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줄리에타'(Julieta, 2016년)는 독특한 영화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는 만남과 이별을 강조하듯 만남과 동시에 이별을 함께 이야기한다. 영화는 줄리에타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이 우연히 기차에서 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시작된다. 그렇게 하룻밤을 보낸 여인은 남자의 아이를 갖게 되고 바닷가 마을에 사는 남자를 찾아가 아이를 낳아 기른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일들이 터지면서 여인은 사랑했던 많은 것들과 이별을 한다. 여인은 사랑했던 존재들이 곁을 떠나자 심한 무기력증에 빠진다. 그들의 빈자리를 보며 새삼 그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들이 보여준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마치 퇴화한 생물체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생활을 놓아버렸던 여인은 어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