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인크레더블

울프팩 2005. 5. 3. 21:13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등 유명 애니메이션을 만든 픽사의 신작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 2004년)은 특이하게 은퇴라는 영웅의 정신적 죽음을 다루고 있다.
온갖 이름의 슈퍼 영웅들을 주체할 수 없던 사람들은 급기야 '슈퍼 히어로 격리프로그램'을 마련해 급기야 영웅들을 모두 은퇴시켜 버린다.

'미스터 인크레더블'로 불리던 밥 파(크레이그 넬슨 Craig T. Nelson)도 예외가 아니다.
은퇴한 지 15년 만에 그는 세상사람들로부터 완전히 잊힌 채 살아간다.

매일 보험회사에 출근해 업무 스트레스와 씨름하다 보니 배도 불쑥 나왔다.
이쯤 되면 영웅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다.

브래드 버드(Brad Bird) 감독도 이를 의식한 듯 가족을 만들어 퇴물 영웅을 구제한다.
은퇴한 파는 고무처럼 자유자재로 몸이 늘어나는 은퇴한 여자 슈퍼 영웅 엘라스티걸(홀리 헌터 Holly Hunter)을 아내로 맞아 세 자녀와 함께 가족을 구성, 더 이상 고독한 삶을 살지 않는다.

버드 감독이 슈퍼 히어로 영화답지 않게 가족의 소소한 삶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진정한 영웅의 힘은 가족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과거에 홀로 싸웠던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새로운 적 신드롬을 맞아 온 가족이 똘똘 뭉쳐 함께 싸운다.

결국 슈퍼 영웅의 부재한 공간을 슈퍼 가족이라는 새로운 대안이 차지한 셈이다.
은퇴한 영웅의 복귀라는 내용도 특이하지만 그림 또한 기존 작품과 많이 다르다.
 
이 작품은 픽사의 전작들보다 진일보했다. 
사실적인 피부 질감은 스퀘어의 '파이널 판타지'나 '애니매트릭스' 가운데 '오시리스 최후의 비행'보다도 떨어지지만 실사에 가까운 사실적 캐릭터를 버리고 미국 만화책에서 흔히 보는 선을 단순화한 캐릭터로 보완했다.

대신 머리카락 표현은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일품이다.
바람에 휘날리는 하늘하늘한 머릿결이나 물속에서 솟구쳐 물기를 털어내는 장면의 젖은 머리카락 등은 실감 난다.

또 캐릭터들의 풍부한 표정과 포커스 아웃이 절묘하게 적용된 배경은 새삼 실사 못지않은 미국 컴퓨터 그래픽의 위력을 절감하게 만든다.
반면 웃음의 포인트가 다른 미국식 유머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듣는 미스터 인크레더블이라는 슈퍼 영웅의 존재는 이 작품이 넘어야 할 산이다.

DVD 타이틀은 괜찮은 화질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머리카락, 물, 폭발장면 등을 보면 기존 애니메이션과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돌비디지털 5.1 EX를 지원하는 음향도 마찬가지.
탁월한 서라운드 효과와 풍성한 저음으로 멀티채널 스피커를 울려준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우리의 영웅이 은퇴했다. 이제는 평범한 소시민이 돼서 보험회사 상담원으로 일한다.
픽사의 애니메이터들은 실제 털을 심어놓은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만큼 머리카락을 기가 막히게 표현했다.
낮은 앵글과 부감 샷 등 자유로운 카메라 각도를 통해 속도감 있으면서 긴장감 넘치는 화면을 연출.
돌아온 슈퍼 영웅. 이제는 부인과 아이들까지 초능력 패밀리가 됐다. 역시 영웅에게는 영웅의 옷이 어울린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인크레더블의 친구 프로즌의 음성은 새뮤얼 잭슨이 연기.
폭발 효과도 실사 같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테크닉 측면에서도 진일보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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