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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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속의 지우개' 이재한 감독(1)...저 기억해요?

오랜만에 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를 만든 이재한 감독을 만났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연도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래전이다. 그의 데뷔작 '컷 런스 딥'이 국내 개봉전이니 아주 오래됐다. 그때 지인과 더불어 술자리를 몇 번 가졌는데 어느 날 그가 중국 지폐를 1장 줬다. 자칭 '행운의 지폐'라며 건네준 그 돈을 갖고 있으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것. 그때 나는 우스개 소리로 "영화를 좋아하니 영화 쪽 취재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는데 그로부터 몇 년 뒤 영화 담당 기자로 그와 다시 마주 앉게 됐다. 인터뷰 약속을 위해 몇 년 만에 그에게 전화를 했다.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다. 약속장소인 압구정동 카페로 나갔다. 그제사 그는 나를 쳐다보더니 활짝 웃었다. 이제 기억이 난다는 눈치다...

인터뷰 2004.12.16

캣우먼

DC코믹스의 대표적 안티 히어로 캣우먼은 '배트맨'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졌다. 고양이처럼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도 다치지 않는 유연성과 놀라운 도약력을 지닌 캣우먼은 '배트맨'이나 '슈퍼맨', '스파이더맨' 등 일반적 슈퍼 히어로와 달리 사악한 면과 정의로움을 동시에 지닌 특이한 캐릭터이다. 피토프(Pitof) 감독이 만든 '캣우먼'(Catwoman, 2004년)에서는 '배트맨'에 등장한 모습과 달리 사악한 면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개인의 복수를 향한 냉혹함과 집요함은 여전하다. 거대 화장품 기업의 음모를 엿들은 죄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페이션스(할리 베리 Halle Berry)는 고양이의 힘을 받아 놀라운 능력을 지니게 된다. 그때부터 밤이면 페이션스는 고양이 가면과 채찍을 들고 악을 응징하며 캣우먼으로 ..

뮬란

토니 밴크로프트(Tony Bancroft)와 베리 쿡(Barry Cook)이 공동 감독한 디즈니의 35번째 극장용 애니메이션 '뮬란'(Mulan, 1998년)은 중국 4~6세기 위나라 때 화무란 설화를 토대로 만들었다. 만리장성을 넘어 침범한 흉노족을 무찌르는 소녀의 활약을 다룬 작품이어서 흔히 중국판 잔다르크로 불린다. 이번 작품은 작화가 기존 디즈니 작품과 차이 난다. 선과 캐릭터를 단순화시켜 동양 산수화를 흉내 냈다. 그러나 동양인에 대한 선입견이 치켜 올라간 눈꼬리 등에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에 나온 SE DVD는 기존 DVD가 TV 사이즈 4 대 3에 맞춰 나온데 비해 극장판형을 그대로 간직한 1.66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한다. 화질도 한층 개선돼 고운 색감이 살아난다. 돌비디지..

빌로우

잠수함이 등장하는 영화는 언제나 긴장감 넘친다. 깊은 물 밑이라는 공간이 주는 공포와 빠져나갈 곳이 없는 폐쇄성 때문이다. 그래서 공포 영화를 만들기에도 딱 좋은 소재다. 데비이드 토히(David Twohy) 감독의 '빌로우'(Below, 2002년)는 잠수함에서 벌어지는 유령의 복수를 다룬 공포물이다. 그다지 무섭거나 잔혹한 장면은 없지만 숨 막히게 조여드는 분위기가 한 몫한다. 유명 배우도 안 보이고 액션 대작도 아니어서 묻히기 쉬운데, B급 영화치고 꽤 잘 만든 편이다. 무엇보다 잦은 장면 전환으로 단조로울 수 있는 잠수함이라는 제한 공간을 계속 색다르게 보여준 편집이 훌륭하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화질이 괜찮다. 클로즈업이 제법 볼 만하다. 돌비디지털 ..

바람의 파이터

양윤호 감독의 '바람의 파이터'(2004년)는 일본에서 극진 가라데를 창설하고 전 세계를 돌며 무술 고단자들과 대결을 벌인 최배달의 젊은 날을 다루고 있다. 방학기의 만화 '바람의 파이터'가 원작. 영화는 최배달이 일본에 밀항해 갖은 수모를 당한 끝에 산속에 들어가 혼자 무술을 연마하고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그때부터 그는 미야모토 무사시처럼 도장 격파에 들어간다. 전국 유명 도장을 돌며 무술인들과 싸움을 벌였던 것. 그렇게 이름을 날린 그는 훗날 자신의 경험을 살려 극진 가라데를 만든다. 젊은 날의 최배달을 연기한 양동근은 얼핏 보면 안 어울릴 것 같은데 그럭저럭 잘 소화했다. 싸움 장면도 그럴듯하게 처리를 해서 그런대로 볼 만하다. 예전 이 영화의 일본 현지 촬영을 취재 간 적이 있는데, 제작 현장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