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스파이더맨 뉴유니버스(4K 블루레이)

울프팩 2020. 1. 27. 16:49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2018년)는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대한 깜찍한 도발이다.

'어벤져스' 시리즈를 제외하고 언제나 혼자서 고군분투하던 스파이더맨이 여러 명의 스파이더맨 동료들을 만나 함께 악당들을 물리치는 설정은 초영웅 시리즈에 대한 판타지적인 해석이다.

 

같은 성격의 초영웅 여러 명이 존재하는 설정은 스파이더맨에서는 가능하다.

슈퍼맨, 배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나 원더우먼 등 다른 영웅들은 초자연적 특성을 갖고 태어나거나 아니면 각자의 연구를 통해 오로지 하나만 존재한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거미에게 물려 특수 능력을 갖게 된 만큼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바로 그 점이 스파이더맨과 다른 초영웅들을 구분 짓게 만드는 차이점이다.

 

시공간을 열어젖히는 4차원 통로를 통해 다양한 시대와 세상에 흩어져 있던 여러 명의 스파이더맨들이 한 시대와 한 공간에 모여 팀을 이룬다.

이렇게 모인 스파이더맨은 개성과 특징이 제각각이다.

 

전통적인 피터 파커의 스파이더맨이 있고 '왓치맨'이나 '씬시티'를 연상케 하는 흑백의 누아르 스파이더맨도 있다.

그런가 하면 돼지가 마스크를 쓴 스파이더 햄과 2명의 여성 스파이더 우먼도 보인다.

 

그중 하나는 저패니메이션에 가까운 로봇을 조종하는 소녀이고 나머지 하나는 요즘 시대에 걸맞은 걸 크러시 영웅이다.

이 중에 압권은 흑인 소년 스파이더맨이다.

 

미국에서 결코 주류로 볼 수 없는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집안의 흑인 소년이 중심에 서 있다.

소년이 곧 영웅으로 성장하는 여정은 각종 갈등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화합을 향해 전진하는 과정이며 백인, 흑인, 동양인, 여성 심지어 짐승까지 섞여 있는 다인종 다민족 사회인 미국의 통합을 대변한다.

 

이 작품이 돋보이는 것은 이런 메시지를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점이다.

여기에는 애니메이션이 신의 한 수였다.

 

마치 만화책을 그대로 옮긴 듯한 컷 분할 화면과 만화책의 색 수차 분리 기법, 커비 도트 방법 등을 그대로 적용해 실사와 확연히 다룬 이색적인 그림을 만들었다.

색 수차 분리기법은 색을 다중으로 분해해 멀리 있는 풍경이 흐릿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일종의 원근법이다.

 

커비 도트는 마블의 만화가 잭 커비가 즐겨 사용한 펜 터치 방법으로 크고 작은 원형의 점을 겹쳐서 광선의 흐름 등을 표시한 방법이다.

만화책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런 방법들이 애니메이션에 그대로 녹아들어 가 경이롭고 환상적인 그림을 만들어 냈다.

 

이런 기법들은 역동성과 일품인 속도감을 살리는데도 주효했다.

번개처럼 달리는 여성 스파이더맨을 흐릿하게 표현한 터치나 주인공 스파이더맨이 고공에서 까마득한 바닥으로 떨어질 때 수직으로 나타나는 글자들은 이미지에 엄청난 속도를 더하며 실사 영화 못지않은 긴장감을 선사했다.

 

특히 여러 색깔이 분수처럼 폭발하는 화려한 색의 향연은 결코 실사 영화가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본 스파이더맨과 확연히 다른 경이로운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인물들은 밥 퍼시케티, 피터 램지, 로드니 로스맨 등 3명의 공동 감독이다.

 

이들은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익숙한 이름들이 아니지만 이 작품으로 확실한 방점을 찍었다.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훌륭하다.

칼 같은 윤곽선과 쨍한 햇볕처럼 선명한 색감은 4K 타이틀의 진가를 보여 준다.

 

돌비 애트모스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박력 있는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소리의 이동성이 좋으며 저음이 묵직하고 힘 있게 울린다.

