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8/01 8

아포칼립토(블루레이)

슈테판 츠바이크는 '광기와 우연의 역사'에서 "한 인간의 몰락만이 이길 수 없는 운명의 거대한 힘에 맞서 싸우도록 만든다"라고 썼다. 멜 깁슨이 각본을 쓰고 감독, 제작까지 한 '아포칼립토'(Apocalypto, 2006년)는 이 말에 딱 들어맞는 영화다. 마야 문명이 지배하던 중남미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어느 부족이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또 다른 부족의 습격을 받아 풍비박산 난다. 친구와 아버지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도한 주인공은 천신만고 끝에 탈출해 아내와 자식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고도 힘든 싸움을 벌인다. 그렇지만 피비린내나는 싸움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시각처럼 광기일지는 몰라도 결코 야만이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개 돼지처럼 땅바닥에 몸을 굴리는 부족이나 앞선 문명으로 거대한 피라미드를 쌓은 민족 ..

7인의 사무라이(블루레이)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하면 우선 떠오르는 작품이 바로 '7인의 사무라이'(七人の侍, 1954년)다. 이 작품은 그를 국제적으로 알린 첫 작품이면서 베니스 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전란으로 피폐해진 일본 전국시대에 툭하면 산적에게 시달리는 농촌 사람들이 7명의 사무라이를 고용해 산적들을 막는 내용이다.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잘 살아 있고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과 싸움 장면을 긴장감 넘치게 묘사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만든다. 특히 산적을 유인해 덫에 가두듯 마을에 하나씩 몰아넣고 때려잡다가 빗속에서 최후의 결전을 치르기까지 긴장감을 점차 높여 나가는 연출 솜씨가 일품이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변하는 것과 변하..

프레스티지(4K 블루레이)

어린 시절에 마술은 동심을 사로잡는 매혹적이고 신비한 볼거리였다. 그러나 차차 나이가 들면서 마술이 눈속임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신비감은 사라졌다. 그만큼 마술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 영악한 현대인들을 유인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그 놀라운 작업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해냈다. 그가 만든 영화 '프레스티지'(The Prestige, 2006년)는 마술이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던 19세기, 온갖 기교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두 마술사의 대결을 다룬 작품이다. 무엇보다 1995년에 출간한 크리스토퍼 프리스트의 훌륭한 원작 소설 덕분에 이야기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보는 이를 끌어들인다. 때로는 마술같고 때로는 추리소설처럼 기묘한 이야기는 마술이라는 신비스런 소재에 과학과 사람들의 광기를 적당히 섞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