면 농민들은 사무라이들이 판치던 전국시대나 지금이나 여전히 살아남아있는 변하지 않는 존재다.
이는 곧 질긴 생명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두 가지 대비가 있다.
사무라이들의 칼이 죽음을 이야기한다면 농부들의 칼은 삶을 이야기한다.
죽음과 삶이 본디 하나이지만 겨울을 밀어내고 봄이 오듯 죽음을 이겨내는 것은 결국 생명력이다.
막판 치열한 싸움을 치른 뒤 활기차게 노래를 부르며 모를 심는 농부들의 모습을 보고 "이번에도 우리는 졌어. 이긴 것은 저 농부들이야"라는 사무라이의 대사가 이를 대변한다.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질긴 생명력의 암시다.
미국의 율 브린너는 이 작품에 빠져서 판권을 구입해 '황야의 7인'이라는 이름의 서부극으로 다시 만들었으며, 샘 페킨퍼 감독은 이 작품에서 '와일드 번치'의 모티브를 얻었다.
하지만 영화 속 또 다른 줄기인 남녀의 로맨스를 두고 이 작품과 '황야의 7인'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황야의 7인'이 할리우드식 해피엔딩을 지향한다면 이 작품은 확실한 답을 하지 않고 관객의 상상에 맡겼다.
다만 시대적 정황을 감안했을 때 할리우드 해피엔딩과 다른 결말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네마테크용 필름은 141분이지만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과거 DVD 타이틀과 마찬가지로 3시간이 넘는 207분짜리 오리지널 영상이 그대로 수록됐다.
1080p 풀 HD의 4대 3 풀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워낙 오래된 흑백 영상이어서 화질을 논하는 것이 의미 없다.
필름 손상 흔적인 세로 줄무늬가 여기저기 나타나고 밝기도 달라지는 등 화질 편차가 있다.
플리커링도 간간이 보이지만 그래도 70년 전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난한 화질이다.
특히 DVD 타이틀보다 화질이 많이 개선됐다.
음향은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지만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영상 두 편이 들어 있는데, 한글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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