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공격하는 증오 범죄의 이면에는 일종의 공포심이 도사리고 있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상대를 배척하며 나아가서 폭력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증오 범죄가 야기하는 폭력은 나약함의 발로이자 비겁함의 증거이기도 하다.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인종 혐오다. 특히 미국 같은 다인종 다민족 국가에서는 인종 혐오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생존을 위해서였지만 지금은 권력의 향유를 꾀한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토니 케이 감독의 '아메리칸 히스토리 X'(American History X, 1998년)는 인종 범죄의 부당성을 에드워드 노튼이 연기한 데릭 빈야드라는 인물을 통해 웅변하듯 보여준다. 한때 신나치 그룹의 영웅이었던 데릭은 자동차를 훔치러 온 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