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비버리 힐스 캅(블루레이)

울프팩 2020. 2. 4. 00:33

마틴 브레스트 감독의 영화 '비버리 힐스 캅'(Beverly Hills Cop, 1984년)을 보지 못한 사람들도 해롤드 펠타마이어가 작곡한 주제곡은 많이들 안다.

통통 튀는 신디사이저 멜로디는 TV의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배경음악으로 쓰이면서 정작 영화보다 더 유명하다.

 

제작사나 제작진은 디트로이트 경찰인 주인공 액셀 폴리(에디 머피)가 친구를 살해한 범인을 잡기 위해 엉뚱하게 비버리 힐스로 날아가 설치고 다니는 내용의 이 작품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지금은 고인이 된 제작자 돈 심슨이 우연히 비버리 힐스의 경찰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가 영화 제의를 했고 '그래, 그럼 한 번 해보지' 하는 심정으로 제작진이 만든 작품이다.

 

원래 대본은 액션과 코미디가 적당히 섞인 가벼운 오락물이었다.

그런데 주연으로 내정된 배우가 당대 최고 스타였던 실베스터 스탤론이었다.

 

스탤론은 대본을 살펴보고 나서 취향대로 뜯어 고쳤다.

웃긴 부분을 드러내고 요란한 액션을 대거 집어 넣었다.

 

주인공 이름도 액셀 폴리에서 액셀 코브레티로 바꿨다.

그런데 스탤론의 대본대로 만들려면 원래 예산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결국 제작진은 협의 끝에 스탤론을 잘랐다.

그리고 촬영 2주 전에 에디 머피를 급히 주인공으로 섭외했다.

 

제작 현장은 혼란에 빠졌지만 주연 배우 교체는 신의 한수였다.

TV에서 넉살좋은 입담으로 곧잘 웃음을 터뜨렸던 에디 머피는 자신의 장기를 그대로 영화로 가져왔다.

 

속사포 같은 대사와 능청맞은 웃음으로 사람들을 그럴듯하게 솎이는 연기가 캐릭터와 딱 맞아 떨어졌다.

대신 제작진은 죽어 났다.

 

2주만에 스탤론이 손을 댄 대본을 에디 머피에 맞춰 다시 뜯어 고쳤다.

줄거리를 바꿔 액션을 줄이고 코미디를 늘렸다.

 

급기야 배역까지 교체됐다.

그러니 성공을 기대하기란 힘들었다.

 

개봉을 앞두고 할리우드에서 시사회를 열었는데 아무도 웃지 않았다.

제작자 중 한 사람인 제리 브룩하이머는 낙담했고 주연 배우인 에디 머피는 "대재앙"이라며 입에도 대지 않는 "술을 마시고 싶다"는 소리를 했다.

 

그런데 개봉을 하고 보니 흥행 대박이었다.

액션이 아닌 코미디에 비중을 둔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마틴 브레스트 감독은 액션 연출을 해본 경험이 없다.

그러다 보니 이 작품의 총격전도 기둥 뒤에 숨어 총질이나 해대는 서부극 수준으로, 박력이나 긴장감이 떨어진다.

 

초보 수준의 액션에도 불구하고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에디 머피의 입담이었다.

워낙 코미디 연기에 탁월한 달인이다보니 매번 촬영할 때마다 즉흥 연기가 작렬했고, 마틴 브레스트 감독이 너무 웃는 바람에 촬영이 여러번 끊겼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에디 머피가 살렸다.

이번에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1~3편을 하나로 묶어 3장의 디스크로 발매한 3부작이다.

 

1080p 풀 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의 화질은 제작 연도를 감안하면 괜찮은 편이다.

디테일이 떨어지고 윤곽선도 예리하지 않지만 잡티나 스크래치 하나 없는 깨끗한 영상을 보여준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울림이 좋다.

통통 튀는 멜로디의 주제곡을 선명하게 들려준다.

