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블루스 4

브루스 브라더스(4K 블루레이)

블루스라는 음악 장르를 떠올리면 3, 5, 7도의 반음씩 낮아지는 블루노트가 대변하듯 나른함과 끈적임, 그리고 우울한 슬픔이 묻어난다. 노예로 팔려온 흑인들의 영가에 뿌리를 두었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우울한 음악을 가지고 요란한 활극을 만든 사람들이 있다. 바로 존 벨루시와 댄 애크로이드다. 1970년대 TV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코미디를 한 이들은 블루스브라더스 밴드를 결성해 큰 인기를 끈다. 이를 본 제작진이 영화로 만들었고, 컬트 영화처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작품이 바로 존 랜디스 감독의 '브루스 브라더스'(The Blues Brothers, 1980년)다. 어려서 자란 고아원이 밀린 세금 때문에 문 닫을 위기에 처하자, 두 주인공이 나서서 밴드를 재결성해 돈을 버는 내용..

브루스 브라더스 2000 (블루레이)

원래 외래어 표기법대로라면 이 영화는 '블루스 브라더스 2000'(Blues Brothers 2000, 1998년)이 맞는데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 제목은 '브루스 브라더스 2000'으로 돼 있다. 전작도 타이틀 제목이 '브루스 브라더스'로 돼 있어거 맞추기 위한 조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색하다. 희한한 것은 영화 본편에 들어있는 한글자막에는 '블루스 브라더스 2000'으로 돼 있다는 점이다. 타이틀 제목과 본편 자막 제목이 다르니, 일관성이 없다. 영화는 전편만큼 요란하고 장난끼 가득하지는 않지만 전편의 인기를 열심히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전편의 아우라와 파괴적인 장난끼에는 미치지 못하며, 만화같은 황당한 설정이 오히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묘미는 끈적끈적한 블루스 음악..

게리 무어와 친구들 'One Night in Dublin' Live (블루레이)

게리 무어(Gary moore)는 아일랜드 록 기타리스트 중에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이다. 1952년생인 그는 벨파스트에서 태어나 69년 스키드 로우라는 밴드에서 활동했다. 이후 자신의 이름을 딴 게리 무어 밴드, 콜로세움 등에서 활동했지만 정작 그가 유명해진 것은 친구인 필 리노트와 함께 록밴드 씬리지에 몸담았을 때였다. 특히 그가 참여한 씬리지의 'Black Rose' 앨범은 밴드 최고의 명반으로 꼽힌다. 그는 씬리지 투어에도 참가하는 등 필 리노트와 가깝게 지냈는데, 86년 1월4일 필 리노트가 폐렴으로 사망하며 더 이상 함께하지 못했다. 이 라이브는 필 리노트의 56번째 생일인 2005년 8월20일 더블린의 포인트 시어터에서 필 리노트를 추모하며 가진 헌정 공연이다. 게리 무어가 주축이 돼서 예전 ..

강허달림 '기다림, 설레임'

휴가 때였다. 잔뜩 찌푸렸던 하늘은 한여름 더위를 내리 누르듯 저녁부터 비를 쏟았다. 더위에 지쳤는 지, 빗소리에 취했는 지 어느 순간 잠이 들었고, 그러다 노래 소리에 잠이 깼다. 새벽 1시. 라디오에서 나즈막히 흘러 나오는 노래 소리는 잠에 취한 나를 완전히 사로 잡았다. 자다가 노래 소리에 깨본 게 얼마나 오랜만이던가. 그만큼 이 노래는 달랐다. 부드러우면서도 서글픈 선율은 마치 마법처럼 잠에 취해 혼곤한 몸을 허공에 둥둥 띄웠다. 누굴까. 못내 궁금했고, 결국 음반을 사게 만들었다. 강허달림. 그가 부른 '기다림, 설레임'이었다. 전형적인 블루스 가수인 그의 목소리는 두 명의 여자 가수를 떠올리게 한다. 안으로 한을 삭이는 듯 서글픔이 잔뜩 응축된 목소리의 니나 사이몬과 블루스를 새롭게 조망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