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영화팬들을 기다리게 만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걸작 '성난 황소'가 드디어 DVD로 나왔다.
국내 개봉 제목인 '분노의 주먹'(Raging Bull, 1980년)으로 출시된 이 작품은 1940년대에서 50년대를 주름잡으며 세계 미들급 챔피언을 지낸 실제 권투 선수 제이크 라모타의 전성기와 몰락을 그렸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한 빼어난 영상이 압권이다.
마치 링에 서있는 권투선수의 눈처럼 움직이는 카메라는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극적 효과, 음향 과 어우러져 더할 수 없이 비장하고 치열한 경기장면을 만들어냈다.
특히 흑백으로 찍은 영상은 승리의 영광과 패배의 처절함을 더욱 부각시킨다.
여기에 고무줄처럼 몸무게를 늘였다 줄이며 열정을 쏟아부은 로버트 드니로 등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와 음악광인 스콜세지가 직접 선곡한 아름다운 음악 또한 이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는 화질이 괜찮은 편이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 또한 서라운드 효과는 많지 않지만 대사 및 아름다운 배경 음악 등은 명확하게 전달된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만큼 제작과정, 실존 인물인 제이크 라모타의 회상, 감독 및 배우들 인터뷰 등 다양한 부록이 들어있다.
감독의 음성해설이 국내판 DVD에서 누락된 점은 아쉽다.
<파워 DVD 캡처 샷>
영화사에 길이 남는 빼어난 오프닝.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가 아름답게 흐르는 가운데 춤추듯 쉐도우 복싱을 하는 드니로의 모습이 슬로 모션으로 나타난다.
극중 인물에 완전히 몰입한 드니로는 말년의 라모타를 연기하기 위해 두 달만에 무려 27kg을 찌웠다.
스콜세지 감독이 메인 테마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선택한 이유는 어려서부터 집에서 자주 들었던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라모타의 동생으로 출연한 조 페시는 당시 배우를 포기한 상황이었다. 단 한 편의 영화를 찍고 마땅히 일이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비전이 없다고 보고 연기를 접었는데, 우연히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본 드니로가 출연을 제의했다. 이후 두 사람은 내리 3편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다.
라모타의 부인 비키역으로 출연한 캐시 모리어티는 배우가 아닌 아마추어였다. 우연히 실제 비키의 사진을 본 조 페시가 이웃집에 살던 닮은 꼴 소녀를 데려온 것. 어찌보면 무덤덤한 그의 연기가 오히려 작품과 잘 어울렸다.
흑백으로 찍은 이유는 권투 글러브 때문이다. 원래 컬러로 찍은 경기장면을 시연하던중 영국의 마이크 파웰 감독이 보고 글러브 색깔이 이상하다고 지적한다. 당시 적갈색인 글러브가 밝은 빨강으로 나온 것. 결국 제 색깔을 낼 수 없자 스콜세지 감독은 흑백으로 촬영한다.
라모타의 행복한 한때를 다룬 홈비디오 장면은 트럭운전수가 촬영했다. 처음에는 촬영감독과 스콜세지가 각각 찍어봤으나 아무리 서툴게 찍어도 프로의 흔적이 역력해 할 수 없이 트럭운전수에게 맡긴 것.
조 페시와 악수를 나누는 프로모터 역할은 이 작품의 원작인 라모타의 자서전을 공동집필한 피터 새비지가 카메오처럼 출연했다.
음악만 좋아하고 스포츠에 관심이 없던 스콜세지 감독은 잘 모르는 권투 경기를 찍기 위해 자기가 좋아하던 음악을 대입, 춤으로 해석했다. 그래서 각 경기를 탱고, 왈츠, 폭스트롯 식으로 정해놓고 정해진 박자를 밟듯 모든 동작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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