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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레디 플레이어 원(4K 블루레이)

울프팩 2020. 1. 14. 00:01

1980년대 대중문화에 흠뻑 젖었던 사람이라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2018년)은 일종의 종합 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1970, 80년대에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 중에 종합 선물세트가 있다.

 

시중에 파는 온갖 과자를 골고루 섞어서 하나의 패키지로 만든 과자 묶음이다.

아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생일상 같은 선물이다.

 

이 영화는 80년대 영화, 만화, 게임, 노래 등 시대의 아이콘이 됐던 대중문화들이 골고루 섞여 있다.

도대체 이 많은 아이템들을 어떻게 욱여넣을까 싶은데 어떤 아이템은 캐릭터로, 어떤 아이템은 카메오로, 어떤 아이템은 벽에 붙은 포스터 등으로 골고루 등장한다.

 

우선 초반 여주인공 사만다(올리비아 쿡)가 타고 등장하는 오토바이는 유명한 저패니메이션 '아키라'의 가네다 바이크다.

남자 주인공 웨이드 오웬(타이 쉐리던)의 자동차는 '백 투 더 퓨처'의 드로리안이다.

 

이밖에 자동차 경주 장면에 '킹콩'과 '쥬라기 공원'의 공룡이 등장하고, 막판 결전에는 '아이언 자이언트'와 '기동전사 건담'까지 나온다.

이외에도 '에이리언'에 나오는 펄스 라이플, '스타워즈'와 '고질라', '사탄의 인형'의 요물 처키도 나오고 마이클 잭슨이 '스릴러' 뮤직비디오에 입고 나온 의상과 '터미네이터 2'의 대사까지 집어넣었다.

 

압권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의 공간을 그대로 오마주한 것.

설원에 고립된 공포의 호텔과 유령이 등장하는 장면까지 그대로 재현했다.

 

이처럼 80년대 아이템을 백화점식으로 늘어놓다 보니 스토리는 게임처럼 엮을 수밖에 없다.

어니스트 클라인이 쓴 원작 소설을 토대로 만든 내용은 2045년 미래를 배경으로 가상현실(VR)에 빠져 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다뤘다.

 

주인공들은 '오아시스'라는 가상현실 게임 속에서 가상의 캐릭터가 돼 오아시스를 독차지하려는 탐욕스러운 무리들과 대결을 벌이는 내용이다.

여기에 80년대 온갖 대중문화 아이템을 잡탕밥처럼 섞어 놓았다.

 

따라서 이 영화는 스토리나 인물들의 연기보다는 곳곳에 숨어 있는 80년대 대중문화 아이콘들을 숨은 그림 찾기처럼 찾아내는 재미가 더 크다.

그렇게 숨어 있는 아이템을 뜻밖에 상황에서 발견한 순간 기발한 아이디어에 탄복하게 된다.

 

예를 들어 무시무시한 식칼을 휘두르는 처키 인형을 수류탄처럼 적을 향해 던지는 무기로 사용하는 식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허공을 날며 춤을 추는 미래의 VR 무도회장에서 남녀 주인공이 춤을 추는 순간 흘러나오는 노래는 '토요일 밤의 열기'에서 존 트라볼타를 스타로 만든 비지스의 'Staying Alive'다.

또 VR로 점프하는 순간은 메인 테마처럼 밴 헬런의 'Jump'가, 고질라와 대결을 펼칠 때 '고질라'의 메인 테마가 깔린다.

 

이처럼 영화를 보는 내내 눈과 귀가 과거로 돌아가 황홀한 향수에 젖게 만든다.

반대로 80년대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면 정신 사납고 한 편의 비디오 게임처럼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그칠 수밖에 없다.

 

정작 아이템을 뻔히 보고도 그 의미와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주요 캐릭터와 관련 있는 '백 투 더 퓨처'나 '아키라' '샤이닝' '아이언 자이언트' 등의 영화를 미리 보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관련 있는 영화가 한 두 편이 아니니 일부러 80년대 대중문화 아이템을 찾아보는 것도 큰 일이다.

