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20/01 8

스파이더맨 뉴유니버스(4K 블루레이)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2018년)는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대한 깜찍한 도발이다. '어벤져스' 시리즈를 제외하고 언제나 혼자서 고군분투하던 스파이더맨이 여러 명의 스파이더맨 동료들을 만나 함께 악당들을 물리치는 설정은 초영웅 시리즈에 대한 판타지적인 해석이다. 같은 성격의 초영웅 여러 명이 존재하는 설정은 스파이더맨에서는 가능하다. 슈퍼맨, 배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나 원더우먼 등 다른 영웅들은 초자연적 특성을 갖고 태어나거나 아니면 각자의 연구를 통해 오로지 하나만 존재한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거미에게 물려 특수 능력을 갖게 된 만큼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바로 그 점이 스파이더맨..

캡틴 마블(4K 블루레이)

애너 보든과 라이언 플렉이 공동으로 감독한 '캡틴 마블'(Captain Marvel, 2019년)은 새로운 여성 영웅의 탄생을 기리는 영화다. 처음에는 '캡틴 아메리카'의 여성판 버전인 줄 알았으나 완전히 다른 내용이다. 외계 행성인 크리족의 여전사 캐럴(브리 라슨)이 숙적인 스크럴족을 쫓아서 지구에 잠입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캐럴은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알게 되고 정의를 수호하는 영웅으로 거듭난다. 기본적인 플롯은 권선징악의 초영웅 스토리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러나 디테일은 주인공이 여성이라는데 숨어 있다. 캐럴이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과정은 여성으로서 한계를 극복하고 스스로 역할을 규정하는 여정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종족이, 사회가, 리더와 동료가 요구하는 역할이 아닌 스스로..

월플라워(블루레이)

월플라워는 증권에서는 관심 밖 종목을 말한다. 원래는 댄스파티에서 아무도 춤을 추려하지 않아 혼자 우두커니 벽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한마디로 왕따다.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의 '월플라워'(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 2012년)는 미국 고교의 왕따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내용은 고교에 입학했으나 친구를 사귀지 못해 혼자서 점심을 먹으며 외톨이 생활을 하는 주인공 찰리(로건 레먼)가 뜻밖에 패트릭(에즈라 밀러)과 샘(엠마 왓슨) 오누이를 친구로 삼으면서 힘든 과거를 극복하는 이야기다. 찰리는 말하지 못하는 아픈 과거 때문에 친구를 쉽게 사귀지 못하는데 패트릭과 샘도 동병상련의 처지다. 패트릭은 낙제를 했고 샘은 어려서 못된 짓을 당해 험한 날들을 보냈다. 각자..

레디 플레이어 원(4K 블루레이)

1980년대 대중문화에 흠뻑 젖었던 사람이라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2018년)은 일종의 종합 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1970, 80년대에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 중에 종합 선물세트가 있다. 시중에 파는 온갖 과자를 골고루 섞어서 하나의 패키지로 만든 과자 묶음이다. 아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생일상 같은 선물이다. 이 영화는 80년대 영화, 만화, 게임, 노래 등 시대의 아이콘이 됐던 대중문화들이 골고루 섞여 있다. 도대체 이 많은 아이템들을 어떻게 욱여넣을까 싶은데 어떤 아이템은 캐릭터로, 어떤 아이템은 카메오로, 어떤 아이템은 벽에 붙은 포스터 등으로 골고루 등장한다. 우선 초반 여주인공 사만다(올리비아 쿡)가 타고 등장하는 오토바이는 유명한..

런던 해즈 폴른(블루레이)

바박 나자피 감독의 '런던 해즈 폴른'(London Has Fallen, 2016년)은 제목 그대로 런던이 무너져 내릴 만큼 요란한 테러 행위를 그린 액션물이다. 내용은 영국 수상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 세계 28개국 정상들이 런던에 모이는 순간을 노려 아랍의 테러단체들이 동시 다발적인 테러를 벌이는 이야기다. 미국의 폭격으로 가족을 잃은 테러범들은 미국 대통령을 납치해 인터넷으로 처형하는 장면을 생중계하고 싶어 한다. 이를 막기 위해 대통령의 경호원인 마이크 배닝(제라드 버틀러)이 고군분투하며 슈퍼맨 같은 활약을 펼친다. 초반 20분 동안 일어나는 테러 장면이 압권이다. 첼시교가 끊어지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이 무너져 내리는 등 런던의 명물들이 마구 파괴된다. 처음부터 화끈한 액션에 목적을 둔 만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