 

부록으로 브레스트 감독의 해설과 삭제장면, 촬영 뒷이야기, 제작과정, 캐스팅 비화, 음악 설명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오프닝에 나오는 디트로이트 시가지 장면은 전체 촬영이 끝난 뒤 마틴 브레스트 감독이 밴을 몰고 다니며 차창 너머로 무단 촬영한 영상이다. 모두 초상권 허가를 받지 않았다.
감독은 위장 수사중인 에디 머피가 담배 밀매업자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비열한 거리' 중 하비 케이틀과 로버트 드니로의 대화 장면에서 영감을 얻었다.
와이드 화면으로 자동차 추격전을 잡은 영상은 디트로이트에서 찍고 배우들의 근접 촬영은 LA에서 했다.
이 작품의 2편에도 등장하는 폴 레이저는 '에이리언2'에도 나온다. 그는 이 작품의 배역 담당을 자신의 스탠드업  공연에 초청해 배역을 따냈다. 배역 담당은 그의 공연을 보고 감동 받았다고 한다.
반장으로 나온 길버트 힐은 실제 디트로이트 경찰서 강력반장이다. 감독이 촬영 장소 물색차 경찰서에 갔다가 묵직한 인상에 끌려 섭외했다. 그는 2,3편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어 시 의원 및 시 의회 의장을 했고 디트로이트 시장 선거에도 나갔다.
감독은 촬영지 물색차 비버리 힐스에 갔다가 우연히 낡은 차량을 발견했다. 그 차를 사려고 했으나 주인이 팔지 않아 다른 중고차를 산 뒤 그 차처럼 도색했다.
장난꾸러기처럼 활짝 웃는 웃음이 인상적인 에디 머피. 그는 천연덕스러운 거짓말과 뛰어난 임기응변의 수다로 위기 상황을 모면하는 형사로 나온다. 사기꾼 수준의 거짓말을 재치있게 잘하는 배역이다.
검고 붉은 옷을 맞춰입은 두 남자는 에디 머피의 친구들이다. 주요 배우들이 나오는 장면은 모두 LA에서 찍었다.
시나리오 작가는 대본을 쓰며 알 파치노, 제임스 칸, 클린트 이스트우드, 미키 루크 등을 주인공으로 그렸다.
주연으로 내정됐다가 그만둔 실베스터 스탤론은 직접 뜯어고친 이 영화 대본의 상당 부분을 영화 '코브라'에서 사용했다.
비버리 힐스 경찰서는 내부를 공개하지 않아 감독이 상상해서 세트를 구성했다.
바나나로 배기구를 틀어막는 유명한 장면. 원래 에디가 주방에서 훔친 감자로 막기로 했으나 예산이 부족해 주방 장면을 찍을 수 없어 바나나로 바꿨다.
스트립바 강도 장면에 실제로 유명한 마우스라는 스트리퍼가 출연.
이 작품의 트리오로 출연한 저지 라인홀드(왼쪽)와 존 애쉬튼. 존은 2편, 저지는 3편까지 출연.
악당의 집은 산타모니카의 저택을 빌려서 촬영. 비버리 힐스는 극도로 촬영을 기피해 아예 찍지 못했다.
스탤론이 하차하며 다른 배역들도 설정이 변했다. 스탤론의 동생 역할은 총 맞고 죽은 친구로, 스탤론의 연인 역할(리사 에일배처)은 주인공의 친구로 바뀌었다. 브레스트 감독은 에일배처의 머리 모양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에디 머피는 원래 커피를 안마셨는데 촬영장이 너무 더워 생전 처음 커피를 마셨다가 카페인 때문에 흥분해 마구 즉흥 대사를 쏟아냈다.
주제곡 액셀F 뿐 아니라 글렌 프라이가 부른 삽입곡 'The Heat is On'도 인기를 끌었다.
에디가 권총집 없이 허리띠 뒤에 권총을 꽂는 것은 반장으로 나온 경찰 길버트 힐이 실제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악당 두목으로 나온 스티븐 버코프는 '007 옥토퍼시' '람보2' '배리 린든' '시계태엽 오렌지' 등에 출연.
'리치몬드 연애소동'에 나왔던 저지 라인홀드는 이 시리즈로 인기를 끌었다. 액셀F 연주에 롤랜드 JX-3P, 롤랜드 쥬피터8, 야마하 DX-7 키보드 등이 쓰였다.
마틴 브레스트 감독이 호텔 직원으로 카메오 출연.

비버리 힐스 캅
마틴 브레스트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비벌리 힐즈 캅 트릴로지 (3Disc 리마스터)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곡성(블루레이)  (2) 2020.02.07
비버리 힐스 캅2(블루레이)  (0) 2020.02.05
스파이더맨 뉴유니버스(4K 블루레이)  (0) 2020.01.27
캡틴 마블(4K 블루레이)  (0) 2020.01.24
월플라워(블루레이)  (0) 2020.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