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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레전드 오브 타잔(블루레이)

울프팩 2022. 9. 1. 21:43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가 1914년에 출간한 소설 '타잔'은 밀림에 낙오된 소년이 유인원들과 함께 자랐다가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그런데 데이비드 예이츠(David Yates) 감독이 만든 '레전드 오브 타잔'(The Legend of Tarzan, 2016년)은 이를 뒤집었다.

 

백작 작위를 받고 영국 런던의 귀족이 돼서 상원의원으로 살아가는 타잔이 밀림을 지키기 위해 다시 정글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어찌 보면 원작 이후를 다룬 영화다.

 

타잔의 상대는 코끼리 상아를 노린 원작의 약탈자들이 아니라 노예 노동으로 아프리카 콩고에 식민지를 건설하려는 탐욕스러운 제국주의의 앞잡이들이다.

그런 점에서 원작이 정글의 해방을 주장했다면 이 작품은 폭력으로부터 인간의 해방을 외친다.

 

여전히 타잔은 남다른 근육질의 몸매를 뽐내며 덩굴을 붙잡고 정글을 날아다니듯 누비며 특유의 함성으로 동물들을 불러 모은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아름다운 제인이 함께 한다.

 

그러나 원작과 달리 조지 워싱턴 윌리엄스와 벨기에의 레온 롬 등 실존 인물이 등장하며 타잔을 돕기도 하고 괴롭히기도 한다.

이렇게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뒤섞으며 원작과 다른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여러 가지 이야기가 뒤섞이는 바람에 다소 산만하게 진행된다.

 

진정한 자유와 노예 노동으로부터 인간 해방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실존 인물을 섞었지만 역사적 사실을 답습한 것도 아니어서 억지 춘향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만큼 영화는 이야기보다 비주얼로 승부를 건다.

 

큰 덩치에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는 타잔 역의 알렉산더 스카스가드(Alexander Skarsgard)는 TV 시리즈에서 명성을 떨친 자니 와이즈뮬러만큼은 아니어도 꽤 근사하다.

여기에 미모가 돋보이는 마고 로비(Margot Robbie)는 제인 역할에 잘 어울렸다.

 

악역 레온 롬을 연기한 크리스토프 왈츠(Christoph Waltz)는 확실히 배역을 돋보이게 하는 배우다.

특별한 과정 없이 존재 자체가 빛을 발한다.

 

여기에 박력과 속도감 넘치는 액션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타잔이 고릴라와 싸우는 장면이나 콩고에서 벨기에 용병들과 벌이는 전투는 둔중한 타격감이 느껴질 만큼 박력 넘친다.

 

또 타잔이 정글을 훨훨 누비는 장면과 고릴라가 빠르게 움직이는 장면을 보면 카메라의 아찔한 속도감을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진행된다.

한마디로 역동적 액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이한 것은 영화가 크게 두 가지 색조로 진행되는 점이다.

평화로운 아프리카 초원과 위기를 맞은 식민 도시의 장면은 흙냄새가 묻어날 듯한 갈색톤으로 진행되고, 런던 도심 장면과 타잔이 정글에서 벌이는 격렬한 전투 장면은 비정함이 묻어나는 회색 톤으로 묘사했다.

 

이처럼 두 가지 색조의 영상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향수와 잔혹한 폭력의 비정함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

그만큼 감독과 촬영을 맡은 헨리 브라함이 촬영에 공을 들인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호지어가 부른 주제가 'Better Love'도 좋다.

1080p 풀 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감독이 의도한 두 가지 색조가 제대로 대비되며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압권이다.

 

리어 채널에서 작렬하는 기관포 소리를 들어보면 전장의 한 복판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액션 장면 연출, 세트 디자인, 남녀 주연배우 소개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다만 부록에 실린 한글 자막 중 '마을을 파괴한 액션 장면...'을 '마을을 파괴한 액 장면...' 식으로 표기하는 등 탈자가 보인다.

좀 더 꼼꼼한 검수가 필요해 보인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아프리카 식민지에서 원주민들이 고무와 광물 채취를 위한 노예 노동으로 죽어가는 시대를 배경으로 했다.
콩고의 원주민 부족 마을은 영국 리브스덴 스튜디오에 만든 세트다.
이 영화는 아프리카에서 촬영하지 않았다. 정글 장면을 비롯해 아프리카 풍경의 대부분을 런던 리브스덴의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에 세트를 만들어 찍었다.
특이하게도 실제 동물 또한 한마리도 출연하지 않았다. 사자 코끼리 타조 영양 하마 악어 얼룩말 고릴라 등 모든 동물을 디지털로 만들었다.
타잔이 정글의 나무 위를 달리는 장면은 파란 스크린을 둘러친 세트에 설치한 파란색 구조물 위를 배우들이 달리며 촬영한 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나무로 바꿨다.
시속 65km로 달리는 기차 지붕 위로 뛰어내린 타잔이 싸우는 장면도 리브스덴 스튜디오에 레일을 깔고 기차 세트를 만들어 촬영했다.
타잔과 싸우는 고릴라 아쿳은 스턴트맨이 고릴라 근육을 닮은 특수 의상을 입고 대신 연기한 뒤 디지털을 이용해 고릴라 캐릭터를 덧입혔다.
타잔과 고릴라의 싸움은 카메라 여러 대를 이용해 다각도로 찍었다.
이 작품의 타잔은 TV 시리즈에서 익히 봤던 우리가 아는 타잔이 아니다. 삼각 팬티 같은 헝겊 조각 대신 무릎을 덮는 바지를 입었고 옆구리에 칼도 차지 않았다.
스카스가드는 타잔 연기를 위해 수 개월간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했다.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영양떼의 질주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고 디지털로 구현했다.
새뮤얼 잭슨이 연기한 조지 워싱턴 윌리엄스는 콩고의 노예 노동 실상을 알린 실존 인물이다.
악어 떼가 배를 덮치는 장면은 30미터 길이의 배를 수조 세트에 띄우고 촬영. 크리스토프 왈츠가 연기한 레온 롬은 조셉 콘래드의 소설 '어둠의 심장'에 나오는 커츠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이다. 코폴라 감독은 '어둠의 심장'에서 영감을 얻어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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