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20/02 14

레이디와 트램프(블루레이)

디즈니가 1955년에 만든 15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레이디와 트램프'(Lady And The Tramp, 1955년)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나 '신데렐라' 등 다른 작품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디즈니 스튜디오에서는 꽤 의미 있는 작품이다. 디즈니는 이 작품을 계기로 배급사인 브에나비스타를 차려 자체 배급에 나섰다. 더 이상 작품 생산만 하는 스튜디오가 아니라 본격적인 배급사로 첫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콘텐츠가 힘을 받으려면 플랫폼, 즉 유통 파워를 가져야 하는데 디즈니는 이 작품을 계기로 이를 이뤘다. 더불어 이 작품은 가로로 길쭉한 시네마스코프 화면비로 찍은 최초의 애니메이션이다. 당시 미국의 영화 산업은 TV가 급격히 보급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영화계는..

경계선(블루레이)

알리 아바시 감독이 만든 스웨덴 영화 '경계선'(GRANS, 2018년)은 참으로 기이한 영화다. 영화의 이야기와 소재, 영상 그리고 배우들까지 모든 것이 기이하고 낯설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면서도 슬프고 복잡 미묘한 감정이 자리를 잡는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만 따지면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내용은 판타지에 가깝다. 괴이한 외모를 가진 여성 티나(에바 멜란데르)는 냄새로 사람들의 범죄를 알아내는 특이한 재주를 지녔다. 덕분에 항구에서 입항하는 사람들의 검역을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일한다. 이 곳에서 그는 냄새로 아동 포르노 범죄자들을 잡아내기까지 한다. 그곳에서 티나는 우연히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이상한 외모를 지닌 남성 보레(에로 밀로노프)를 만난다. 티나는 벌레를 잡아서..

닥터 슬립(4K 블루레이)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은 위대한 공포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명작이다. 이 작품은 귀신이나 연쇄살인마 같은 끔찍한 상대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을 다뤘다. 큐브릭 감독은 참으로 길고 험난한 내면의 싸움을 통해 외부로 드러난 상대보다 보이지 않는 내부의 공포가 얼마나 더 무서운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래서 이 작품이 여타의 공포물과 다른 대접을 받는다. 심지어 원작인 스티븐 킹의 소설보다 더 현실적인 공포를 묘사했다. 그런 위대한 작품의 속편을 만드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도전일 수 있다.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의 '닥터 슬립'(Doctor Sleep, 2019년)은 여기에 도전장을 던진 작품이다. 샤이닝의 속편으로 기획된 이 작품은 전작에서 어린 소년이었던 대니(이완 맥그리거)가..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블루레이)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カメラを止めるな!, 2017년)는 독특한 영화다. B급 좀비 영화를 찍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코믹한 소동을 다룬 작품이다. 언뜻 보면 별게 아닐 수도 있지만 구성이 독특하다. 영화 속 영화를 먼저 보여주고 제작현장을 다루면서 복기하는 방식이다. 따지고 보면 이 영화 안에는 마치 러시아의 오뚝이 인형처럼 3개의 영화가 들어 있다. 캥거루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새끼 캥거루처럼 이 영화가 품고 있는 좀비물을 만드는 제작팀 얘기가 있고 그 안에 서 그들이 또 다른 좀비물을 만든다. 세상의 모든 좀비 영화가 대동소이하듯 영화 속 제작팀이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하기 위해 만드는 좀비물은 뻔한 내용이다. 버려진 공장에서 좀비 영화를 찍던 제작팀이 실제 좀비를 만나 쫓기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4K 블루레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감독상, 작품상을 놓고 경합을 벌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2019년)는 미국 현대사의 충격적인 사건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1969년 8월 9일에 찰리 맨슨 일당이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부인이자 여배우인 샤론 테이트를 잔혹하게 살해한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미국을 떠돌던 찰리 맨슨 일당은 마약에 취해 샤론 테이트와 친구들을 다른 사람으로 오인해 총으로 쏘고 칼로 난도질을 해 죽였다. 당시 샤론 테이트는 임신 8개월이었다. 어려서부터 감옥을 들락거린 찰리 맨슨은 수감 시절 기타를 배워 1967년 출소한 뒤 작곡도 하고 노래도 열심히 불렀다. 그때 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