 

부록으로 감독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캐릭터 설명, 원작 이야기, 캐스팅 및 악당들 설명, 이스터 에그와 삭제 장면,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내용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반 인트로에 등장하는 컷들은 실사 영화 시리즈에 유명한 장면들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애니메이션의 특성이 강해서 만화책에 가깝게 표현된 작품이다.
마블에서 펴낸 '얼티밋 코믹스 스파이더맨' 등 몇 편이 원작이다.
색 수차와 색 분해를 사용해 원근감을 표현한 장면. 만화책 인쇄과정에서 4색으로 분해하면 마치 3D 영화를 안경없이 봤을때처럼 퍼져보이며 흐릿하게 나타나는데 이를 영화에 이용했다.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 출신 10대 소년 마일스가 주인공. 그는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난 흑인 소년이다. 가족이 없던 기존 스파이더맨과 달리 안정적인 중산층 가족의 일원이라는 점이 다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 등장한 스파이더맨의 숙적 그린 고블린은 거대한 괴물로 등장. 마치 만화책처럼 효과음을 글자로 표시했다.
마블의 만화가 잭 커비가 즐겨 사용한 커비 도트 효과를 그대로 살렸다. 커비 도트 효과는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원을 겹쳐서 흐름을 표시하는 방법이다.
스탠 리는 여러 장면에 카메오로 나온다. 기념품 가게, 횡단 보도를 건너며 전화받는 노인, 지하철 승객 등으로 등장한다.
다양한 스파이더맨들이 등장한 원작만화들을 강조하기 위해 만화책 표지같은 컷이 자주 등장. 제작진은 살아 움직이는 만화책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정지화면을 적절하게 섞어서 사용했다.
만화책처럼 한 화면을 여러개로 쪼갠 컷 분할 화면이 등장.
이 작품은 세상을 그림으로 바꿔 놓았다. 다만 정적인 만화책과 달리 움직임 가미돼 역동적으로 변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피터 파커의 여자친구였던 그웬 스테이시가 강렬한 느낌의 스파이더 우먼으로 등장.
컴퓨터그래픽 효과가 강한 요즘 애니메이션과 달리 손그림의 느낌을 많이 살렸다. 킹핀은 1967년 만화책에 악의 화신으로 나온다.
로봇을 조종하는 소녀 스파이더 우먼 페니 파커는 저패니메이션 스타일로 그렸다. 실제로 저패니메이션 영향을 받았다.
참신하게도 스파이더 돼지인 스파이더햄도 등장. 킹핀의 오른팔 프라울러는 '스파이더맨 홈커밍'에도 나온다.
이 작품에는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이 여럿 참여했다. 마빈 킴이 모델링 슈퍼바이저를 맡았고, 임승후 시니어 캐릭터 애니메이터가 흑인 소년  마일스를 그렸다.
마일스의 룸 메이트 강케는 한국계 미국인 캐릭터다.
리드 캐릭터 디자이너인 김시윤은 캐릭터의 감정 표현을 풍부하게 살렸다.
아련하게 표현된 뉴욕 시가지 모습은 박태현 리드 모델러의 솜씨다.
스파이더맨이 추락하는 장면을 뒤집어서 시처럼 표현했다. 이 작품은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실사 영화에서 남자였던 닥터 옥터퍼스가 여자로 나온다.
스파이더맨 누아르는 1933년 대공황 시기에 범죄자들과 싸운 흑백 주인공이다. 2001년 마블 코믹스에 처음 등장했다. 니컬라스 케이지가 목소리를 연기했다.
처음에는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에 주연을 한 토비 맥과이어를 피터 B 파커의 목소리 배우로 섭외하려했으나 관객들이 혼란스러워 할까봐 포기했다. 제이크 존슨이 피터 파커 목소리를 맡았다.
스파이더 그웬은 만화책과 똑같이 발레복의 느낌을 살린 옷을 착용. 스파이더 그웬과 다른 스파이더 우먼을 주인공으로 한 스핀 오프 시리즈도 나올 예정이다.
이 작품의 후속작은 2022년 4월 개봉 예정이다. 감독은 호아킴 도스 산토스가 맡을 예정이다.
1967년 TV 애니메이션이 쿠키 영상으로 등장.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2Disc 3D 2D) : 블루레이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2Disc 4K UHD 2D)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