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발톱을 감춘 채 숲에 누웠고, 여의주를 품은 용은 구름 속에 몸을 숨겼다. 그렇게 누운 호랑이(臥虎)와 숨은 룡(藏龍)이 만나 벌인 싸움은 처절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이안 감독의 수작 '와호장룡'(Crouching Tiger, Hidden Dragon, 2000년)은 참으로 아름다운 무술영화다. 원작은 왕두루의 동명 소설. 내용은 강호에 은거한 무술 고수와 속세에 잠복한 여걸의 싸움을 다룬 무협물이다. 그러나 단순 칼부림에 그치는 무협물이 아니라 남녀 간의 애닲은 사랑이 수놓인 드라마다. 특히 이안 감독 특유의 심미안이 액션에도 그대로 녹아나 주윤발과 장쯔이, 양자경이 허공을 가르며 벌이는 대결은 마치 한 편의 무용을 보는 것처럼 아름답다. 여기에 장엄하면서도 서정적인 탄둔의 음악이 물흐르듯 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