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크라이테리언 3

네이키드 런치: 블루레이

기괴한 영화를 만들기로 유명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네이키드 런치'(Naked Lunch, 1991년)는 그의 전작인 '플라이'처럼 충격적인 영상으로 가득 찬 작품이다. 1950년대 미국의 비트 제너레이션을 대표하는 소설가 윌리엄 버로우즈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마약, 동성애, 살인 등 금기시된 소재를 기이한 영상으로 비틀어서 표현했다. 감독은 검열을 피해서 순화시켰다고 밝혔지만 그래도 다른 작품에 비하면 속이 거북한 그림 투성이다. 여기에 여성을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으로 볼 만큼 별난 철학을 가진 버로우즈의 세계관이 결합돼 난해한 작품이 돼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평단은 이 작품을 1991년의 대표작으로 추켜올리며 열광했다. 기존 영미문학과 다른 실험적 글쓰기와 소재의 차별성 ..

배리 린든(블루레이)

흔히들 영상이 아름다운 영화를 말할 때 그림 같은 영상이라고 표현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배리 린든'(Barry Lyndon, 1975년)이 그런 영화다. 모든 장면이 마치 유럽의 유명 박물관에 걸린 18세기 유화를 보는 것처럼 은은한 빛 속에 색깔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압권은 촛불 조명 장면. 이 작품은 독특하게도 실내 야경을 전기가 아닌 촛불 조명만으로 촬영했다. 촛불은 전기 조명에 비해 조도가 워낙 낮아 일반 렌즈로는 영화를 찍을 수 없다. 그래서 큐브릭 감독은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천체 관측에 사용하는 특수 렌즈를 개조해 카메라에 장착한 뒤 아름답고 독특한 그림을 뽑아냈다. 촛불 조명으로 찍은 실내 장면은 마치 로모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은은하면서 따뜻하다. 이토록 아름다운 영상으로..

몬터레이 팝 페스티벌(블루레이)

시작은 소소했다. 기획자인 루 애들러와 마마스 앤 파파스의 멤버 존 필립스는 좋아하는 음악도 알리고 돈을 모아 어려운 사람도 돕는 축제를 기획했다. 그래서 라비 상카를 제외하고 모든 음악가들이 무료로 출연했다. 그러면서 일이 커졌다. 비틀즈, 롤링스톤즈 등 거물 밴드들이 줄줄이 나오기로 했다. 그런데 비틀즈는 출연진 명단에 이름까지 올려놓았으나 사정이 있어 출연하지 못했고, 롤링스톤즈는 키스 리차드의 미국 입국에 문제가 발생해 출연이 무산됐다. 그 바람에 엉뚱한 놈들이 떴다. 영국에서 기타와 드럼을 때려 부수는 기행으로 유명한 더 후가 미국에 처음 이름을 알렸고 불세출의 천재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 마치 전기톱 같은 목소리를 가진 재니스 조플린, 사이키델릭의 대표 밴드인 제퍼슨 에어플레인 등이 줄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