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여행

뉴질랜드 남섬-퀸스타운

울프팩 2014. 11. 4. 00:00

뉴질랜드 남섬에서도 남쪽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도시 퀸스타운은 거짓말 같은 곳이다.

늦가을 날씨처럼 제법 쌀쌀해 두툼한 파커에 목도리까지 두른 사람들 사이로 반바지와 반팔 셔츠, 심지어 민소매 옷을 입은 사람들이 돌아 다닌다.

 

얼핏 옷차림만 보면 계절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

하늘을 보면 여름처럼 새파란 하늘에 양떼같은 구름들이 뭉글 뭉글 떠있고, 그 아래 옥색부터 진한 남색까지 다양한 빛깔을 지닌 바다같은 호수가 파도를 출렁이고 있다.

 

사람들이 드러누워 볕을 쪼이는 호숫가 풍경만 보면 영락없는 여름 해변 풍경이다.

하지만 눈을 들어 보면 새하얗게 눈을 이고 있는 설산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한 도시 안에 4계절이 공존하는 곳, 그것이 퀸스타운이다.

뉴질랜드 남섬은 '반지의 제왕'과 '호빗'의 촬영지로 유명한데, 아닌게 아니라 초록의 나무들 위로 눈을 덮어 쓴 흰 산맥을 보면 간달프와 프로도 일행이 샤우론을 피해 달아나던 영화 장면이 생각난다.

 

퀸스타운은 도시의 끝에서 끝까지 왕복해도 채 1시간이 걸리지 않는 작은 도시지만 참으로 할 게 많다.

우선 바다로 착각할 만큼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고 푸른 와카티푸 호수 주변을 산책해도 좋고, 스카이 곤돌라를 타고 도시 뒷산에 올라 트랙을 달리는 루지를 타도 좋다.

 

활동적인 것을 원한다면 익스트림 스포츠가 발달한 뉴질랜드 답게 계절에 따라 스키, 산악자전거, 패러글라이딩, 보드, 트램핑 등 각종 야외활동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번지점프 촬영지이기도 한 이 곳은 그만큼 번지점프로 유명하다.

 

이도 저도 싫다면 아기자기한 도시를 거닐며 예쁘게 꾸민 상점들과 카페, 각종 맛집을 순례하는 즐거움이 있다.

또 밤이면 호수 위로 쏟아질 듯 밤 하늘을 가득 채운 별무리에 빠져들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즐기려면 사나흘 정도는 이 곳에 머무는 것이 좋다는 점이다.

워낙 날씨에 따라 하늘과 물빛이 시시각각 달라지며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는 곳인 만큼 이 곳에 머물며 밀포드 사운드, 와나카, 글리노키 등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바다같은 와카티푸 호수를 끼고 있는 뉴질랜드 남섬의 작은 도시 퀸스타운. 하지만 워낙 경치가 아름다운 곳으로 소문나 수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온다. 

퀸스타운의 명물 햄버거가게인 퍼그버거. 식사 시간이 아닌 때에도 길게 줄을 서야 할 만큼 하루 온 종일 사람들로 붐빈다. 냉동 퍼티를 사용하는 다른 햄버거 가게와 달리 직접 고기를 구워 요리를 해줘서 아주 맛있다. 기본적으로 크기가 워낙 커서 양이 적은 사람은 한 개도 벅차다. '빅알'같은 대형버거는 한 개를 시켜서 둘이 나눠 먹으면 좋고, 사슴고기로 만든 '스윗 밤비' 등이 맛있다. 더불어 생양파로 튀겨주는 양파튀김도 일품이다. 

예전 양모 운반선을 흉내낸 카페를 본 딴 여객선. 저 배를 타면 양털 목장에 들려 양털깎는 체험을 해볼 수도 있다. 

숙소인 소피텔 바로 옆에 있던 론스타. 이 곳의 포크립은 예술이다. 지금도 잊지 못할 만큼 소스가 맛있다. 

공기가 워낙 맑고 깨끗해 밤이면 하늘이 수 많은 별들로 빛나고 맑은 호수는 그대로 도시의 야경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날씨가 아주 좋으면 은하수를 볼 수도 있다. 

호수를 끼고 왼편에 위치한 퀸스타운 가든은 더할 수 없이 고즈넉한 산책로이다. 둘레가 10여미터에 이르는 거목들이 끝간데 없이 뻗이 있는 산책로 안쪽으로는 각종 꽃이 피어있는 잔디 정원이 있다. 

새벽 1시 넘어 거세게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아침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푸른 하늘이 나타났다. 무심코 호텔 발코니에 나선 순간, 절로 경탄이 터져 나왔다. 밤새 구름에 가려졌던 산봉우리들이 온통 흰 눈으로 뒤덮여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저 흰 눈은 온 종일 쏟아진 햇빛에 다음날 많이 녹아 없어졌다. 그래서 퀸스타운은 며칠 묵으며 시시때때로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보는게 좋다. 

퀸스타운은 뉴질랜드 북섬의 오클랜드 공항까지 가서 국내선 비행기를 갈아 타고 두 시간 가량 가야 한다. 퀸스타운 공항에서 시내 중심가까지 버스로 15분 가량 걸린다. 

와카티푸 호수는 반드시 오른편과 왼편에 뻗어있는 산책로를 모두 가보는 게 좋다. 양 쪽이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호수는 더 할 수 없이 맑아서 주변은 바닥이 환하게 들여다 보인다. 퀸스타운은 워낙 유명한 곳이라 여름과 겨울철 각종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반면 쇼울더 시즌으로 부르는 10월은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적어 여행하기 좋다. 

퀸스타운에서는 어느 도시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가 없다. 대신 갈매기, 오리, 참새들이 많다. 

잔디밭에 앉아 과자나 빵봉지를 꺼내면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고 주변에 앉아서 볕을 쪼이던 오리떼들이 우르르 다가온다. 받아 먹는 것에 익숙해졌는 지,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 

스카이 곤돌라를 타고 산꼭대기에 올라가 내려다 본 퀸스타운 전경. 이 곳에서 루지를 탈 수도 있다. 왕복 곤돌라비와 루지를 두 번 탈 수 있는 콤보 패키지 가격이 1인당 뉴질랜드 달러로 70불. 루지는 반드시 두 번 타는게 좋다. 서로 다른 코스를 타 볼 수 있기 때문. 특히 두 번째 코스가 더 재미있다. 

호수 주변에 갤러리들이 몇 군데 있는데 그 중에서도 화가 팀 윌슨의 갤러리는 압권이다. 뉴질랜드 풍경을 신비롬게 담아 낸 그림이 너무 좋아서, 팀 윌슨에게 허락을 받고 작업하는 모습을 찍어 봤다.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맛있는 음식점들. 그 속에서 평화롭게 시간을 즐기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퀸스타운은 그야말로 힐링의 도시다.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 확장판 : 블루레이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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