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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레드슈즈(블루레이)

울프팩 2020. 9. 2. 00:46

동화 비틀기는 애니메이션에서 흔한 일이다.
홍성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애니메이션 '레드 슈즈'(Red Shoes, 2019년)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Snow White and Seven Dwarfs)를 비틀었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백설공주의 미모를 시샘한 마녀가 공주를 죽이려고 하자 왕자들이 이를 물리치고 공주를 구하는 내용으로, 동화와 비슷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가면 설정이 완전히 뒤바뀐다.

 

백설공주 비틀기
우선 공주는 타고난 절세미인이 아니다.
못생기지는 않았지만 뚱뚱한 그는 마녀의 소유물이나 마찬가지였던 마법 구두, 즉 빨간 구두를 신고 미녀가 된다.

 

이는 마치 뚱뚱한 코러스걸에서 성형을 통해 미녀 가수로 다시 태어나는 우리 영화 '미녀는 괴로워' 같다.
어찌 보면 공주의 미모는 마녀의 빨간 구두에서 나온 셈이니, 마녀 입장에서는 자신의 것을 되찾으려는 노력이다.

 

그런 마녀의 손길로부터 공주를 지키는 일곱 난쟁이는 실제로 일곱 왕자들이다.
원래 그들은 뛰어난 싸움 실력과 외모를 지녔으나 마녀의 저주에 걸려 난쟁이가 됐다.

 

푸르뎅뎅하고 통통한 난쟁이들의 모습은 꼭 꼬마 슈렉 같다.
그들은 진정한 사랑의 키스를 받으면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저주에 걸렸는데, 이런 설정은 '백조의 호수'나 '미녀와 야수'를 연상케 한다.

 

과연 공주가 빨간 구두를 벗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도 난쟁이 왕자들은 그를 사랑할 수 있을까.
10년 전부터 이 작품을 구상했다는 홍 감독은 '슈렉'(Shrek)처럼 외모 지상주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셈이다.

 

기본 설정과 줄거리를 보면 알 수 있듯 사실 이 작품은 동화 비틀기와 더불어 여러 동화와 애니메이션 및 유명 영화를 흉내 낸 혼종, 즉 하이브리드다.
우선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들어갔고 난쟁이들의 외모와 공주의 설정에서 '슈렉'을 볼 수 있다.

 

여기에 거대한 로봇은 '피노키오'를, 바위에서 칼을 뽑지 못하는 난쟁이 왕자는 '아더왕과 엑스칼리버'를 흉내 냈다.
마법 구두의 힘으로 미모의 공주가 되고 그런 구두의 임자가 따로 있다는 설정은 영락없는 '신데렐라'다.

 

뿐만 아니라 얼굴에 점이 박힌 마녀는 마릴린 먼로를, 공주와 난쟁이가 하늘을 나는 장면에서는 '타이타닉'의 한 장면이 나온다.
이런 것들을 패러디라는 말로 뭉뚱 그렸으나 기시감이 드는 설정이라는 점에서 흉내내기와 짜깁기에 가깝다.

 

디즈니식 애니메이션
물론 그런 흉내내기와 짜깁기도 또 다른 창작으로 볼 수도 있으나 확실히 신선함은 떨어진다.
이와 함께 노래와 춤을 곁들인 구성과 전개 또한 익히 봐왔던 디즈니식 애니메이션을 닮았다.

 

어쩌면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디즈니식 구성을 일부러 따왔을 수 있으나 독창성에서는 떨어진다.
우리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이나 타무라 시게루의 '고래의 도약'(Glassy Ocean), 프레데릭 백의 '나무를 심은 사람'(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처럼 고유의 스타일로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디즈니 스타일을 흉내 낸 부분도 아쉽다.

 

물론 이 작품이 흥행을 우선하는 상업 영화라는 점에서 독창성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그런데 디즈니 흉내내기나 드림웍스의 '슈렉'처럼 디즈니 욕보이기의 역발상이 시장에서 잘 먹히면 다행이지만 또 다른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아류로 폄하돼 떠내려갈 수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작품은 후자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반면 디즈니 스타일에 익숙하고 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거부감이 덜 할 수 있다.

 

캐릭터나 그림 작업에 디즈니에서 오랜 세월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김상진 씨가 참여했다.
그는 '겨울왕국'(Frozen) '모아나'(Moana) '라푼젤'(Tangled) 등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했다.

 

굳이 우리 스타일을 찾는다면 라인 프렌즈에서 투자한 덕분에 등장하는 메신저 '라인'의 캐릭터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톡'에 밀렸지만 일본이나 동남아시아에서는 '라인'을 많이 쓰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반가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또한 우리보다는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설정일 수 있다.
해외 유명 배우들이 목소리 녹음에 참여한 점도 해외 시장을 겨냥한 포석이다.

 

클로이 모레츠(Chloe Moretz)가 공주, 지나 거손(Gina Gershon)이 마녀, '헝거게임'(The Hunger Games) 시리즈에 나온 샘 클래플린(Sam Claflin)이 난쟁이 멀린의 목소리를 맡았다.
음악도 '말레피센트 2'(Maleficent: Mistress of Evil) '히트맨'(Hitman) 등의 음악을 담당한 제프 자넬리가 담당했다.

 

확실히 해외에서도 먹힐만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은 높이 사지만 독창성 면에서는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발색이 곱다.
영어와 우리말 모두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 채널을 적극 활용해서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다만 대사 음량이 작은 편이어서 아쉽다.
부록으로 작품을 소개한 영상이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싸이더스에서 제작한 극장용 3D 애니메이션이다. 여러 동화의 설정과 줄거리를 가져온 이 작품은 예측 가능한 뻔한 스토리여서 아쉽다.
원안은 대한민국 스토리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일곱 난쟁이'다.
얼굴 한편에 점을 찍은 마녀 캐릭터는 마릴린 먼로를 닮았다.
1970년대부터 국내 애니메이션의 작화 능력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의 작화 능력도 높이 살만하다.
홍 감독은 "전세계 사람들이 가장 잘아는 동화 중에 외모 이야기로 강력한 작품이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했다"고 한다.
백설공주 동화를 토대로 한 작품 중에 난쟁이가 주인공인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른 피부의 왕자들은 슈렉을 떠올리게 한다.
백설공주의 외모나 난쟁이들이 우리가 아는 동화와 다르다면 재미있을 것이라는 발상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라인 캐릭터들이 작품에 등장.
약 10년에 걸쳐 200여명의 제작진이 작품에 참여했다.
로봇 피노키오의 등장.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해 영어로 만들어서 입 모양을 영어에 맞춰 작업한 점이 힘들었다고 한다.
영화 '타이타닉'을 흉내낸 장면. 이 작품에 약 2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배경 그림은 디즈니의 유명 아티스트였던 아이빈드 얼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홍성호 감독은 우리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에서 CG 감독을 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레드슈즈 (1Disc)
 
레드슈즈 (1Disc,초회한정)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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