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2003년)은 제목처럼 온 가족이 바람나서 풍비박산 나는 발칙한 영화다.
변호사 영작(황정민)은 무용가인 아내 호정(문소리)이 있는데도 젊은 여인 연(백정림)과 바람을 피운다.
호정도 자신을 훔쳐보던 이웃집 고교생 지운(봉태규)을 도발해 선을 넘는 연애를 한다.
영작의 어머니(윤여정)는 불치병에 걸린 남편(김인문)을 병상에 놓아둔 채 애인을 사귄다.
이들은 모두 가정에 안주하지 않는다.
오히려 안식을 바깥에서 찾으면서 서로에게 충실하지 못하고 그냥 무늬만 가족일 뿐이다.
과연 이 정도로 콩가루인 집안이 있을까 싶은데, 임 감독은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만큼 가족의 연결고리가 약해졌다고 본 것이다.
다만 약해진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다.
아기를 갖지 못해 입양하고, 편부슬하 집안에서 혼자 자라며 마음을 붙이지 못하는 등 결격 사유는 있지만 그것이 온전히 바람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
그런 사유 때문에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대화가 줄고 가정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부평초처럼 떠돌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변명이다.
과연 그런 배경을 가진 사람들 중에 가정의 울타리를 깨뜨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충분히 도발할 만한 영화적 소재는 될 수 있으나 공감할 만한 내용은 아니다.
그렇기에 그저 눈만 즐거운 영화다.
갈등의 해소도 해결이 아닌 폭발을 택했다.
그 방법이 지나치게 충격적이어서 강렬한 인상을 주지만 마땅한 해답을 찾지 못해 서둘러 봉합하는 것처럼 작위적으로 보인다.
더불어 어지러울 정도로 지나친 핸드헬드 촬영의 남발은 몰입을 방해한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막판 엔딩 크레디트에 흐르는 노래 '즐거운 나의 집'이다.
어어부 프로젝트가 거친 목소리로 부르는 이 노래는 영화 내용과 상반되는 가사여서 마치 조롱하는 것처럼 들린다.
백현진의 거친 보컬이 겉보기에 즐거운 가족의 드러나지 않은 상처를 후벼 파는 것 같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그저 그렇다.
입자가 거칠고 필터링된 색감도 깨끗하지 않다.
샤프니스가 높지 않아 윤곽선도 두터워 보이고 밤 장면의 디테일도 많이 묻힌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전방에 사운드가 몰려 있어 서라운드 효과를 느끼기 힘들다.
결정적으로 대사 음량이 너무 작다.
그래서 우리 영화도 한글 자막을 꼭 넣어야 한다.
부록으로 임 감독과 김우형 촬영감독, 황진미 평론가가 함께 한 음성해설, 배우들의 음성해설 등 2가지 음성해설과 제작진 인터뷰, 삭제 장면 등이 들어 있다.
문제는 배우와 감독의 인터뷰 녹음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웅웅거리면서 말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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