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버드(Brad Bird) 감독의 '아이언 자이언트'(The Iron Giant, 1999년)는 흔히 말하는 저주받은 걸작 애니메이션이다.
지금은 DVD 타이틀 등으로 많이 알려지며 평가가 달라졌지만 개봉 당시 평론가들의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했다.
그 이유가 내용이 재미없거나 부실하게 만들어 그런 것이 아니라 배급사인 워너에서 마케팅에 크게 공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드 감독이나 제작진으로서는 기대가 컸던 만큼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 없다.
저주받은 걸작
이 작품이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고 사람들에게 걸작으로 뒤늦게 인정받은 것은 따뜻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그림 때문이다.
내용은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한창이던 1950년대 미국 록웰에 느닷없이 나타난 외계 로봇과 소년이 친구가 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정부 요원은 미지의 존재인 로봇을 침략자로 규정하고 무조건 쳐부수려 하고 소년은 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 과정에서 외계 로봇은 자신의 존재 이유가 최첨단 무기라는 것을 잘 알지만 소년과 우정을 쌓으며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무기로서 살아가기를 포기한다.
버드 감독은 어른들이 봐도 좋아할 만한 철학적 내용에 아이들을 사로잡는 로봇 이야기를 결합시켜 온 가족이 함께 보고 느낄 수 있는 따뜻한 가족 영화로 만들었다.
여기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손그림으로 배경과 등장인물을 만들고 당시 '토이스토리' 이후 유행하던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각 진 모양의 로봇을 합성해 이질적이면서도 조화로운 느낌을 잘 살렸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은 감성을 자극하는 휴머니스트적 이야기다.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처럼 생명의 소중함과 평화를 강조한 인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 것이다.
여기에는 이번에 출시된 시그니처 에디션 블루레이 타이틀에 들어 있는 제작과정에 소개한 버드 감독의 개인적 아픔과 기억이 스며 있다.
버드 감독의 누나 수잔은 매형이 쏜 총에 맞아 살해당했다.
워낙 누나와 친했기에 이 사건은 두고두고 버드 감독을 괴롭히는 상처로 남았다.
특히 그는 이 사건 때문에 폭력과 총에 대해 강한 혐오감을 갖게 됐다.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그 사람을 사랑한 다른 사람의 일부까지 죽이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버드 감독은 이 기억 때문에 '총에 영혼이 있어서 살인도구로서 살아가기를 포기하는 총'이라는 역설적 설정을 담았다.
버즈 감독은 디즈니의 촉망받는 직원이 됐지만 경영진과 의견 충돌로 해고당한 뒤 디즈니라면 하지 않을 만한 파격적 방식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
공포의 외인구단이 만든 작품
파격적 방식이란 '공포의 외인구단' 같은 제작팀을 구성하는 것이다.
버즈 감독은 워너브라더스에서 작품 제작을 결정한 뒤 다들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독특한 사람들로 제작팀을 꾸렸다.
젊고 창의적이나 경험 없는 사람들,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으나 한 물 간 나이 든 원로, 한 번도 스토리보드를 만들어 보지 않은 스토리보드 제작자 등 특이한 사람들이 포함됐다.
그러면서 디즈니가 버린 '나인 올드맨' 시절의 제작방법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
나인 올드맨이란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 '신데렐라' 등 디즈니의 명성을 만든 초창기 시절 9명의 애니메이터들이다.
지금은 모두 세상을 떠났지만 버드 감독은 이 사람들과 함께 작업한 원로들에게서 배운 방법을 통해 캐릭터별로 제작자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장면별로 제작자를 붙이는 방식을 사용했다.
화가가 여러 그림에 나오는 특정 인물을 맡아서 그림마다 이 인물만 그리는 디즈니 방식과 달리 화가가 한 점의 그림만 그리게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각 장면의 완결성을 높일 수 있다.
이 작품의 인상적 장면들은 이렇게 탄생했다.
덕분에 이 작품은 손에 꼽을 만한 걸작이 됐고 애니메이터들 사이에 버드 감독의 명성이 올라가게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버드 감독은 훗날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같은 성공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고 나아가서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투모로우랜드' 같은 극영화까지 연출했다.
그런 만큼 이 작품은 버드 감독이나 영화 애호가들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다.
뛰어난 화질과 음향의 앙상블
1080p 풀 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아주 좋다.
DVD 타이틀도 화질이 괜찮았는데 이번 블루레이 타이틀은 그보다 개선돼 잡티 하나 없이 말끔한 영상과 선명한 윤곽선, 깨끗한 색감으로 마치 최신작처럼 다시 태어났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압도적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묵직한 저음으로 로봇의 무게감을 잘 살렸고 소리의 이동성과 방향감이 좋아서 듣는 재미가 있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삭제 장면, 음악, 영화 보관소 설명, 감독 음성해설 등 풍부한 내용이 들어 있다.
일부 부록은 최근에 만들어 HD 영상으로 수록됐으며 대부분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은 극장판과 2분가량 늘어난 감독판 2가지 판본을 모두 싣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버드 감독의 음성해설도 2가지 판본에 모두 들어 있는데 한글자막이 전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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