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20/09 10

젠틀맨(블루레이)

가이 리치(Guy Ritchie) 감독은 앞뒤 복선을 정교하게 깔아서 이야기를 뒤집는데 탁월하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 '스내치'(Snatch), '맨 프롬 엉클'(The Man from U.N.C.L.E) 등 그가 만든 영화를 보면 이런 복선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면서 막판의 시원한 결말로 치닫는다. 마치 처음에는 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으나 시간이 지나서 하나 둘 아귀가 맞으면 커다란 그림이 나타나는 퍼즐 같다. '젠틀맨'(The Gentlemen, 2020년)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정교한 추리소설처럼 복선을 깔아놓은 범죄 드라마다. 영국 최고의 대마초 공급책인 믹키 피어슨(매튜 맥커너히, Matthew McConau..

슬럼독 밀리어네어(블루레이)

대니 보일(Danny Boyle) 감독의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 2008년)는 일확천금의 우연과 행운이 겹치는 판타지 같은 영화다. 인도(India)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실제로 인도의 유명 TV 퀴즈쇼를 소재로 하고 있다. 우연히 퀴즈쇼에 출연한 주인공 자말 말릭(데브 파텔 Dev Patel)은 희한하게 자신이 겪었던 경험과 관련된 퀴즈를 만나면서 졸지에 백만장자에 한 걸음씩 다가가게 된다. 자신이 겪지 않거나 모르는 문제는 찍었는데 들어맞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자말의 목표는 우승이 아니다. TV에 출연해 예전에 헤어진 첫사랑 라티카(프리다 핀토 Freida Pinto)를 찾는 것이 목표다. 우연과 행운으로 점철된 로또 같은 영화 이 영화는 한마디로 시나..

클로버필드(블루레이)

손에 카메라를 들고 달리면서 찍은 핸드헬드 영화는 대화면에서 보면 최악이다. 50, 60인치 TV에서는 별로 티가 나지 않을 수 있지만 100인치 넘어가는 대화면으로 보면 커다란 화면이 물결치듯 출렁이기 때문이다. 핸드헬드로 찍은 영상을 프로젝터를 이용해 100인치 이상으로 보면 마치 바이킹을 타고 영화를 보는 것처럼 세상이 요동치고 거센 파도 위에 흔들리는 조각배를 탄 것처럼 멀미가 난다. 하물며 수백 인치 사이즈가 넘어가는 극장에서라면 더 말할 게 없다. 끔찍한 멀미 유발자 맷 리브스 감독의 '클로버필드'(Cloverfield, 2008년)가 그런 영화다. 이 작품은 멀미가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영화다. 오죽했으면 관객들이 하도 멀미를 호소해서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극장 개봉 시 매표소에 멀미 주의를 ..

존 윅 리로드(4K 블루레이)

'존 윅 리로드'(John Wick Chapter 2, 2017년)는 화끈한 액션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영화다.스턴트맨 출신인 채드 스타헬스키가 전작인 '존 윅'에 이어 감독을 맡았다.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매트릭스' 3부작에서 키아누 리브스의 대역을 했던 인물로, 스턴트 전문 회사까지 차린 전문가다.매트릭스에서 주연과 대역배우로 만난 키아누 리브스와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주연과 감독으로 만났다. 스턴트맨 출신 감독인 만큼 액션 설계가 남다르다.로마 지하묘지에서 벌이는 총격전이나 현대미술관 내 싸움, 거울방 격투 등을 보면 지근거리에서 벌어지는 인물들 간에 총격전이 한 편의 쿵후 대결을 보는 것 같다. 특히 미술관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은 영화 '아저씨'의 막판 칼싸움을 보는 것 같다.다만..

레드슈즈(블루레이)

동화 비틀기는 애니메이션에서 흔한 일이다. 홍성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애니메이션 '레드 슈즈'(Red Shoes, 2019년)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Snow White and Seven Dwarfs)를 비틀었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백설공주의 미모를 시샘한 마녀가 공주를 죽이려고 하자 왕자들이 이를 물리치고 공주를 구하는 내용으로, 동화와 비슷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가면 설정이 완전히 뒤바뀐다. 백설공주 비틀기 우선 공주는 타고난 절세미인이 아니다. 못생기지는 않았지만 뚱뚱한 그는 마녀의 소유물이나 마찬가지였던 마법 구두, 즉 빨간 구두를 신고 미녀가 된다. 이는 마치 뚱뚱한 코러스걸에서 성형을 통해 미녀 가수로 다시 태어나는 우리 영화 '미녀는 괴로워' 같다. 어찌 보면 공주의 미모는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