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너 보든과 라이언 플렉이 공동으로 감독한 '캡틴 마블'(Captain Marvel, 2019년)은 새로운 여성 영웅의 탄생을 기리는 영화다.
처음에는 '캡틴 아메리카'의 여성판 버전인 줄 알았으나 완전히 다른 내용이다.
외계 행성인 크리족의 여전사 캐럴(브리 라슨)이 숙적인 스크럴족을 쫓아서 지구에 잠입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캐럴은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알게 되고 정의를 수호하는 영웅으로 거듭난다.
기본적인 플롯은 권선징악의 초영웅 스토리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러나 디테일은 주인공이 여성이라는데 숨어 있다.
캐럴이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과정은 여성으로서 한계를 극복하고 스스로 역할을 규정하는 여정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종족이, 사회가, 리더와 동료가 요구하는 역할이 아닌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아서 바로 세움으로써 새로 태어난다.
이는 곧 잘못된, 비뚫어진, 사회와 국가와 종족으로부터 이용당했던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이기도 하다.
무엇인가 새로 세운다는 것은 과거의 잘못을 명확히 단죄하고 바로 잡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이 과정은 말처럼 쉽지 않다.
많은 고통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후 혹독하리만치 과거와의 단절을 위해 나치에 부역한 사람들을 철저하게 찾아내 처벌했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나 독립한 뒤 반민족 행위자 처벌을 위한 특별법과 친일파들을 잡아들이는 반민특위까지 만들었지만 당시 이승만 정부에서 도리어 반민특위를 강제 해체하고 친일파를 중용하는 반역적 행위를 저질렀다.
그 과오는 두고두고 잘못된 역사로 이어지며 국가와 국민들의 가슴에 상처를 남겼다.
캐럴이 크리족 전사에서 캡틴 마블로 거듭나는 과정은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통해 과오를 바로잡고 잘못을 반성하며 새로 가야 할 길을 규정하는 변증법적 역사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캡틴 마블의 행보가 어떨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굳이 역사적 해석을 대입해 거창하게 풀이하지 않더라도 캡틴 마블은 여성의 역할에 좀 더 의미를 부여하는 페미니즘적인 시각도 다분히 녹아 있다.
이는 곧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대적인 변화와 무관치 않다.
다만 문제는 마블 유니버스라는 세계 속에서 캡틴 마블의 존재감이다.
마블이 창조한 각종 초영웅들은 결국 어벤저스라는 무리로 뭉친다.
캡틴 마블도 마찬가지다.
이미 이 작품에 어벤저스의 단장 격인 닉 퓨리(새뮤얼 잭슨)가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벤저스 시리즈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어벤저스는 멤버들이 돌아가며 노래를 한 소절씩 부르는 걸그룹 같다.
각자 자기의 역할과 특징이 있어서 돌아가며 이를 적절하게 보여준다.
캡틴 마블 역시 어벤저스의 멤버가 되면 그중 한 구절을 소화하는 역할로 한정될지, 지금까지 보여준 초영웅들과 다른 행보로 시대상을 반영한 새로운 여성 영웅이 될지 알 수 없다.
그것이 앞으로 어벤져스 제작진의 큰 숙제일 듯싶다.
4K 타이틀은 블루레이와 4K 타이틀 등 2장으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어두운 편이다.
제작진의 의도 때문에 전체적으로 톤이 가라앉아 있다.
하지만 디테일은 상당히 뛰어나다.
돌비 트루 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리어 채널을 적극 활용했고 채널 분리가 잘 돼 있어서 음향이 사방을 가득 채운다.
부록으로 감독들의 음성해설, 인터뷰, 캐릭터의 기원과 액션 촬영, 삭제 장면 및 NG 장면 등 다양한 내용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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