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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나인스 게이트(블루레이)

울프팩 2020. 8. 29. 16:53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 감독의 '나인스 게이트'(The Ninth Gate, 1999년)는 이름값을 못하는 영화다.

명감독 로만 폴란스키와 유명한 촬영 감독 다리우스 콘지(Darius Khondji), 그리고 똑 부러지는 연기를 하는 조니 뎁(Johnny Depp)까지 면면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영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연출이나 스토리텔링은 평범하고 촬영 또한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이 별로 없다.

 

조니 뎁 또한 엉성한 구성 속에 떠내려가는 뗏목처럼 소모돼 버렸다.

다리우스 콘지와 조니 뎁을 데리고 왜 이렇게 밖에 만들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큰 작품이다.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난해한 원작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연출을 들 수 있다.

원작은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로 통하는 작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Arturo Pérez-Reverte)가 쓴 '뒤마 클럽'(The Club Dumas)이라는 소설이다.

 

1993년 출간된 이 책은 고서적을 수집하는 코르소가 책을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 추리소설이다.

형식은 추리소설을 띄고 있지만 에코가 쓴 '장미의 이름'(The Name of the Rose)처럼 고서적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파악하기 힘든 난해한 작품이다.

 

영화는 그중에서도 세상에 세 권 밖에 남지 않은 '어둠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아홉 개의 문'이라는 희귀 서적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일부 세력이 이 책을 악마를 불러내는데 이용하려 들면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책의 방대한 내용을 함축적으로 줄이다 보니 건너뛴 부분도 있고 원작과 다르게 고치면서 얼개가 엉성한 작품이 돼버렸다.

특히 악마 추종자들을 다룬 여타 영화들처럼 비슷한 플롯으로 전개되면서 뻔하고 예측 가능한 이야기 탓에 범작에 머물렀다.

 

화끈한 액션과 거리가 먼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특성상 볼거리도 별로 없다.

그렇다고 '오멘'(The Omen)이나 '엑소시스트'(The Exorcist) 같은 오컬트 작품도 아니어서 충격적 영상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애매모호한 주인공과 정체불명의 여인, 어설픈 악당이 벌이는 서투른 모험담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여러가지를 암시하는 마지막 결말은 B급 영화를 흉내낸 듯한 어설픈 영상으로 마무리됐다.

 

다만 소프라노 조수미가 부른 주제가는 참 아름답다.

엔딩 타이틀에 흐르는 이 곡은 스테판 코니체크 지휘로 프라하시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았다.

 

다시금 로만 폴란스키는 모험물과 잘 맞지 않는 감독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준 작품이다.

영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그런지 블루레이 역시 실망스럽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떨어진다.

입자가 거칠고 윤곽선도 두터우며 약간 뿌연 편이어서 색상의 그러데이션도 잘 살지 않는다.

 

DTS HD MA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리어 채널에서 울리는 빗소리가 현장감을 잘 살렸다.

 

부록으로 감독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작품 속 서재는 필립 튀오렐리오가 만들었다. 영화 속 책 디자인도 그가 맡았다.
돈키호테 초판본은 1780년에 출판된 고가의 호아킨 리바라 판본을 빌려서 촬영.
소품으로 사용된 악마의 책은 따로 만들었다. 삽화는 스페인 삽화가가 그렸다.
뉴욕 중고책방은 필립 튀오렐리오가 내부를 꾸몄다. 뉴욕이 아닌 파리 스튜디오에 세트를 만들어 찍었다.
스페인 톨리도의 쌍둥이 서점 주인은 같은 배우가 두 번 연기했다.
촬영은 스페인 톨리도와 포르투갈 신트라, 프랑스 파리와 피레네에서 주로 했다.
미지의 여인은 로만 폴란스키의 부인 에마뉘엘 세니에르가 연기. 조니 뎁은 어려보이는 것을 피하려고 스스로 수염을 기르겠다고 제안했다.
스페인 제작진이 원작 소설을 1차로 각색해 감독에게 보냈고 이를 감독이 다시 손봤다.
여류 장서가의 집은 폐허가 된 프랑스 건물에 소품을 채워넣고 찍었다.
폴란스키 감독은 대사가 많은 장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실제 11~12세기에 세운 성 외부를 촬영.
성 내부는 파리 스튜디오에서 촬영. 불길에 휩싸이는 장면은 소니 이미지와 프랑스 회사 드봐에서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했다.
폴란스키 감독이 뉴욕 장면을 파리에서 찍은 이유는 1977년에 13세 소녀 사만다 게일리를 강간한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중 달아나 미국 입국이 금지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나인스 게이트
로만 폴란스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나인스 게이트 (1Disc 초회한정판)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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