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엘 하네케(Michael Haneke)는 특이한 감독이다.
'퍼니 게임' '피아니스트' 등 그의 전작들을 보면 폭력을 혐오하면서도 직접적이며 과격한 폭력 묘사를 마다하지 않는다.
제6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하얀 리본'(Das Weisse Band, 2009년)도 마찬가지다.
때리는 것은 물론이고 동물의 사체 등 폭력 장면들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이런 것들은 평소 감독의 신념에서 비롯된 아이러니다.
삶을 직시하는 그는 폭력과 고통조차도 외면하지 않고 정면에서 똑바로 다룬다.
그것이 희망과 고통이 교차하는 삶을 인식하는 감독의 방법이다.
이 영화 또한 폭력에 대한 비판과 은유로 가득찼다.
내용은 1913년 독일의 한적한 농촌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딱히 별다른 일이 없는 조용한 마을에 의사가 말에서 추락하는 사건을 계기로 방화와 실종, 죽음 등이 있따라 발생하면서 공포에 빠지는 이야기다.
마을 학교에 새로 부임한 젊은 교사가 사건을 캐면서 아이들과 얽힌 뜻밖의 비밀을 알게 된다.
제목인 하얀 리본은 영화 속에서 도덕과 권위에 대한 복종을 의미하는 상징이다.
겉보기에 마을은 평화롭고 조용하지만 실상은 어른들에 대한 절대 복종을 요구하는 폭압적이고 강요된 도덕이 아이들을 지배하는 위장된 평화다.
유교적 도덕률에 따르면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감독은 절대 복종의 권위를 공포로 봤다.
그는 관계가 어떻든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순간 인간으로서 기본적 권리를 잃는다고 봤다.
심지어 이를 "테러리즘의 뿌리"라고 규정했다.
특히 어려서부터 부모세대에게 맹목적으로 복종과 지배질서의 이데올로기를 주입당하는 것을 가장 큰 폭력으로 본 것이다.
성장 과정은 물론이고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네케 감독은 이런 생각을 공포물과 미스터리물을 혼합한 듯한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마치 음습한 비밀이 도사린 듯한 마을 분위기는 왠지 으스스한 공포물의 분위기를 풍기면서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은 수사물처럼 궁금증을 유발하며 시선을 끌어 당긴다.
그만큼 스토리 텔링의 완급조절이 잘 됐으며 이를 적절한 편집과 사진같은 영상을 통해 시각적으로도 훌륭하게 구현했다.
무엇보다 감독은 흑백으로 촬영했다.
1910년대 분위기를 잘 살리기 위한 방법인데, 오래된 사진을 보는 것처럼 흑백 영상이 주는 무게감이 남다르다.
마치 일본 홋카이도의 비에이를 연상케 하는 설원 풍경이 아주 인상적이다.
언제나 그렇듯 하네케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보는 사람에게 해답을 맡기는 열린 결말을 택했다.
경우에 따라서 답답할 수도 있지만 각자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블루레이와 DVD 등 2장으로 구성됐다.
이 작품은 헤어 누드가 등장하는데 훼손없이 그대로 수록돼 반갑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흑백 영상이어서 특별히 화질의 흠이 드러나지 않는다.
윤곽선은 깔끔하고 화이트 피크도 높지 않아 영상이 들뜨지 않는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요란한 액션물이 아닌 만큼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감독 인터뷰, 칸 영화제 시사회, 감독 소개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다만 부록 자막에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를 디크리히...로 표기하는 등 오자가 보인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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