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430

코어

쓰나미가 남아시아를 덮친 이후 재앙 영화가 예전과 달리 실감 나게 다가온다. 그런데 존 아미엘(Jon Amiel) 감독의 '코어'(The Core, 2003년)는 좀 다르다. 지구 속 깊숙이 자리 잡은 내핵을 감싸고 있는 외핵이 끊임없이 회전하던 중 갑자기 멈춰버려 일대 재앙이 일어나는 내용이다. 외핵의 회전은 지구 자기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멈추면 오존층이 파괴돼 지구가 태양처럼 변해버리는 이야기다. 지구의 핵에 대해 자세히 모르면 이런 내용이 황당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해결책도 두더지처럼 지구 속을 뚫고 들어가 핵 주변에서 핵폭탄을 터뜨려 강제로 외핵을 회전시키는 만화 같은 방법이다. 특수효과는 아쉬운 대로 볼 만 한데, 이렇다 할 스타가 없는 점도 영화 보는 재미를 떨어뜨린다...

얼굴없는 미녀

김인식 감독의 '얼굴 없는 미녀'(2004년)는 1980년 TBC(지금의 KBS2)에서 방영한 드라마 '형사'의 납량특집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당시 이순재가 장미희에게 최면을 걸어 매일 자기를 찾아오게 만들었는데, 사고로 죽은 장미희가 귀신이 돼서도 찾아온다는 오싹한 내용이었다. 영화는 김혜수가 장미희 역을, 김태우가 이순재 역할을 맡았다. 과거 TV 드라마가 공포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영화는 사람의 심리에 무게를 뒀다. 그래서 드라마는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스릴이 있는 반면,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갈등과 방황을 고찰하게 만든다. 좋게 말하면 사색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늘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극장을 찾은 이유는 김혜수의 과감한 노출 장면 때문. 그래도 김 감독의 독특한 영상만..

캣우먼

DC코믹스의 대표적 안티 히어로 캣우먼은 '배트맨'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졌다. 고양이처럼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도 다치지 않는 유연성과 놀라운 도약력을 지닌 캣우먼은 '배트맨'이나 '슈퍼맨', '스파이더맨' 등 일반적 슈퍼 히어로와 달리 사악한 면과 정의로움을 동시에 지닌 특이한 캐릭터이다. 피토프(Pitof) 감독이 만든 '캣우먼'(Catwoman, 2004년)에서는 '배트맨'에 등장한 모습과 달리 사악한 면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개인의 복수를 향한 냉혹함과 집요함은 여전하다. 거대 화장품 기업의 음모를 엿들은 죄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페이션스(할리 베리 Halle Berry)는 고양이의 힘을 받아 놀라운 능력을 지니게 된다. 그때부터 밤이면 페이션스는 고양이 가면과 채찍을 들고 악을 응징하며 캣우먼으로 ..

바람의 파이터

양윤호 감독의 '바람의 파이터'(2004년)는 일본에서 극진 가라데를 창설하고 전 세계를 돌며 무술 고단자들과 대결을 벌인 최배달의 젊은 날을 다루고 있다. 방학기의 만화 '바람의 파이터'가 원작. 영화는 최배달이 일본에 밀항해 갖은 수모를 당한 끝에 산속에 들어가 혼자 무술을 연마하고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그때부터 그는 미야모토 무사시처럼 도장 격파에 들어간다. 전국 유명 도장을 돌며 무술인들과 싸움을 벌였던 것. 그렇게 이름을 날린 그는 훗날 자신의 경험을 살려 극진 가라데를 만든다. 젊은 날의 최배달을 연기한 양동근은 얼핏 보면 안 어울릴 것 같은데 그럭저럭 잘 소화했다. 싸움 장면도 그럴듯하게 처리를 해서 그런대로 볼 만하다. 예전 이 영화의 일본 현지 촬영을 취재 간 적이 있는데, 제작 현장을 ..

투 가이즈

영화를 보다 보면 간혹 도대체 왜 만들었을까 싶은 작품이 있다. 만든 사람들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재미도 없고 남는 것도 없으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박헌수 감독의 '투 가이즈'(2004년)도 그런 영화다. 제목부터 '투캅스'를 흉내 낸 듯한 이 작품은 잘 웃기는 남자 박중훈과 차태현 콤비를 내세운 버디물로 대리운전기사와 3류 건달이 우연히 주운 반도체 가방 때문에 국제범죄조직에 쫓기는 내용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넘어지고 쓰러지는 슬랩스틱 코미디와 두 배우의 익살에만 의존한다. 그렇지만 박중훈, 차태현의 코미디는 그동안 두 사람의 출연작에서 많이 봤던 이미지의 중첩이어서 씁쓸함을 자아낸다. 오히려 이 작품은 두 배우의 한계를 드러낸 듯해서 아니 출연한 것만 못하게 됐다. 1.85 대 1 애너모픽..