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22/08 6

해리 포터와 불의 잔(4K 블루레이)

해리 포터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해리 포터와 불의 잔'(Harry Porter And The Goblet Of Fire, 2005년)은 꼭 롤플레잉 게임을 보는 것 같다. 여러 마법학교 학생들이 모여서 주어진 퀘스트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나 다양한 캐릭터들의 등장이 게임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원작 소설에서 중요하고 의미 있는 부분들이 영화에서 통째로 사라졌다. 원작 소설에서 초반 중요한 사건의 무대인 퀴디치 월드컵을 비롯해 집요정이 등장하는 부분, 시리우스 블랙의 활약 등이 나오지 않는다. 그 바람에 마치 노예 해방 운동을 하듯 집요정 해방 운동을 벌이는 헤르미온느(엠마 왓슨 Emma Watson) 얘기도 통으로 빠졌다. 또 마법 경연 대회의 두 번째 잠수 과제를 해결하는 부분도 원작 소설과 다르게..

하얀 리본(블루레이)

미카엘 하네케(Michael Haneke)는 특이한 감독이다. '퍼니 게임' '피아니스트' 등 그의 전작들을 보면 폭력을 혐오하면서도 직접적이며 과격한 폭력 묘사를 마다하지 않는다. 제6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하얀 리본'(Das Weisse Band, 2009년)도 마찬가지다. 때리는 것은 물론이고 동물의 사체 등 폭력 장면들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이런 것들은 평소 감독의 신념에서 비롯된 아이러니다. 삶을 직시하는 그는 폭력과 고통조차도 외면하지 않고 정면에서 똑바로 다룬다. 그것이 희망과 고통이 교차하는 삶을 인식하는 감독의 방법이다. 이 영화 또한 폭력에 대한 비판과 은유로 가득찼다. 내용은 1913년 독일의 한적한 농촌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딱히 별다른 일이 없는 조용한 마을..

들개(블루레이)

김정훈 감독의 독립 영화인 '들개'(2013년)는 독특한 소재의 작품이다. 유나바머로 알려진 폭탄 테러범 시어도어 카진스키처럼 사제 폭탄을 만드는 사람을 다뤘다. 대학원생 정구(변요한)는 분노가 쌓일 때마다 사제 폭탄을 만든다. 그렇게 만든 폭탄을 익명으로 모집한 집행자들을 시켜 여기저기서 터뜨린다. 우연히 대학에서 정구를 만나 집행자가 된 효민(박정민)은 사제 폭탄 터뜨리는 재미에 정구보다 더 파괴적으로 변해간다. 급기야 효민은 어느 정도 선을 지키려는 정구를 압박해 살인적인 폭탄 테러에 동참하게 만든다. 더 이상 사제 폭탄을 만들고 싶지 않은 정구는 스스로 멈추기 위해 자신이 폭탄 테러범으로 만든 효민과 부딪치게 된다. 좀처럼 보기 드문 소재의 이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배어 있다. 감독은 주체..

바람난 가족(블루레이)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2003년)은 제목처럼 온 가족이 바람나서 풍비박산 나는 발칙한 영화다. 변호사 영작(황정민)은 무용가인 아내 호정(문소리)이 있는데도 젊은 여인 연(백정림)과 바람을 피운다. 호정도 자신을 훔쳐보던 이웃집 고교생 지운(봉태규)을 도발해 선을 넘는 연애를 한다. 영작의 어머니(윤여정)는 불치병에 걸린 남편(김인문)을 병상에 놓아둔 채 애인을 사귄다. 이들은 모두 가정에 안주하지 않는다. 오히려 안식을 바깥에서 찾으면서 서로에게 충실하지 못하고 그냥 무늬만 가족일 뿐이다. 과연 이 정도로 콩가루인 집안이 있을까 싶은데, 임 감독은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만큼 가족의 연결고리가 약해졌다고 본 것이다. 다만 약해진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마리아 칼라스: 내밀한 열정의 고백

앤 에드워드(Anne Edwards)가 쓴 '마리아 칼라스: 내밀한 열정의 고백'(Maria Callas: An Intimate Biography, 해냄)은 위대한 평전의 전범을 보여주는 저서다. 2005년 국내에 초판이 출간된 이 책은 나온 지 17년 된 오래된 책이다. 읽으려고 책방 한쪽에 쌓아놨던 책 더미에서 오랜만에 꺼냈는데,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해서 순식간에 읽었고 내용이 너무 좋아 글을 남기고 싶었다. 저자인 앤 에드워드는 '캐서린 햅번: 빼어난 여성' '다이애나비와 그녀의 인생' '모나코의 그리말디스' 등 숱한 여성의 전기를 써내서 평전의 여왕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인물 평전의 뛰어난 걸작 퓰리처상 후보에 두 번이나 오를 만큼 그의 저서는 꼼꼼한 사실 기록과 다각도의 취..

2022.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