어쨌든 한 편의 게임처럼 흘러가는 이 영화는 80년대 대중문화에 대한 경배다.

 

그 속에서 이제는 옛 추억이 돼버린 비디오 키즈와 게임 키즈의 옛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럴 수 있도록 기발한 영상으로 재구성한 스필버그 감독의 연출력과 야누스 카민스키의 촬영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단, 이제는 종합 선물세트를 받아도 즐겁지 않을 나이가 돼 버린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훌륭하다.

디테일이 뛰어나며 화려한 색상이 잘 살아 있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 또한 서라운드 효과가 요란하다.

VR 속의 요란한 효과음들이 리어 채널을 비롯해 사방에서 굉음처럼 울린다.

 

부록으로 제작진 및 배우 인터뷰, 제작과정, VR 효과, 음향, 음악, 원작자 인터뷰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미래에 식량 폭동과 인터넷 대역 폭동이 일어난다는 설정이 신선하다.
'아키라'에 나온 가네다 바이크가 등장. 다른 점은 바이크 옆면에 게임기 회사인 아타리 로고가 붙어있다.
1970년대 유명한 영화였던 '킹콩'의 주인공과 1980년대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드로리안 자동차가 등장.
VR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다보니 영화의 상당부분이 컴퓨터그래픽이다. ILM과 디지털도메인이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했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미래의 VR 낙원 이름은 의미심장하게 오아시스다.
공중을 부유하며 춤을 추는 미래의 VR 나이트 클럽 장면에서 비지스의 'Staying Alive'가 나온다. 원작자 어니스트 클라인은 비밀의 방을 발견하는 내용의 아타리 게임 '어드벤처'에서 영감을 받아 소설을 구상하게 됐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트레일러촌은 4층 높이의 구조물 6개를 만든 세트다.
주인공을 연기한 올리비아 쿡과 타이 쉐리던.
실사 장면은 필름으로 촬영. 반군 기지 장면은 버밍엄의 폐 자동차 공장에서 찍었다.
영화 '샤이닝'에 대한 오마주 장면은 원작 소설에 없다.
'샤이닝'에 나온 호텔을 그대로 재현. 원작자 클라인은 로알드 달의 책을 좋아한다. 특히 사탕을 만드는 윌리 윙카가 나오는 책을 좋아한다.
'샤이닝' 시퀀스가 길게 나오는데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스필버그 감독은 연출 및 제작까지 맡았다.
다이토를 연기한 윈 로미사키는 미얀마 출신으로 2013년 데뷔한 일본 아이돌그룹 프리즈맥스의 멤버였다. 스필버그 감독이 그를 다이토 역으로 직접 골랐다.
원작자 클라인은 전자오락실에서 게임기에 동전을 넣었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문구에서 영감을 얻어 제목을 지었다.
아이언 자이언트가 주요 캐릭터로 등장.
제작진은 식서의 워룸과 소렌토의 사무실을 영국 리브스덴 스튜디오에 세트로 만들었다. 소렌토의 VR의자도 제작했다.
기동전사 건담도 등장. 티어스 퍼 피어스의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트위스티드 시스터의 'Were Not Gonna Take It', 조지 마이클의 'Faith' 등 귀에 익은 1980년대 팝과 록음악들이 많이 나온다.
어니스트 클라인이 10대였던 1980년대 대중문화를 소설로 엮은 원작은 2011년 랜덤하우스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40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아타리 게임기와 VTR, 그리고 루빅큐브 등 1980년대 젊은이들이 좋아했던 물건들도 나온다.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기 전에 피터 잭슨, 로버트 저메키스, 크리스토퍼 놀란, 매튜 본 등도 감독 물망에 올랐다.
어니스트 클라인은 속편에 해당하는 소설을 쓰고 있다고 한다. 그는 드로리안 자동차를 구입해 타고 다닌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레디 플레이어 원 (1Disc) : 블루레이
스티븐 스필버그,타이 쉐리던, 올리비아 쿡
 
레디 플레이어 원 (2Disc 4K UHD 2D) : 블루레이
스티븐 스필버그,타이 쉐리던, 올리비아 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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