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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데스위시(블루레이)

울프팩 2020. 7. 20. 00:51

1974년 마이클 위너(Michael Winner) 감독이 만든 영화 '데스 위시'는 찰스 브론슨(Charles Bronson)을 유명하게 만든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추방객'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이 영화는 가정을 파괴한 악당들을 응징하는 한 사내의 외로운 싸움을 다루고 있다.

 

험상궂은 얼굴에 과묵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찰스 브론슨은 더없이 외로운 영웅에 잘 어울렸다.

찰스 브론슨은 이 작품뿐 아니라 나중에 제이슨 스타뎀(Jason Statham)이 주연한 리메이크 영화 '메카닉'(The Mechanic)의 원조이기도 하다.

 

그는 '데스 위시' 시리즈와 '메카닉' 그리고 '빗속의 방문객'(Le Passage De La Pluie)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속 정이 깊은 묵직한 영웅의 모습을 만들었다.

꽃미남이 아니어도 확고한 카리스마로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는 주인공의 전형을 만든 배우다.

 

찰스 브론슨 덕분에 '데스 위시'는 1994년 5편까지 등장했다.

일라이 로스(Eli Roth) 감독의 '데스 위시'(Death Wish, 2018년)는 찰스 브론슨을 유명하게 만든 1974년 영화의 리메이크작이다.

 

자경단원은 과연 정당한가

주연은 브루스 윌리스(Bruce Willis)가 맡았다.

외과 의사인 폴 커시(브루스 윌리스)가 병원에 급한 일 때문에 집을 비운 사이 강도들이 침입한다.

 

강도들은 딸을 성폭행하려다가 저항하자 아내(엘리자베스 슈, Elisabeth Shue)를 죽이고 딸(카밀라 모로네, Camila Morrone)을 중태에 빠트린 뒤 달아난다.

경찰은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워낙 강력사고가 많이 일어나는지라 쉽게 범인을 잡지 못한다.

 

급기야 폴은 경찰에 의지하지 않고 직접 범인을 잡기 위해 총을 든다.

1972년 브라이언 가필드(Brian Garfield)가 쓴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의 묘미는 직접 악을 응징하는 주인공에 있다.

 

폴 커시는 더 이상 공권력에 의지하지 않고 슈퍼 히어로처럼 악을 처단하는 자경단원이다.

가족을 망가뜨린 악당들을 찾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이 과정에서 밤거리의 쓰레기 같은 악당들까지 제거한다.

 

당연히 폭력적인 폴 커시의 행동 또한 정당화되기 힘들다.

누구나 분풀이를 위해 총을 들고 설친다면 세상은 무법천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무법자들이 날뛰던 서부극을 현대판으로 재현한 셈이다.

폴 커시는 현대판 카우보이이면서 도시의 무법자인 안티 영웅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인기를 끈 것은 아무래도 사법 체계가 억울한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속 시원히 긁어주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배경으로 삼은 1970년대 뉴욕(New York)은 서부시대나 다름없었다.

 

치안의 부재로 도처에 악당들이 날뛰었고 부패한 경찰과 공무원은 마약 밀매 조직 및 갱단들과 손을 잡고 잇속을 챙겼다.

날마다 강력 범죄가 끊이지 않는 뉴욕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은 폴 커시 같은 자경단원의 존재를 원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만화에서는 '배트맨'(Batman)이 등장했고 '데스 위시'의 폴 커시나 '더티 해리'(Dirty Harry) 시리즈의 해리 같은 경찰에 열광했다.

하지만 요즘의 관점은 다르다.

 

총기 규제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르다

특히 강력한 총기 사건이 발생하는 미국에서는 오히려 만연하는 강력 범죄를 총기 허용 탓으로 돌리고 있다.

즉 자경단원의 존재를 그리워하기 전에 총기 규제부터 해야 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 이 작품은 그런 총기 규제 논란의 불씨를 지피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2015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오리건주 대학에서 총기 난사로 9명이 죽었는데 이때 '데스 위시'를 예로 들며 "교수나 학생들이 총을 갖고 있었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총기 소유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정작 1974년 원작 영화는 총기 소유를 옹호하는 발언의 소재가 됐지만 이 작품은 총기 소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쪽에 가깝다.

총기상에 들려서 무기를 구입하려고 하지만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것을 우려한 폴 커시는 병원에 실려온 갱단의 총을 몰래 가져간다.

 

뿐만 아니라 영화 속 방송에서는 패널들이 등장해 자경단원의 존재에 대해 과연 정당한지 끊임없이 토론한다.

총기 소지부터 개인적 복수를 위한 응징, 모방범죄까지 관객에게 던질 질문거리와 메시지를 요즘 유행하는 토론식 프로그램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폴 커시는 사격과 총기 손질 등도 유튜브를 통해 배운다.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요즘 세태를 반영한 설정이다.

 

1974년 원작 영화에 미치지 못한 리메이크작

액션도 1974년 영화보다는 요란하고 강렬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주인공의 카리스마는 결코 1974년 영화에 미치지 못한다.

 

'데스 위시'나 '더티 해리' 등 원톱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는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가 중요하다.

더티 해리나 형사 콜롬보처럼 캐릭터를 잘 살려야 하는데 이 작품은 찰스 브론슨의 아우라를 따라가지 못한다.

 

브루스 윌리스도 열심히 연기했지만 찰스 브론슨이 보여준 특유의 표정과 묵직한 카리스마, 그리고 과묵한 주인공의 매력을 살리지 못했다.

브루스 윌리스의 연기력 문제가 아니라 캐릭터에 잘 어울리지 않는 미스 캐스팅이다.

 

그런 점에서 원작보다 실망스러운 작품이 돼 버렸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어두운 무채색 계열의 화면 톤이 일정하게 잘 살아 있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리어 채널을 적절하게 사용해 소리가 전체적으로 고르게 퍼진다.

부록으로 감독과 제작자인 로저 번 바움 해설, 삭제 장면, 제작과정, 예고편 등이 들어 있다.

 

음성 해설만 한글자막이 빠져 있어 아쉽다.

나머지 부록들은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원작 소설에서 주인공의 직업은 회계사였는데 1974년 영화에서는 토목기사, 이번 작품에서는 외과의로 바뀌었다.
아내 역은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엘리자베스 슈, 딸 역은 카밀라 모로네가 연기했다.
일라이 로스 감독은 의사가 환자들을 치료하며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는 자세가 자경단원으로 활동하며 감정의 스위치를 끄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봤다.
원작 소설과 1974년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사냥꾼이었던 아버지에게 어릴적부터 총기 사용법을 배워 총 다루는데 익숙한 것으로 나온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유튜브로 총기 사용법을 배운다.
원작 소설과 1974년 영화에서는 뉴욕이 배경인데 이 작품에서는 시카고로 바뀌었다. 둘 다 강력범죄가 들끓는 곳이다.
만화식 컷 분할 화면은 다양한 영상을 한 화면에 보여줄 수 있지만 다소 올드해 보인다.
1974년 영화에서 주인공은 선물받은 콜트 리볼버를 사용한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병원에 실려온 갱단의 글록17을 몰래 가져간다.
다리를 칼로 째고 엔진오일을 들이부어 고문하는 등 잔혹한 장면도 등장.
화력의 강도는 1974년 영화보다 강해졌다. 원작소설과 1974년 영화에서는 딸이 성폭행을 당하고 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 작품에서는 혼수상태에 빠진 설정이다.
1974년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사위가 등장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동생이 나온다. 1974년 영화에서는 형사가 주인공의 총을 빼앗고 도시에서 내쫓는데 이 영화에서는 경찰이 슬쩍 묵인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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