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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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대문(블루레이)

영화 '파란 대문'(1998년) 하면 비운의 두 인물을 빼놓을 수 없다. 김기덕 감독과 주연을 맡은 이지은이다. 1971년생인 배우 이지은은 2021년 3월 8일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세상을 등져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향년 49세. 고인이 된 이지은에 얽힌 인연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나 서울로 이사와 용산에서 자란 그는 일본 호세이대학 일문학과를 졸업한 뒤 '금홍아 금홍아'와 '파란 대문'에 주연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데 2000년 12월 벤처기업 인츠닷컴의 이진성 대표와 결혼하며 영화계를 떠났다. 개인적으로 이지은의 전 남편 이진성 대표와 인연이 있다. 그가 광고 마케팅 사이트 '보물찾기'로 유명한 인츠닷컴을 운영하던 시절 취재 때문에 여러 번 만났다. 느닷없이 이 대표가 유명 ..

레전드 오브 타잔(블루레이)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가 1914년에 출간한 소설 '타잔'은 밀림에 낙오된 소년이 유인원들과 함께 자랐다가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그런데 데이비드 예이츠(David Yates) 감독이 만든 '레전드 오브 타잔'(The Legend of Tarzan, 2016년)은 이를 뒤집었다. 백작 작위를 받고 영국 런던의 귀족이 돼서 상원의원으로 살아가는 타잔이 밀림을 지키기 위해 다시 정글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어찌 보면 원작 이후를 다룬 영화다. 타잔의 상대는 코끼리 상아를 노린 원작의 약탈자들이 아니라 노예 노동으로 아프리카 콩고에 식민지를 건설하려는 탐욕스러운 제국주의의 앞잡이들이다. 그런 점에서 원작이 정글의 해방을 주장했다면 이 작품은 폭력으로부터 인간의 해방을 외친다. 여전히 타잔은 남다른 근육질..

해리 포터와 불의 잔(4K 블루레이)

해리 포터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해리 포터와 불의 잔'(Harry Porter And The Goblet Of Fire, 2005년)은 꼭 롤플레잉 게임을 보는 것 같다. 여러 마법학교 학생들이 모여서 주어진 퀘스트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나 다양한 캐릭터들의 등장이 게임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원작 소설에서 중요하고 의미 있는 부분들이 영화에서 통째로 사라졌다. 원작 소설에서 초반 중요한 사건의 무대인 퀴디치 월드컵을 비롯해 집요정이 등장하는 부분, 시리우스 블랙의 활약 등이 나오지 않는다. 그 바람에 마치 노예 해방 운동을 하듯 집요정 해방 운동을 벌이는 헤르미온느(엠마 왓슨 Emma Watson) 얘기도 통으로 빠졌다. 또 마법 경연 대회의 두 번째 잠수 과제를 해결하는 부분도 원작 소설과 다르게..

하얀 리본(블루레이)

미카엘 하네케(Michael Haneke)는 특이한 감독이다. '퍼니 게임' '피아니스트' 등 그의 전작들을 보면 폭력을 혐오하면서도 직접적이며 과격한 폭력 묘사를 마다하지 않는다. 제6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하얀 리본'(Das Weisse Band, 2009년)도 마찬가지다. 때리는 것은 물론이고 동물의 사체 등 폭력 장면들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이런 것들은 평소 감독의 신념에서 비롯된 아이러니다. 삶을 직시하는 그는 폭력과 고통조차도 외면하지 않고 정면에서 똑바로 다룬다. 그것이 희망과 고통이 교차하는 삶을 인식하는 감독의 방법이다. 이 영화 또한 폭력에 대한 비판과 은유로 가득찼다. 내용은 1913년 독일의 한적한 농촌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딱히 별다른 일이 없는 조용한 마을..

들개(블루레이)

김정훈 감독의 독립 영화인 '들개'(2013년)는 독특한 소재의 작품이다. 유나바머로 알려진 폭탄 테러범 시어도어 카진스키처럼 사제 폭탄을 만드는 사람을 다뤘다. 대학원생 정구(변요한)는 분노가 쌓일 때마다 사제 폭탄을 만든다. 그렇게 만든 폭탄을 익명으로 모집한 집행자들을 시켜 여기저기서 터뜨린다. 우연히 대학에서 정구를 만나 집행자가 된 효민(박정민)은 사제 폭탄 터뜨리는 재미에 정구보다 더 파괴적으로 변해간다. 급기야 효민은 어느 정도 선을 지키려는 정구를 압박해 살인적인 폭탄 테러에 동참하게 만든다. 더 이상 사제 폭탄을 만들고 싶지 않은 정구는 스스로 멈추기 위해 자신이 폭탄 테러범으로 만든 효민과 부딪치게 된다. 좀처럼 보기 드문 소재의 이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배어 있다. 감독은 주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