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벤 스틸러 7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블루레이)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로또에 당첨돼 돈벼락을 맞거나 영웅이 돼서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는 식의 황당하면서도 짜릿한 상상을 한 번쯤 해본다. 물론 실현 가능성이 요원하지만 상상만으로도 즐거우니 꼭 무익한 일은 아니다. 1939년 제임스 서버는 보통 사람들의 흔한 상상을 글로 써 돈을 벌었다. 그가 뉴요커지에 발표한 단편 '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은 평범한 소시민인 월터 미티가 직장을 가거나 마지못해 따라나선 아내의 쇼핑길에 떠올린 공상들을 다뤘다. 때로는 암살자가 되고 때로는 군인이 돼서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이야기는 그만큼 오락거리로 손색이 없어 MGM에서 1947년 뮤지컬 코미디 형태의 영화로 만들었다. 그로부터 65년이 지나 코미디언 겸 배우 벤 스틸러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만든 리메이크작이 ..

메가마인드 (블루레이)

악당이 있어야 영웅이 빛나듯, 악당 또한 영웅이 있어야 제 역할이 산다. 그래서 악당이 영웅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톰 맥그라스 감독의 애니메이션 '메가마인드'(Megamind, 2010년)는 이처럼 독특한 발상에서 출발했다. 영웅이 사라진 도시에서 무료해진 악당이 돋보이기 위해 영웅을 만든다는 이야기. 하지만 정작 초능력을 부여받은 영웅은 정의의 사도 역할을 버리고 악당보다 더 못된 짓을 한다. 어쩔 수 없이 악당이 영웅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 유럽 출장길에 비행기에서 이 작품을 처음 보고 신선한 내용과 재미있는 캐릭터에 빠져들었다. 이 작품의 묘미는 기본적인 히어로물의 설정을 뒤집은데 있다. 악당 속에서 선함을 찾고 영웅의 권태와 타락을 다루면서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기 때문. 하지만 가족 영화의 한계상..

케이블가이 (블루레이)

워낙 땅이 넓은 미국은 유선방송이나 위성방송이 아니면 TV 시청이 힘들다. 공시청 시설이나 가내 안테나로 TV 수신이 잘 안되기 때문. 그만큼 미국에서 이사를 가면 가장 먼저 케이블TV 회사 또는 디렉TV 같은 위성방송 업체에 연락을 한다. 배우 겸 감독인 벤 스틸러의 '케이블가이'(The Cable Guy, 1996년)는 이런 미국인들의 세태를 꼬집은 영화다. 외로움에 굶주린 유선방송 설치기사가 고객을 스토킹하면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공포스런 이야기다. 주인공인 유선 설치기사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짐 캐리가 맡았다. 그는 당시 2,000만 달러라는 거액의 출연료를 받아 화제가 됐다. 그가 맡은 주인공은 어린시절 부모의 외출로 항상 집에 혼자 남아 TV만 보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2

벤 스틸러의 '박물관이 살아있다2'(Night at the Museum2, 2009년)는 할리우드 특유의 허황된 농담을 질질 늘린 그렇고 그런 코미디물이다. 전작처럼 신비의 힘을 지닌 황금판의 영향으로 박물관의 박제와 밀랍인형들이 살아나며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전편처럼 숀 레비가 감독한 이 작품은 무대를 스미소니언 박물관으로 옮겨 나폴레옹, 알 카포네, 폭군 이반, 링컨 대통령 등 역사속 인물들을 대거 동원해 규모를 키운 점이 특징. 전작의 주인공 벤 스틸러를 비롯해 테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을 연기한 로빈 윌리엄스, 오웬 윌슨, 에어미 아담스 등 낯익은 얼굴들이 다수 등장한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 먹을 게 없다는 속담처럼, 이 영화는 규모가 크고 유명 배우들이 나온다고 볼 만한 작품이 될 수 없다는 ..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바비 패럴리와 피터 패럴리 형제가 만든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There's Someting About Mary, 1998년)는 아주 시원하게 웃을 수 있는 폭소극이다. 이 작품을 감독하고 각본까지 쓴 패럴리 형제는 바로 '덤 앤 더머'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등을 만든 코미디 전문가들이다. 영화의 설정은 단순하지만 이야기 진행은 배꼽을 빼놓을 만큼 황당하고 재미있다. 너무나도 매력적인 여인 메리(카메론 디아즈)에게 반한 남자들(벤 스틸러, 맷 딜런, 리 에반스)이 메리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대소동을 다뤘다. 연신 터지는 웃음 속에 복선과 반전을 절묘하게 배치할 만큼 구성도 잘된 편이다. 아울러 한창 때의 카메론 디아즈가 출연해 모델 출신답게 늘씬한 매력을 발산한다. 배우들의 훌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