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라흐마니노프 2

샤인 (블루레이)

호주의 숨은 피아니스였던 데이비드 헬프갓의 연주는 독특하다. 자기만 알아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중얼거리며 연주한다. 얼핏보면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리거나 감탄사를 내뱉는 글렌 굴드 연주를 떠올리게 하는데, 정도가 그보다 훨씬 심하다. 마음에 드는 부분을 여러 번 반복하거나 연주가 끝나면 객석으로 내려가 앞줄에 앉은 관객을 끌어 안는다. 왠지 잘했으니 칭찬해 달라고 칭얼거리는 어린애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피아노 실력 만큼은 입이 딱 벌어질 만큼 뛰어나다. 스콧 힉스 감독의 '샤인'(Shine, 1996년)은 비운의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을 다룬 실화다. 피아노에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던 헬프갓은 무조건 곁에만 두려는 귄워적인 아버지를 피해 도망치듯 런던왕립음악원으로 유학을 간다. 그곳에서 그는 ..

7년만의 외출 (블루레이)

마릴린 먼로하면 우선 떠오르는 모습이 밑에서 불어닥친 바람에 솟아오른 치마를 누르는 사진이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이 사진은 바로 빌리 와일더 감독의 '7년 만의 외출'(The Seven Year Itch, 1955년)의 홍보 사진이다. 하지만 이 사진 때문에 잔뜩 기대에 부풀어 영화를 보면 실망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치마가 날리며 먼로의 팬티가 드러나는 장면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의 장면을 촬영하긴 했다. 하지만 당시 영화제작협회가 만든 검열방침인 헤이스코드 때문에 자진 삭제했다. 당시 헤이스코드는 5초 이상 키스를 하면 안되고, 침대에 앉아 키스를 나눌 때에는 반드시 한쪽 발이 바닥에 닿아 있어야 하는 등 지금보면 황당한 검열기준으로 당시 영화제작을 옥죄었다. 이것만 봐도 먼로가 활동하던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