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8/07 13

나는 전설이다 (4K 블루레이)

익숙한 일상이 낯설게 느껴지는 생경함 또한 또 다른 공포다. 프랭클린 샤프너 감독의 '혹성탈출'에서 본 바닷가 모래밭에 파묻힌 자유의 여신상의 익숙하지 않은 모습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은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 2007년)에서 그때의 생경한 공포를 다시 재현하고 있다. 잡초가 웃자란 뉴욕 5번가, 인적 없는 괴괴한 도시를 사슴떼가 질주하고 어디선가 튀어나온 사자가 사슴을 사냥한다. 지금의 모습과 너무 다른 뉴욕의 을씨년스럽고 괴괴한 풍경은 그 어떤 공포 소설 못지않은 섬뜩함으로 다가온다. 거기에 내재된 또 다른 공포는 바로 보이지 않는 적이다. 어둠 속에 숨어 밤이 오기를 기다리는 좀비가 된 인간들도 두려운 존재지만 정작 무서운 것은 좀비를 만드는 미세한 바이러스..

퓨리 (4K 블루레이)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의 '퓨리'(Fury , 2014년)는 디테일에 강한 전쟁영화다. 대부분의 전쟁영화들이 사실에 충실하지만 여러 가지 제작 여건상 디테일을 살리기 쉽지 않은데 이 영화는 아주 꼼꼼할 정도로 디테일을 잘 살렸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로 진군하는 미 제 2 기갑사단 소속 전차부대원들 이야기를 다뤘다. M4 셔먼 전차를 타는 5명의 대원들이 아버지 같은 전차장을 중심으로 가족처럼 뭉쳐 적과 싸우는 이야기다. 영화를 만든 에이어 감독은 'U-571' '트레이닝 데이' '분노의 질주' 등의 각본을 쓴 액션물에 강한 감독이다. 특히 'U-571'의 경우 미 해군 복무 당시 잠수함에 탔던 경험을 제대로 녹여내 잠수함 승무원들이 겪는 공포를 아주 잘 녹여냈다. 에이어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몰타의 힐튼호텔

몰타(Malta). 영어로 말타라고 불리는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인 이 곳은 면적이 제주도의 6분의 1 크기인 강화도만 한 소국이다. 인구도 약 42만 명에 불과하며 주로 관광과 농업, 어업 등으로 먹고 산다.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 아래, 아프리카를 향해 가는 곳 중간쯤에 있다 보니 겨울에도 많이 춥지 않고 여름에는 항상 푸르고 맑아 물놀이하기 좋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게이트를 나가면 바로 앞에 보다폰 매장이 보이는데 이곳에서 유심칩을 사면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직원들이 너무 여유롭게 일을 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유럽 사람들이 여름철에 많이 몰려간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려면 꽤 멀다. 유럽 허브공항을 이용해 갈아타고 가야 하는데, 많이 가는 터키의 이스탄불을 경유할 경우 이스..

여행 2018.07.14

잭 리처 (4K 블루레이)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의 '잭 리처'(Jack Reacher, 2012년)는 두 달 전 유럽 출장 길에 비행기에서 보고 반한 작품이다. 원작은 소설가 리 차일드의 베스트셀러인 '잭 리처' 시리즈의 9번째 작품인 '원 샷'. 그가 창조한 캐릭터인 잭 리처는 군 수사관 출신으로 미 전역을 떠돌며 의문의 사건을 해결한다. 잭 리처는 아더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와 더쉴 해미트의 샘 스페이드를 섞어 놓은 듯한 인물이다. 사건 현장에 가서 찬찬히 훑어보며 사건의 얼개를 추리하고, 직접 총을 들고 뛰어들어 악당들을 단죄하기도 한다. 그만큼 추리소설과 액션 스릴러의 묘미가 결합된 인물. 제작진이 여러 편의 시리즈 가운데 '원 샷'을 영화로 만든 이유도 바로 추리물과 액션물이 결합된 잭 리처의 특징이 가장 잘 나타나 있..

결투(블루레이)

스티븐 스필버그가 24세때인 1971년에 만든 '결투'(Duel, 1971년)는 그의 천재성을 입증하는 걸작이다. 당시 무명이었던 그는 어느날 플레이보이지에 실린 리처드 매터슨의 단편소설을 보고 영화로 만들 결심을 했다. 그렇지만 이름없는 신인 감독에게 작품을 선뜻 맡길 제작사는 없다. 결국 그는 어렵게 유니버셜과 TV 영화용 작품계약을 맺었다. 제작비와 일정에 쫓기던 그는 12일만에 작품을 완성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빨리 만든 만큼 엉성할 줄 알았으나 너무나 뛰어난 완성도를 지녔기 때문이었다. 그 뒤 제작자들은 스필버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 작품이 없었다면 스필버그는 할리우드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스필버그가 히치콕 감독에게서 영감을 얻어 완성한 이 작품은 쫓고 쫓기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