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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신데렐라 (블루레이)

울프팩 2012. 10. 25. 08:49
월트 디즈니의 수 많은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중에서 '신데렐라'(CInderella, 1950년)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만약 이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디즈니는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30년에 걸쳐 신데렐라를 준비했던 월트 디즈니가 1948년 이 작품을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로 결심한 것은 도박에 가까운 결정이었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애니메이션 수요가 뚝 끊기는 바람에 정부 국책영화 등을 제작하며 근근히 연명하던 디즈니는 당시 400만달러에 이르는 빚까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극장용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피노키오'와 '환타지아'도 처음 개봉시 흥행에 실패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 작품이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멋지게 성공하면서 디즈니에게 재기의 발판이 돼줬다.
이 작품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미국 뿐 아니라 전쟁으로 지친 전세계인들에게 재기의 희망을 불어넣어줬기 때문이다.

핍박받는 신데렐라가 계모와 이복 언니들의 구박을 견뎌내고 왕자의 신부로 간택되는 꿈 같은 성공담은 당시 모든 이들의 희망을 대변했다.
원작도 유명했지만 세계인들에게 신데렐라의 존재를 알린 것은 사실 이 작품이다.

특히 디즈니는 원작에 없는 동물들이 신데렐라를 돕고, 특히 못된 고양이를 피해 벌이는 쥐들의 모험담 등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면서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들었다.
여기에 디즈니 특유의 노래와 춤을 섞는 뮤지컬 요소를 곁들여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수호 요정이 부르는 유명한 '비비디 바비디 부'는 쉬운 멜로디와 중독성 후렴구로 크게 히트하며 음반도 많이 팔렸다.
덕분에 디즈니는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호응을 거두며 14회 베니스영화제 특별사자상을 받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당시 6.25 전쟁 중인 국내에서는 개봉되지 않았다.
이 작품이 국내에서 빛을 본 것은 무려 약 50년이 지난 1998년 비디오테이프로  출시되면서였다.

그만큼 이번에 다이아몬드 에디션으로 나온 이 작품의 블루레이 타이틀은 의미가 크다.
1080p 풀HD의 4 대 3 풀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새삼 디즈니의 복원 기술에 놀라게 될 정도로 화질이 좋다.

제작 연도를 의심할 만큼 맑고 투명한 색감과 잡티 하나없이 깔끔한 영상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DTS-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비교적 채널 분리가 잘돼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과거 DVD에 수록됐던 풍성한 내용들이 모두 한글자막과 함께 수록됐다.
참고로 본편은 우리말 더빙도 함께 담았다.

감독은 윌프레드 잭슨, 해밀턴 러스크, 클라이드 제로니미가 공동으로 맡았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원작 동화는 1697년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가 민간에 떠도는 이야기를 모아 정리한 단편집에 실렸다. 원제는 '셍드리용 또는 작은 유리신' 인데 영어로 옮기면서 신데렐라가 됐다.
원작이 있는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의 공통된 특징이 책장을 넘기며 시작한다는 점이다. 디즈니는 1922년 레포그램이라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흑백으로 신데렐라를 처음 만들었고 1933년 실리심포니 시리즈로 다시 시도했다가 포기했다. 따라서 22년부터 따지면 근 30년이 걸린 셈이다.
신데렐라의 목소리는 월트 디즈니가 직접 300여명을 오디션해서 뽑은 당시 18세 소녀 아일린 우즈가 맡았다. 월트 디즈니는 309 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그의 목소리를 아주 좋아했다. 아일린 우즈는 말년에 알츠하이머 병으로 고생하다가 2010년 7월 81세 나이로 숨졌다.
이 작품의 숨은 공로자 중 한 사람이 채색과 배경 등의 도안을 맡은 메리 블레어다. 그는 남편과 함께 디즈니에서 애니메이터로 근무했는데, 월트 디즈니 및 직원들과 남미 답사를 다녀온 뒤 시야가 넓어져 이국적 색상과 무늬 등을 적극 활용했다.
갖가지 동물들이 옥신각신 다투고 아슬아슬한 모험을 벌이는 내용은 원작에 없고 디즈니에서 추가했다.
월트 디즈니는 어려서 농장일과 신문배달을 하며 힘들게 자라서 오직 상상력만으로 성공한 만큼 자신의 얘기같은 신데렐라 스토리를 좋아했다.
못된 계모와 이복 언니들. 디즈니 고전 애니메이션의 핵심은 변신이다. 피노키오처럼 나무인형이 인간이 되고, 잿투성이 하녀가 왕자의 신부가 되는 변신을 월트 디즈니는 좋아했다.
수호 천사는 실제 모델이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터였던 켄달 오코너의 부인 메리 앨리스 오코너가 주인공. 사회 봉사에 열심이었던 그는 버뱅크의 수호천사로 알려졌으며 나중에 버뱅크 최초의 여성교육위원회장을 지냈고 시의회가 부에니비스타아동센터를 메리앨리스오코너가족센터로 개명할 만큼 많은 기여를 했다. 수호 요정의 목소리를 맡았던 버나 펠턴은 월트 디즈니와 같은 날인 1966년 12월15일 사망했다.
디즈니 제작팀은 메리 블레어의 참여를 반대했다. 당시 디즈니 작품들은 둥글 둥글한 곡선 캐릭터가 많았는데 메리의 복잡한 스타일의 그림과 다채로운 색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 하지만 월트 디즈니가 색을 잘 다루는 그를 아껴서 이 작품에 참여시켰다.
감정에 따라 색 변화를 주는데 탁월했던 메리 블레어는 1951년 삽화가로 활동하기 위해 디즈니를 떠났다가 훗날 월트 디즈니가 디즈니랜드를 만들때 불러서 놀이기구 등 전체적인 그림디자인을 맡았다.
이 작품에는 당시 '나인 올드맨'으로 불린 디즈니의 정예 아티스트 9명이 참가했다. 음악은 당시 미국 대중음악계를 지칭하는 틴팬앨리 작곡가 3명이 담당. 19세기에 시작된 틴팬앨리는 뉴욕시 중심인 28번가를 통칭한다.
신데렐라 변신의 열쇠인 유리구두는 원래 원작에서 프랑스의 고급 가죽신이었다. 그런데 영어로 번역되면서 vair(가죽)과 verre(유리)를 착각해 유리구두가 됐는데, 디즈니 작품에 등장한 이미지가 아름다워 다시 출간된 프랑스 원작마저도 유리구두로 바꿨다고 한다.
이 작품은 일부 노래에 기타연구가이자 연주자였던 레스폴이 1940년에 시도한 오버더빙 테크닉이 쓰였다. 신데렐라의 OST는 디즈니가 자사 음반사를 통해 처음 발매한 작품으로, 크게 성공해 75만장이 팔렸다.
신데렐라
샤를 페로 글/로베르토 인노첸티 그림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신데렐라 DE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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