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 작품 또한 음악이 좋기로 유명하다. '탱고' 카르멘' 등은 훌륭한 음악 덕분에 영상이 더욱 빛났다. '까마귀 기르기'(Cria Cuervos, 1976년)도 마찬가지. 그의 걸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 초기작은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 치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한 소녀의 이야기다. 소녀는 남편의 바람끼 때문에 괴로워하던 어머니가 병들어 죽어가던 광경과 애인하고 잠자리 도중 침대에서 죽은 아버지를 목격한다. 부모의 죽음 이후 여름 한철 소녀를 꼼짝 못하게 하는 이모는 프랑코 치하의 독재정권 시절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소나기처럼 힘들고 암담했던 시절은 지나가고, 소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등교를 한다. 부모의 죽음을 지켜본 소녀의 기억 속에는 암담했던 현실을 잊게 해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